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 NGS 수요 급증…마크로젠, 흑자전환으로 정밀의료 가속
유전체 분석 기술이 정밀의료와 바이오 빅데이터 산업의 수익 구조를 바꾸고 있다. 국내 유전체 분석 기업 마크로젠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NGS와 국가 단위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을 축으로 3분기 누적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대형 공공 프로젝트와 고난도 분석 수요가 동시에 늘면서 연구용 서비스 중심이던 비즈니스 모델이 수익형 구조로 재편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업계는 이번 실적을 정밀의료 인프라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마크로젠은 20일 공시를 통해 올해 3분기 누적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 40억원을 기록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2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마이너스 18억원에서 크게 개선됐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퍼센트 늘어난 773억원을 달성했다. NGS 서비스와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구축 사업이 핵심 성장 축으로 작용했다.

핵심 사업인 NGS 부문은 국내외 수요 확대에 힘입어 3분기 누적 기준 402억원 매출을 올렸다. 국내 NGS 매출은 247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고, 전체 NGS 가운데 국내 매출 비중은 61.55퍼센트까지 높아졌다. 연구기관과 병원, 제약사가 국내에서 정밀의료와 유전체 기반 연구를 확대하면서 안정적인 수요 기반이 강화된 모양새다.
기술적으로는 전장유전체 WGS와 전사체 mRNA 분석, 여기에 싱글셀과 공간전사체, 멀티오믹스 같은 고난도 분석 서비스 비중이 커진 점이 눈에 띈다. 싱글셀 분석은 세포 개별 수준에서 유전자 발현을 읽어내는 기술이고, 공간전사체는 조직 내 위치 정보를 보존한 채 유전자 발현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멀티오믹스는 유전체, 전사체, 단백질체 등 여러 오믹스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기법을 의미한다. 이런 서비스는 분석 난도가 높고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아 수익성 개선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구조다.
마크로젠은 국가가 추진 중인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구축 사업의 핵심 수행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대규모 인구집단의 전장유전체와 전사체 데이터를 장기간 축적해 정밀의료와 공중보건에 활용하는 국가 인프라 프로젝트다. 회사는 지난해 말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이후 대량의 WGS와 mRNA 데이터를 생산·분석하고 있으며, 올해 3분기부터 본격적인 생산 물량이 회계에 반영되면서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전체 분석과 바이오 빅데이터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마크로젠의 이번 실적은 국내 기업이 공공 정밀의료 프로젝트와 상업 NGS 서비스를 동시에 성장축으로 삼아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사례로 평가된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 국가 주도 정밀의료 사업이 이미 가동 중인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축적하는 데이터와 분석 역량이 중장기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정밀의료와 AI 기반 분석 수요에 맞춰 기술력과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계속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흑자 전환이 일회성에 그칠지, AI 분석과 고부가가치 NGS가 결합된 정밀의료 플랫폼 모델로 안착할지에 따라 국내 유전체 산업의 성장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