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상병 사건 외압 정점”…이종섭 전 국방장관 등 5명 구속영장 청구, 증거인멸 우려
채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외압 및 은폐 의혹을 두고 특별검사팀과 전직 국방 고위직 간 정면 충돌이 예고됐다. 정치권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 주요 인사들의 조직적 공모 정황이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사팀은 증거인멸 가능성을 집중 부각하며 정국 격랑을 예고했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20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5명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함께 영장 대상에 오른 인물은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등이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특검은 대통령실, 국방부 등의 부당한 수사 외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했고, 주요 공직에 있었던 여러 피의자가 공모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직권남용 등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구속영장 청구 주요 피의자 5명은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범행의 중대성이 인정되며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크므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실제로 사건 당시 피의자 다수가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언론 발언으로 진술을 맞추는 등 조직적 증거인멸 및 입장 조율 정황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행위는 추가 조사와 사실관계 확인의 필요성을 높였다는 게 특검 진단이다.
의혹의 정점에 선 이종섭 전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채상병 초동 수사 결과가 경찰에 이첩되지 않도록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2023년 7월 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흐름과 함께 7월 31일부터 8월 2일 사이 이종섭 전 장관이 사건 이첩을 보류·회수하라고 직접 지시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진희 전 보좌관 역시 이 시기 이종섭 전 장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등과 긴밀히 연락하며 수사 라인에 외압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편 이 전 장관과 박진희 전 보좌관은 사건 직후 대통령의 ‘격노’와 수사 외압이 허구라는 내용을 담은 허위 공문서를 법무관리관실을 통해 작성·행사한 혐의도 적용됐다. 김동혁 전 검사단장은 해병대 수사단 경찰 이첩 기록을 압수수색 없이 회수, 국방부조사본부 재검토 과정에 외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은 해병대 측에 혐의자 축소를 요청하며 국방부조사본부 기록 재검토에 부당 관여했다는 혐의다. 김계환 전 사령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증언 당시 허위 증언 및 수사 과정 직권남용이 추가 혐의로 적용됐다.
여야는 이번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야권은 “윗선 개입과 조직적 은폐 시도를 밝히는 결정적 계기”라며 특검팀 수사에 힘을 실었다. 반면 여권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과도한 사법처리”라고 공세를 견제하는 모습이다.
특검팀은 이번 주 중·후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3일에는 논란의 정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검팀 설명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아직 출석 여부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은 이번 채상병 외압 사건을 둘러싼 수사 결과와 추가 소환 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국은 여야 대립 구도가 심화하는 가운데, 특검 영장 결과가 향후 후속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