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으로 통일교·민중기 수사”…국민의힘, 민주당 겨냥 특검 카드로 압박
특검 정국을 둘러싼 여야의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통일교 관련 정치자금 의혹과 민중기 특별검사 수사 은폐 의혹을 겨냥한 이른바 쌍특검 법안을 내걸며 더불어민주당을 정면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2차 종합 특검과 맞물려 정국이 특검 공방의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통일교와 더불어민주당 간 유착 의혹을 규명한다는 통일교-민주당 게이트 특검법과 민중기 특검 수사 은폐 의혹을 겨냥한 민중기 특검에 대한 특검법 등 두 개의 특검 법안 내용을 공개했다. 여당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통일교-민주당 유착 사건을 둘러싼 민중기 특검의 수사 은폐 의혹을 동시에 파헤치겠다는 구상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쌍특검 법안 초안을 설명하며 민주당을 향해 수용을 촉구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준비한 특검 법안으로 개혁신당을 비롯한 야당과 곧바로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며 야당과의 긴밀한 조율을 거쳐 특검 법안을 마무리해 조만간 공식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의석수 열세를 감안해 개혁신당과의 공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국민의힘이 공개한 특검법안에는 임명 지연과 수사 축소를 막기 위한 장치도 담겼다. 대통령이 속하지 않은 교섭단체가 특별검사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해 대통령 영향력을 차단하고, 대통령이 법이 정한 기한 안에 임명을 하지 않을 경우 특별검사가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을 넣었다. 또 특별검사에게 충분한 인력과 권한을 부여하고 수사 기간을 최대 150일까지 보장하되, 그 기간 공소시효를 정지하도록 해 수사 대상자들의 시간 끌기 가능성을 차단했다.
수사 범위도 폭넓게 설정했다. 국민의힘은 통일교-더불어민주당 불법 금품 수수 의혹, 민중기 특검의 수사 은폐·조작 의혹, 대통령과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회동 및 로비 의혹, 양평군 공무원 사망 사건 의혹, 민중기 특검의 자본시장 교란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여권은 야권이 임명한 민중기 특검뿐 아니라 대통령과 통일교 총재 간 회동 의혹까지 포함시키며 정국 전반에 걸친 진상 규명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통일교 연루 의혹이 불거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는 법안에 포함되지 않아 편파 논란 소지를 남겼다. 통일교 관련 정치자금 의혹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기된 상황에서 여권 인사는 수사 대상에서 빠진 만큼 야권의 역공 가능성도 커졌다는 관측이 뒤따랐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쌍특검 법안 추진을 위해 개혁신당과의 공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와 금주 중 특검법안 협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을 합쳐도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면 특검법 통과가 어렵지만, 국민이 특검 이유가 충분하다는 여론이 형성되면 더불어민주당이 받아들일 것이라며 국민에게 부당함을 충분히 알리겠다고 말했다. 국회 수 싸움에서 밀리는 만큼 여론전을 병행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은 쌍특검 추진과 별개로 민주당 책임론을 부각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여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임명한 조은석 내란 특검 수사를 편향 수사라고 규정하며, 민주당이 통일교 게이트 특검 요구를 피하려고 2차 종합 특검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란 혐의 관련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내란 특검과 통일교 의혹 특검을 맞바꾸려는 민주당의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는 취지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3대 특검이 종료되면 2차 종합 특검을 반드시 추진한다고 공언하면서 정작 전국을 뒤흔들고 있는 통일교발 정치 자금 의혹에 대한 특검에 대해서는 정치 공세라 일축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통일교와 더불어민주당 간 정치 자금 의혹에는 전현직 장관급 이사와 대통령 최측근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이 꼭 필요하다며 국민적 요구가 커지는 양 특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침묵이 길어질수록 의혹을 커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조은석 내란 특검을 향한 법적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여당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조은석 특검이 특검법 개정안 시행 전부터 플리바게닝, 유죄협상 시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관련 경위 전반에 대한 감찰과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사정당국의 조치를 촉구했다.
조배숙 국민의힘 사법정의수호 및 독재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플리바게닝 조항은 내란특검법 개정안에 포함돼 9월 26일 시행됐는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특검이 그 이전부터 감형을 제안하며 진술을 유도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련 진술과 조사 과정에 대한 기록을 전면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조 위원장은 특위가 향후 이런 기록을 확인하기 위한 법적 조치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통일교 특검을 정치 공세로 규정하며 거리를 두고 있어 여야 간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야권은 2차 종합 특검을 통해 3대 특검 수사를 재점검하겠다는 입장이고, 여당은 통일교 게이트와 민중기 특검 의혹을 특검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특검 구도 자체를 둘러싼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는 향후 정기국회와 임시국회에서 쌍특검 법안과 2차 종합 특검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여야가 특검 법안 처리 방식과 수사 범위를 둘러싸고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정국은 장기간 특검 공방에 매여 입법과 민생 현안 논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은 특검 추진 방향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