"위암수술이 대사질환 줄인다"…위절제, 비만시대 역설적 효과
위암 수술 후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알려진 체중 감소와 영양 결핍이 고위험 비만 인구가 많은 현대 사회에서는 오히려 장기 건강에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위 일부를 절제해 음식 섭취량이 줄어드는 변화가 비만과 당뇨병 등 대사질환 부담을 낮추고, 이와 연관된 다른 암과 심혈관질환 발생까지 줄인다는 분석이다. 위암 치료가 단순 종양 제거를 넘어 전신 대사 상태를 조절하는 개입으로 재해석되면서, 암과 대사질환을 함께 겨냥하는 온코 메타볼릭 치료 패러다임 전환 논의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서윤석·강소현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신애선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우형택 계명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조기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위절제술과 내시경 절제술 이후 만성 대사질환 및 심장·뇌혈관질환 발생을 장기 추적 비교한 결과, 위절제술군에서 여러 질환의 발병률이 유의하게 낮게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연구는 2002년부터 2020년까지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에 축적된 조기 위암 환자 7만4천여 명을 대상으로 수행됐다.

연구팀은 위 일부 또는 전체를 수술로 제거한 위절제술 환자 4만9578명과 내시경으로 종양만 절제한 환자 2만4789명을 최대 15년간 추적 관찰해 고혈압,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비만 관련 암 발생과 사망 등을 비교 분석했다. 위절제술은 개복 또는 복강경을 통해 위 용적을 줄이는 수술이고, 내시경 절제술은 위를 보존한 채 점막층 병변만 떼어내는 최소침습 시술이라는 점에서 체중과 대사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분석 결과 위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은 내시경 절제술 환자에 비해 고혈압 발생 위험이 약 53퍼센트 낮았다. 허혈성 심질환과 심부전, 뇌혈관질환 등 주요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도 약 20퍼센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근경색, 뇌졸중, 심혈관 사망 등을 통합한 주요 심혈관 사건 지표 MACE 3와 MACE 6 역시 위절제술군에서 약 14퍼센트 낮았다.
대사질환과 연관된 암 발병에서도 차이가 관찰됐다. 위절제술군은 비만 환자에게서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대장암 등 비만 관련 암 발생률과 이에 따른 사망률이 모두 감소했다. 체중 감소를 유발하는 위 용적 축소와 음식 흡수 패턴 변화가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을 완화하고, 나아가 호르몬·염증 경로를 조절해 2차 암 발생 위험을 억제하는 연쇄 효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결과는 위절제술의 대사적 효과를 내시경 절제술과 세계 최대 규모로 직접 비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연구팀은 평가했다. 그동안 비만 치료 목적의 위우회술이나 위소매절제술 등 비만 수술 분야에서는 체중 감소와 당뇨 개선 효과가 다수 보고돼 왔지만, 암 치료 목적 위절제술의 대사 이득을 장기간 빅데이터로 검증한 사례는 드물었다. 특히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 청구 정보를 활용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축적된 한국인 대규모 코호트를 15년까지 추적했다는 점에서, 동양인 비만과 대사질환 특성을 반영한 근거로 주목된다.
위절제술은 수술 후 위 용적이 줄어들면서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음식량이 감소하고, 음식을 위에서 머무르게 하는 시간과 소화 호르몬 분비 양상이 크게 바뀐다. 그 결과 체중이 빠르고, 혈당 조절과 지질 대사에도 변화가 생긴다. 영양 흡수 저하와 덤핑 증후군, 비타민 결핍 등 부작용 우려가 존재하는 동시에, 비만과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는 위·장 호르몬과 인슐린 감수성 개선을 통해 대사질환 위험이 줄어드는 양면성이 나타난다. 연구팀은 이번 빅데이터 분석이 후자의 긍정적 효과를 장기적으로 수치화한 것에 의미를 뒀다.
실제 임상에서는 조기 위암일 경우 병변 크기와 위치, 림프절 전이 위험도 등을 평가해 위를 보존하는 내시경 절제술이 우선 고려된다. 위의 구조와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 수술 부담이 적고, 합병증 위험이 낮기 때문이다. 반면 위절제술은 보다 침습적이며 회복 기간과 영양 관리 부담이 커 환자에게 심리적 장벽이 높은 편이다. 이번 연구는 두 술식을 암 제거 효과가 비슷한 조기 위암 상황에서 비교해, 기능 보존의 이득과 대사적 이득 간 균형을 재조명한 셈이다.
연구팀은 위절제술 후 체중 감소와 대사 개선 효과가 궁극적으로 비만 관련 2차 암과 심혈관 사건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과다 체중과 중심성 비만은 만성 염증과 인슐린 과분비, 성호르몬 불균형 등을 유발해 대장암, 유방암, 췌장암 등 다양한 암의 위험 인자로 꼽혀 왔다. 체중을 줄이고 대사 건강을 개선하는 개입이 곧 암 재발과 2차 암 예방 전략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온코 메타볼릭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부상하고 있다.
온코 메타볼릭 접근은 암과 대사질환을 별개의 질환이 아니라 서로 얽힌 하나의 네트워크로 보고, 수술·약물·생활습관 교정을 통합적으로 설계하자는 패러다임이다. 위절제술의 장기 대사 효과를 정량화한 이번 연구는 향후 위암 치료 계획을 세울 때 환자의 비만도, 당뇨병 유무, 심혈관 위험도까지 종합 반영하는 맞춤형 전략 수립에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만과 대사증후군이 동반된 조기 위암 환자에서는 위 절제 범위와 술식을 선택할 때 장기 대사 이득을 치료 의사결정 요소로 추가 고려할 여지가 생긴다.
글로벌 의료계에서는 비만 대사수술과 암 예방 사이의 연관성을 검증하려는 연구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위우회술을 받은 고도비만 환자에서 대장암, 유방암 위험이 감소한다는 보고가 일부 나와 있지만, 암 자체를 이유로 시행한 위절제술에서 유사한 효과가 체계적으로 검증된 사례는 제한적이었다. 이번 한국 빅데이터 분석은 아시아 인구 기반 연구라는 점에서 미국·유럽 자료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고, 국가별 비만도 분포와 식습관 차이를 반영한 국제 비교 연구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
다만 위절제술이 모든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권장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신중한 해석도 필요하다. 조기 위암 치료에서 내시경 절제술은 여전히 침습도가 낮고 회복이 빠르며, 위 기능 보존 측면에서 뚜렷한 장점이 있다. 수술 후 덤핑 증후군, 만성 설사, 미세영양소 결핍 등은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다. 비만과 대사질환 부담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내시경 절제술보다 위절제술을 우선 선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암 병기와 전이 위험, 환자 기저질환, 영양 상태 등을 종합 평가한 다학제 결정이 필수적이다.
서윤석 교수는 위암 환자들의 수술 선택과 관련한 막연한 두려움을 줄이는 데 이번 결과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위암 수술을 앞두고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식사 제한과 체중 감소에 대한 걱정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비만 관련 2차 암과 심혈관질환 발생과 사망을 줄여 적정 체중 유지와 건강 수명 연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환자 상담에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로 위절제술의 대사효과가 체질량지수 구간별, 성별, 연령대별로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세분화 분석을 진행하고, 위 절제 범위와 수술 방식에 따른 차이도 추가 검증할 계획이다. 특히 고도비만을 동반한 위암 환자에서 위절제술이 비만 수술과 유사한 수준의 대사지표 개선을 보이는지, 그리고 그 효과가 몇 년간 지속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향후 과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외과학 분야 주요 국제 학술지인 미국외과의사협회저널에 게재됐다. 업계와 의료계에서는 고령화와 비만 증가가 겹친 한국 사회에서 위암 수술이 가진 대사적 의미를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의료 정책 측면에서는 암 치료 후 생존자의 장기 대사 관리 전략과 국가적 예방의료 정책을 설계할 때, 수술 선택과 대사질환 관리의 연계를 어떻게 반영할지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수술 기술의 정교함뿐 아니라 암과 대사질환을 아우르는 통합 진료 체계가 새로운 건강 수명 연장의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