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사업 분할 가속”…한림제약, 한림눈건강 출범으로 전문화 전략
안과 전문 시장을 겨냥한 사업 재편이 국내 제약사 전략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림제약이 안과사업부를 분리해 자회사 한림눈건강을 공식 출범시키면서, 안과 의약품부터 의료기기까지 포괄하는 토탈케어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고령화로 인한 황반변성 등 중증 안질환 증가와 디지털 기기 사용 확대로 인한 안구 건조증 수요가 맞물리며, 안과 영역이 성장축으로 재조명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적분할이 안과 특화 비즈니스 모델을 앞세운 전문 계열사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림제약은 1일 안과사업부를 인적 분할해 안과 전문 자회사 한림눈건강을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재편이 안과 영역의 의약품과 의약외품, 의료기기까지 아우르는 토탈케어 사업 확충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조직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투자와 의사결정 구조를 독립시키고, 안과 시장 변화에 더욱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한림눈건강의 경영 전면에는 20여 년간 한림제약 안과사업부를 이끌어온 김정훈 대표가 선임됐다. 김 대표는 기존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수도 본부, 지방 본부, 종합병원 본부로 영업 조직을 재편했다. 수도권 전문병원과 의원, 지역 기반 안과 네트워크, 대형 종합병원을 각각 별도 축으로 나눠 지역별·채널별 수요를 세분화해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이러한 구조가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영업·마케팅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설 법인의 출범과 함께 한림눈건강은 스스로를 눈 건강 플랫폼으로 규정하는 창립 비전을 내놨다. 단일 품목 중심의 제품 회사에서 벗어나, 안과 전문 진단과 치료, 관리에 이르는 전 주기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 기업’을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황반변성, 안구 건조증 등 만성·퇴행성 안질환을 중심에 두고 중장기 사업 전략을 세운 점이 눈에 띈다.
한림눈건강은 황반변성 질환 관련 바이오시밀러와 경구제, 안구이식제, 차세대 안구 건조증 치료제 등 다각적인 치료 옵션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가 손상되는 대표적인 실명 유발 질환으로, 고가 주사제 중심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글로벌 제약사의 핵심 전장으로 꼽힌다. 회사는 이 영역에서 바이오시밀러와 경구제 라인업을 동시에 구축해, 병·의원과 환자에게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안구이식제와 차세대 안구 건조증 치료제 개발 역시 포트폴리오 차별화의 핵심 카드로 제시됐다. 안구이식제는 약효를 장기간 유지하며 점안제 복약 순응도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제형으로 주목받고 있고, 차세대 안구 건조증 치료제 시장은 고령화와 스마트기기 사용 증가의 영향을 받으며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한림눈건강은 이 같은 제품군을 기반으로 향후 수년 내 연매출 1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국내외적으로는 이미 안과 전문 제약사와 의료기기 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망막질환용 항체 주사제와 인공지능 기반 안저 영상 판독 솔루션, 수술용 렌즈와 레이저 장비 등 다양한 기술이 결합된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한림눈건강의 토탈케어 전략 역시 안과 영역에서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함께 다루며, 병원의 치료 패턴 변화와 신기술 도입 흐름에 맞추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다만 안과 전용 바이오시밀러와 첨단 제형 치료제는 개발 비용과 규제 장벽이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바이오의약품과 안과 치료제에 대해 품질과 안전성 검증을 강화하는 추세여서, 임상 설계와 허가 전략이 매출 성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신설 법인의 민첩한 의사결정 구조가 이런 규제 환경에서 오히려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안과 전문 자회사 출범이 한림제약 그룹 전체의 투자 유치와 파트너십 확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기술 플랫폼과 적응증이 분명한 안과 사업은 글로벌 제약사와 라이선스 아웃, 공동 개발 협력 등으로 확장된 사례가 많아, 사업 구조가 명료한 별도 법인이 협상과 평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림눈건강은 초기에 국내 안과 네트워크와의 접점을 넓히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안과 전문사와의 협력 가능성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안구이식제와 차세대 안구 건조증 치료제 등 특화 제품군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얼마나 차별화된 효과를 입증하느냐가 향후 성장 궤적을 좌우할 전망이다. 산업계는 한림눈건강이 토탈케어와 플랫폼 비전을 현실 매출로 연결할 수 있을지, 그리고 안과 특화 법인 모델이 국내 제약사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