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독주 체제 흔들리나”…미국 뉴욕증시, AI 수혜주 급등 속 기술주 지형 변화 주목
25일(현지시각 기준)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대 기술주 가운데 엔비디아를 제외한 대부분 종목이 상승한 가운데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오르며 강세로 마감했다.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기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한 평화협정 소식이 맞물리며 위험선호 심리가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64.18포인트(1.43%) 오른 47,112.45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60.76포인트(0.91%) 상승한 6,765.88, 나스닥종합지수는 153.59포인트(0.67%) 뛴 23,025.59를 기록했다. 장 초반에는 엔비디아 투자 심리 위축으로 변동성이 커졌지만, AI 산업 성장 기대가 재부각되며 지수는 낙폭을 만회하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다만 AI 반도체 대표주인 엔비디아와 AMD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더 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메타 플랫폼스는 2027년 자사 데이터센터에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가 지금까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량 매입해 온 대표 고객이었다는 점에서, TPU 도입 가능성은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가 약화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보도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한때 7% 넘게 급락한 뒤 낙폭을 줄여 2.59% 하락으로 마감했다. AMD 역시 4% 넘게 밀리며 AI 반도체 핵심 종목들의 조정을 키웠다. 결과적으로 엔비디아는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으로 불리는 미국 거대 기술주 7개 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하락한 종목으로 남았다. 시장에서는 AI 생태계가 특정 업체 중심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며 엔비디아에 대한 경계감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반대로 구글 TPU 확장 기대는 다른 종목에 호재로 작용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1% 넘게 상승했고, 메타 주가는 3.78% 급등했다. 메타는 앞서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실적 부담 우려로 지난주까지 주가가 약 20% 하락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GPU 대비 비용이 낮은 TPU 도입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투자 부담을 덜어주며 주가를 지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맞춤형 AI 칩(ASIC) 시장 강자인 브로드컴 역시 TPU 시장 성장 가능성에 힘입어 약 2% 가까이 올랐다. 브로드컴의 시가총액은 약 1조8천18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되며 테슬라와 메타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브로드컴이 매그니피센트7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그에 견줄 만큼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흐름은 AI 반도체 시장 내 경쟁 구도가 GPU 중심에서 ASIC·TPU 등으로 다변화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거시경제 지표도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를 자극했다. 9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 대비 0.3% 상승해 시장 전망치와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2% 증가에 그쳐 예상치 0.4% 증가에 못 미쳤고, 8월의 0.6% 증가와 비교할 때 소비 증가세 둔화가 뚜렷해졌다. 시장 참가자들은 소비 둔화와 물가의 안정적 흐름이 맞물리면서 연준이 12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커졌다고 해석했다.
자산운용사 LNW의 론 알바하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컴퓨팅 비용이 저렴해지면 소비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메타가 구글 칩을 구매하는 것을 보면 그런 현상이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는 더 광범위한 AI 분야에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금요일 전까지만 해도 12월 금리 인하 확률은 40%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80%를 넘어섰다”며 “며칠 만에 기대가 이렇게 바뀐 변동성은 본 적이 없는데, 그만큼 시장이 이 사안에 극도로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업종별로는 헬스케어(의료·건강) 섹터가 2% 이상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산업, 금융, 임의소비재, 소재(재료), 통신서비스, 필수소비재 업종도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기술 업종 내에서 AI 반도체를 둘러싼 투자 심리가 갈리는 사이, 상대적으로 우량주와 전통 산업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다우지수는 1%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우지수 구성 종목 30개 중 엔비디아와 셰브론을 제외한 28개 종목이 상승 마감해 장 전체의 위험선호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과 관련해 평화협정에 동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 심리에 낙관론을 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화협정과 관련해 “우리는 합의에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그동안 에너지·식량 가격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온 주요 지정학 리스크로 꼽혀 왔던 만큼, 평화협정 논의 진전 소식은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일 요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 선물시장은 12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25bp) 인하할 가능성을 82.7%로 반영했다. 이는 전날 마감 무렵 84.4%에서 소폭 낮아진 수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동시에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장보다 1.96포인트(9.55%) 하락한 18.56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확대를 보여줬다.
AI 반도체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과 금리 인하 기대, 지정학 리스크 완화 조짐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미국 뉴욕증시는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AI 생태계 재편 흐름과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향방이 향후 글로벌 증시와 국제 금융질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