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 이니셔티브로 한강·나일 잇겠다”…이재명, 한중동 상생 비전 제시

한반도 평화 구상과 중동 협력 전략을 둘러싼 외교전이 본격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집트 카이로대학 연설에서 한중동 상생의 새 틀을 제시하며, 중동과 한반도를 잇는 포괄적 비전을 내놨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현지시간 이집트를 공식 방문해 카이로대학에서 연설을 갖고 중동과 대한민국의 공동 비전으로 샤인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그는 이를 토대로 중동과 한반도가 상생하는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샤인 이니셔티브는 다섯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그는 S는 안정, H는 조화, I는 혁신, N은 네트워크, E는 교육을 뜻한다고 소개했다. 특히 안정과 조화를 한반도와 중동의 평화를 구축하는 원칙으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 구상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는 남북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가고자 한다며 남북 간 교류·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북미 사이를 비롯한 북한과 국제사회의 관계 정상화 노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단계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이러한 구상에 확고한 지지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한국이 2007년 레바논에 동명부대를 파병하는 등 중동 평화에 기여해 왔다고 상기하며,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문제의 건설적 해결에도 뜻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가자 사태를 언급하며 인도적 연대도 부각했다. 그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가자 사태를 함께 극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이집트 적신월사에 1천만불을 새로 기여하는 등 중동에서도 연대의 가치를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신월사는 아랍권에서 적십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구호단체다.

경제 협력 분야에서는 혁신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 건설 분야에서의 협력을 공고히 하는 한편 인공지능, 수소 등 혁신 분야로 협력의 지평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 이집트 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이른바 CEPA 체결을 포함해 자유무역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 발전 과정에서 중동의 역할을 거듭 상기시켰다. 대규모 건설 수주나 원유 도입이 없었다면 세계 10위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었다며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초고속 압축 성장은 중동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성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대한민국이 나일강의 기적에 기여할 차례라고 역설했다.

인적 교류 확대를 위한 네트워크와 교육 강화 구상도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더 많은 이집트 학생이 한국으로 유학 올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넓힐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중동 전문가를 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문화 교류의 지평은 더 넓어질 것이라며 최근 개관한 이집트 대박물관과 대한민국 국립중앙박물관이 다양한 협력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설 말미에는 청년 세대를 향한 메시지도 담겼다. 이 대통령은 사실 샤인 이니셔티브의 핵심은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여러분의 꿈이 두 나라의 미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강의 기적과 나일강의 기적을 하나로 잇는 미래의 주인공은 바로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이라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의 도입과 마무리에서 아랍어 인사를 사용하며 현지 정서를 고려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시작에 앗 살람 알라이쿰이라고 인사한 데 이어 연설을 슈크란 가질란이라는 감사 인사로 마무리했다.

정부는 샤인 이니셔티브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 구상과 중동 협력 확대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가 CEPA 협상 추진과 개발 협력, 인적 교류 확대 방안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회는 관련 협정과 재정 지원을 둘러싼 논의를 다음 회기에서 본격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