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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V백신 아렉스비 50대 고위험군 확대…GSK, 성인 하기도질환 차단 속도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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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RSV 예방 백신이 국내에서 50대 고위험군까지 접종 연령을 넓히며 성인 하기도 감염 관리 전략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만성질환을 가진 중장년층은 그동안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에 비해 RSV 예방 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허가를 RSV 성인 백신 시장의 조기 확대 신호탄으로 보면서, 향후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맞물려 접종 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GSK는 RSV 백신 아렉스비가 50세 이상 59세 이하 성인 가운데 RSV로 인한 하기도 질환 RSV LRTD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60세 이상 성인 허가 이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50대 만성질환자까지 접종 대상이 넓어지면서 성인 RSV 예방 전략의 연령대가 한 단계 낮아진 셈이다.

RSV 감염 고위험군에는 만성 폐질환 등 만성 호흡기 질환자, 만성 심혈관 질환자, 말기 신장 질환자, 당뇨병 환자, 요양원이나 요양시설 거주자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상기도 감염에서 시작된 RSV가 하기도로 내려가 폐렴 등 RSV LRTD로 진행할 확률이 높고, 입원과 중환자실 치료, 심한 경우 사망까지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이번 적응증 확대는 50~59세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연구에서 아렉스비는 해당 연령대 만성질환자에게서 60세 이상 성인군과 비교해 면역원성의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비열등성은 신규 대상 연령군에서 유도된 항체 반응이 기존 허가 연령군과 통계적으로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연령을 낮춰 적응증을 확대할 때 규제기관이 중점적으로 보는 지표다.

 

기존에 6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수행된 임상연구에서 아렉스비는 RSV LRTD에 대해 82.6퍼센트 예방 효과를 보였다. 특히 동반질환을 1개 이상 가진 60세 이상 고위험군에서는 예방 효과가 94.6퍼센트까지 높게 나타났다. 바이러스 노출 시 하기도질환으로 진행되는 비율을 큰 폭으로 줄였다는 점에서, 만성질환을 가진 50대에게도 유사한 보호 효과가 기대된다는 평가다.

 

RSV 감염증은 인플루엔자, 코로나19와 함께 법정 4급 감염병으로 분류되는 급성 호흡기 감염질환이다. 국내에서는 보통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집중 유행하며, 인플루엔자에 버금가는 전파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행기에는 감염자 한 명이 주변인 약 3명을 추가로 감염시킬 수 있을 정도다. 연령에 상관없이 발생하지만, 고령층과 기저질환자는 단순 상기도 감염을 넘어 하기도질환, 폐렴, 급성 호흡부전 등 중증 합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국내 성인 RSV 백신 시장은 고령층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번 허가를 계기로 중장년 만성질환자층이 새로운 주요 접종 그룹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당뇨, 심부전,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만성질환을 여러 개 가진 50대가 늘어나는 인구 구조를 감안하면, 겨울철 인플루엔자와 함께 RSV 예방 접종을 고려하는 병원과 환자가 동시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성인 RSV 백신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RSV 백신 접종 프로그램이 속속 도입되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고위험 성인군을 겨울철 정기 예방 접종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렉스비의 적응증 확대를 계기로 건강보험 적용, 국가예방접종사업 편입 여부 등 정책 논의가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RSV 백신 사용에는 국내 감염병 정책과의 정합성도 중요 변수다. RSV는 현재 계절성 유행 패턴이 뚜렷해,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기와의 조율이 필요하다. 조성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초겨울 RSV 입원 환자 증가 추세를 언급하며 지금이 RSV 예방 접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렉스비는 불활화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과의 동시 접종이 가능해, 외래 방문 1회로 두 가지 감염병을 동시에 예방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 만성질환자의 RSV 예방 공백을 메우는 것이 향후 겨울철 호흡기질환 병상 부담을 줄이는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조성연 교수는 만성질환을 가진 중장년층에서 RSV 감염이 폐렴과 중환자실 입원,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 50~59세 고위험군 접종 연령 확대가 질환 부담을 줄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60세 이상과 비교해 비열등한 수준의 면역반응과 안전성 프로파일이 확인된 만큼, 50대 고위험군 성인의 RSV 예방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아렉스비의 적응증 확대가 향후 성인 RSV 백신 시장 형성 속도를 앞당길 수 있는 계기라고 본다. 다만 접종 비용 부담, 보험 적용 범위, 의료현장의 인식 제고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임상 근거와 실제 접종 데이터를 축적하는 한편, 고위험군 선별과 접종 권고 기준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RSV 백신이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백신처럼 계절성 필수 예방 전략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가 향후 시장과 정책 방향을 가를 전망이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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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렉스비#gsk#rsv백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