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인1표제 졸속 추진 아냐"…정청래 측, 이언주 비판에 절차·표결 내역 재반박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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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권력 구조를 둘러싼 갈등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이른바 1인1표제를 도입하는 당헌·당규 개정을 두고 정청래 대표 측과 이언주 최고위원 간 공방이 격화되면서, 향후 전당대회 방식과 당권 지도 체제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측은 22일 1인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이 졸속 강행이라는 지적을 한 이언주 최고위원에게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논란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투표 가치 비율을 1대 1로 맞추는 개정안 추진이 의결된 직후 불거졌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이번 당헌·당규 개정이 일부 당 지도부의 의견만으로 추진됐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당헌·당규 개정은 지난 8·2 전당대회를 관통한 화두이자 당원의 합의였고, 당 대표의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앞서 최고위원회의 뒤 입장문을 내고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개정안 재고를 요청하면서 "상당수 최고위원이 당헌·당규 개정에 우려를 표했고, 몇몇 최고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안건이 의결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사실과 다른 인식"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언주 최고위원과 한준호 최고위원, 황명선 최고위원이 대의원 제도와 전략 지역 보완 대책 마련을 제안하시면서 숙의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줬고, 정청래 대표는 그 의견들을 경청하며 대의원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 구성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표결 과정과 결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며 이언주 최고위원의 문제 제기를 반박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한준호 최고위원이 반대 의견을 남기고 이석했고, 이언주 최고위원은 의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정청래 대표가 반대로 기록하는 게 맞겠다고 정리해 의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는 찬성 7 대 반대 2로 의결된 것"이라고 밝혀 최고위원회의 내 표 대결 구도를 드러냈다.

 

정청래 대표는 앞서 당원 주권 강화를 내세우며 1인1표제 개정 추진을 공식화했다. 그는 17일 전 당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인1표제 관련 안건에 찬성 응답이 86.8%로 집계됐다고 소개하며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평가했다. 당 지도부는 이 수치를 근거로 당원 민의를 충실히 반영한 개정 작업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 조사에 투표권자의 16.8%만 참여했다는 점을 들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참여율이 낮은 상황에서 압도적 찬성이라는 표현을 앞세워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며, 당 지도부의 속도전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당내 우려는 절차 문제를 넘어 권력 구조 변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의원과 당원 사이에서는 대의원 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될 경우, 절대적인 당원 규모를 가진 호남 지역과 특정 성향 지지층의 의사가 당 의사 결정에서 과대 대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나아가 1인1표제가 도입되면 강성 당심에 기반한 지도부 구도가 고착화되고, 결과적으로 이번 개정이 정청래 대표 연임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퍼지고 있다.

 

지도부는 이런 논란에 대해 공식적인 반론을 내놓고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정청래 대표가 대의원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 구성을 지시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며, 대의원권 축소 우려를 제도 보완 논의로 흡수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다만 이언주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내 비판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분출된 만큼, 최고위원단 내부 결속에도 균열이 깊어졌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1인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심의한 뒤, 28일 중앙위원회에서 최종 의결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당무위와 중앙위 논의 과정에서 당심과 대의원·의원단 사이 이해관계가 다시 한 번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치권은 정청래 대표 체제의 향배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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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더불어민주당#이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