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게 사태 중간 발표, 사실상 가족 연루”…국민의힘, 친윤·친한 계파갈등 재점화
정치적 충돌 지점과 계파 갈등이 다시 맞붙었다.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이른바 당게 논란을 두고 당무감사위원회 중간 조사 결과가 나오자 친윤석열계와 친한동훈계가 정면으로 부딪치며 내홍 조짐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10일 한동훈 전 대표 가족 연루 의혹이 제기된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중간 조사 결과를 내고, 해당 아이디와 이름 등을 토대로 실제 작성자 확인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당무감사위원회는 특히 당원 명부를 확인한 결과, 한 전 대표 가족과 동일한 이름을 쓰는 3명이 모두 서울 강남병 당협 소속으로 휴대전화 번호 끝자리가 같고, 한 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파악됐으며 이들이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까지 언급돼 파장이 커졌다.

당게 사태는 2024년 11월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올라왔고, 이 글 작성 과정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가리킨다.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 임명된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이 언론 공지를 통해 관련 사실을 재차 언급하면서, 잠복해 있던 계파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모양새다.
친윤계는 당무감사위원회 발표를 근거로 한 전 대표 측을 겨냥했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런 기막힌 우연의 일치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확률이 있을까”라며 “지금이라도 한 전 대표는 가족의 여론 조작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길 바란다”고 적었다. 당게 논란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직적 공격 시도라는 시각에서 규정하고, 한 전 대표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는 기류다.
친한계는 강력히 반발했다. 비상계엄 관련 사과 회피 등으로 코너에 몰린 장동혁 대표와 당 지도부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당게 논란을 재점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호선 위원장이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당원 정보 공개는 명백한 법 위반이고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 주체의 적절성과 개인정보 처리의 법적 문제를 정면 제기한 것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듯 가족 실명까지 공개한 것은 명백한 인격살인”이라며 “명백한 개인정보 침해이자 민주적 절차와 정당 운영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신지호 전 전략기획부총장 역시 페이스북 글을 통해 “단 하루 만에 당을 쿠팡보다 못한 조직으로 만든 이 위원장, 입장 표명하셔야죠”라며 지도부 책임론에 힘을 실었다.
이에 맞서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다시 글을 올려 친한계를 직접 겨냥했다. 그는 “범인이 드러나자 당무감사위원장을 공격하는 친한계가 하는 짓이 이재명 민주당과 똑같다”고 적어, 당내 갈등을 야당 공세와 같은 선상에 놓으며 대립각을 세웠다. 수사 기관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범인’ 표현을 사용한 점을 두고, 친한계 반발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도부 반응은 엇갈렸다.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에서 “이 문제가 당 내분 불씨로 계속 남아 있는 상황이기에 대다수 당원은 빨리 털고 가자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 대표가 가족으로 의심되는 인물을 동원해 대통령을 공격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한 전 대표가 반드시 대답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실관계 규명과 한 전 대표 본인의 소명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반면 친한계로 분류되는 우재준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이번 조사가 특정 정치세력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당원 정보에 대해 이렇게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다니 당무감사위원장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YTN 라디오에서 “당무감사위원장 임명 때부터 우리 당이 굉장히 큰 소용돌이에 휘말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익명의 당게를 갖고 정치보복하는 인식을 주는 일은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 내부에서도 조사 방식과 인선 과정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 셈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한동훈 전 대표는 전날 SBS 유튜브에 출연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익명이 보장된 게시판에서 익명의 당원이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판하는 사설과 칼럼을 올렸다는 건데 그거 안 되나. 당 익명 게시판이 원래 대통령이나 권력자를 비판하는 곳 아니냐”며 “어이없는 퇴행”이라고 말했다. 익명 게시판의 성격과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당무감사위원회의 조사 방향 자체가 후퇴라는 점을 부각했다.
한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저조한 지지율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계파 갈등이 심화하면 치명적이라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별로 수치는 다르지만, 최근 조사들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30% 안팎 박스권에 머무는 가운데 당내 분열상이 노출될 경우 중도층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 초선 의원 모임은 당게 사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16일 회동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선들이 중재에 나서 계파 갈등을 완화할지, 아니면 책임 공방에 가세해 갈등이 확전될지에 따라 국민의힘 향후 진로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당무감사위원회 조사 과정과 개인정보 보호 논란, 그리고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책임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 전략과 당내 권력 구도 재편 속도가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