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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로이드 불법 주사 확산…식약처, 구매자 무더기 제재 예고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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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 스테로이드와 에페드린 주사제가 온라인 등을 통해 불법 유통되며, 체형 개선을 노린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무허가 판매 조직에 이어 구매자 신원까지 추적해 과태료 처분에 나서면서, 전문의약품의 비의료용 남용과 유통 통제 사이에서 규제 사각지대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업계와 규제 당국은 이번 조치를 향후 의약품 불법 유통 차단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스테로이드와 에페드린 성분 주사제를 불법 판매업자로부터 구입한 소비자 30명에 대해 약사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고 17일 밝혔다. 모두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이 없는 경로를 통해 주사제를 취득한 사례로, 약국과 의료기관 등 합법적 유통망을 우회한 점이 공통적이다. 현행 약사법령에 따르면 스테로이드와 에페드린 성분 주사제는 의사의 처방과 허가된 판매 채널을 통해서만 취득이 허용되며, 이를 어길 경우 100만 원 과태료 대상이 된다.

이번 제재는 올해 7월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무허가 스테로이드 등 전문의약품을 판매하던 불법 조직을 적발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고객 정보에는 구매자의 성명, 연락처, 주소, 구매 내역 등이 포함돼 있었고, 식약처는 이 자료를 각 구매자 거주지 관할 지자체에 통보했다. 지자체는 이를 토대로 인적 사항과 위반 사실을 확인해 30명에 대한 행정 처분을 마무리했다. 공급망 차단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불법 의약품의 수요자까지 직접 규제 대상에 포함한 셈이다.

 

스테로이드 제제는 단백질 생성을 촉진하는 합성 스테로이드, 이른바 단백동화 스테로이드로 분류된다. 근육량 증가와 체지방 감소 효과를 노리고 운동선수나 일반 소비자가 오남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인체 내에서는 성호르몬 균형을 교란하고 면역체계를 약화시키며, 장기간 또는 고용량 투여 시 성기능 장애, 심혈관 질환, 간독성, 간암 등 중증 부작용 발생 위험이 커진다. 이런 특성 때문에 스테로이드는 의사의 처방과 정해진 용량·기간 관리가 필수인 전문의약품으로 관리된다.

 

에페드린 제제 역시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심박수와 혈압을 높이고, 일시적인 각성 효과를 유발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호흡기 질환 등 특정 적응증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지만, 체중 감량과 운동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비의학적 사용이 시도되는 경우가 있다. 에페드린을 과도하거나 지속적으로 투여하면 부정맥, 심정지 같은 급성 심혈관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며, 고혈압, 당뇨병, 전립선비대증 등 기저질환자가 사용할 경우 위험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이 때문에 에페드린 역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용량과 투여 대상이 엄격히 통제된다.

 

불법 유통 구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제조와 유통 전 과정을 검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식 허가를 받은 의약품은 제조 공정, 원료 성분, 불순물 함량, 유통 온도와 보관 환경 등 전 주기를 규제기관이 점검한다. 반면 불법 스테로이드와 에페드린 주사제는 라벨과 용량 표기가 부정확하거나, 활성 성분 함량이 허위 기재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허가된 효능과 효과를 벗어난 목적과 임의의 용법·용량으로 사용될수록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근거도 사라진다.

 

특히 주사제 형태를 비의료인이 자가 투여하는 과정에서는 감염과 조직 손상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멸균이 확인되지 않은 주사기와 주사액을 사용할 경우 세균 감염과 패혈증 등 전신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반복적인 근육 주사는 국소 염증과 섬유화,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주사 치료는 무균 환경과 감염 관리 프로토콜, 응급 대응 체계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불법 자가 주사는 구조적으로 같은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 익명 메시지 앱, 해외 배송 대행 등을 통해 스테로이드와 에페드린을 포함한 전문의약품이 유통되는 사례가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규제기관은 스포츠 도핑과 미용 목적 스테로이드 남용을 고위험 영역으로 분류하고 단속을 강화하는 추세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속과 처벌뿐 아니라, 헬스·피트니스 분야 종사자 교육과 소비자 대상 위험성 정보 제공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자체와의 공조를 통해 스테로이드와 에페드린 주사제 불법 유통 단속을 지속하겠다고 예고했다. 향후에는 온라인 모니터링과 국제 공조 수사, 유통 경로 차단과 병행한 수요 억제 전략 등이 추가 과제로 거론된다. 산업계와 의료계에서는 전문의약품 관리와 건강 정보 교육이 균형을 이룰 때, 불법 의약품 시장을 줄이고 합법적인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이 이번 조치를 계기로 실질적인 수요 차단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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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스테로이드#에페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