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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고도화 방치 안돼"…이재명, 이집트에 실용적 한반도 비핵화 지지 요청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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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긴장과 중동 정세의 불안이 맞물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이집트 정부를 향해 실용적·단계적 비핵화 구상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며 평화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북핵 고도화, 남북 대화 단절, 가자지구 사태 등 복합 위기를 언급하며 양국이 함께 평화와 번영의 새 질서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현지시간으로 이집트 공식 방문에 맞춰 이집트 국영신문 알 아흐람에 기고한 글에서 "실용적·단계적 해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남북대화가 단절되고 북핵 능력이 고도화되는 현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되며,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구상에 대한 이집트 정부의 지지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 관리 방향과 관련해 "가능한 분야에서부터 남북 교류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북한과 국제 사회의 관계 정상화 노력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기보다 교류 확대와 국제사회 편입을 병행하는 단계적 접근을 통해 비핵화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이집트가 각자의 지역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감내해 온 경험을 상기시키며 양국의 외교적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이집트 모두 지역의 평화가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이집트는 지난 2년간 가자지구 사태 속에서 중재국으로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외교적 인내를 보여줬고, 대한민국도 지난 70여년간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여정을 계속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동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꾸준히 동참해 온 한국과, 한반도 평화를 일관되게 지지한 이집트 사이의 평화 협력 폭이 넓어지길 바란다"고 말해, 한반도와 중동을 잇는 평화 외교 네트워크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북핵 문제와 중동 분쟁 모두에서 대화와 중재를 중시해 온 두 나라의 외교 기조를 접점으로 삼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이집트의 관계를 "가교 국가"라는 공통 분모로 규정하며 문명과 경제, 문화 협력의 확대 필요성도 거듭 언급했다. 그는 한국과 이집트, 함께 한 30년과 함께 만들어갈 미래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한국과 이집트는 모두 대륙·문화·교역의 가교라는 지정학적 운명 속에 불굴의 의지로 찬란한 문명을 꽃 피운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집트는 나일강의 범람을 파피루스에 세밀하게 기록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명을 일궜고, 한국도 한강을 중심으로 국가를 발전시켰다"고 언급하며 두 나라의 문명사를 대비했다. 그는 "1995년 양국 수교 이후 이집트의 삼성과 LG 공장에서 TV, 세탁기,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하며 제조업 중심 경제 협력 성과를 짚었다.

 

문화 분야에 대해서는 "이집트에서 한국 음악과 드라마 얘기가 꽃을 피운다고 한다.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이집트를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감개가 무량하다"고 했다. 한류 확산을 양국 국민 간 정서적 거리 축소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교육 협력 확대도 별도로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배움에 목말라 초등학교 때 왕복 4시간을 걸어 다닌 기억이 있기에 교육의 힘을 잘 알고 있다"며 교육 분야에서의 교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적 교류와 교육 협력을 통해 중장기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이집트의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인 비전 2030과 한국의 산업화 경험을 연결하며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제안했다. 그는 "이집트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비전 2030의 가장 신뢰할 파트너는 대한민국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한 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한국이 나일강의 기적을 일궈낸 이집트인들의 원대한 여정에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기고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국제 지지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중동 거점국인 이집트와의 경제·문화·교육 협력 강화를 통해 외교 지평을 확대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향후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이집트를 포함한 중동 주요국과의 협의 채널을 활용하는 한편, 비전 2030 연계 사업과 산업·인프라 협력 논의를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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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집트#한반도비핵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