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항공사고 조사 완전 독립 필요”…유족, 제주항공 참사 진상 규명 촉구

송우진 기자
입력

항공사고 조사 방식과 정보 공개를 두고 국회와 유족이 맞붙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이 국토교통부 소속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를 완전 분리하고, 모든 사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유족에게 제공할 것을 촉구하며 정치권 공방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국감 증인 출석 문제까지 겹치며 진상 규명의 갈림길에 선 모습이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김유진 대표는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의 질의에 “국회가 직접 나서 사고조사위원회를 국토부로부터 독립해 달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국토부의 잘못을 국토부 소속 기구가 조사하는 이 구조적 모순을 끝내 달라”며 “더불어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할 때까지 사고조사위의 조사 중지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참사 발생 초기부터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셀프 조사’ 논란을 지적하며, 조사기구를 국무총리실 등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국토부가 지난 4월 내놓은 항공 안전 혁신 대책에는 해당 개혁 방안이 빠져, 유족과의 갈등이 이어져 왔다.

 

사고 관련 핵심 정보의 투명한 공개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조종실음성기록장치, 비행자료기록장치, 관제·정비 기록 등 핵심 데이터를 반드시 서면으로 명확히 통보해 달라”며 “국민은 이미 10개월을 기다렸고, 내 가족이 돌아가신 이유라도 알고 싶다는 그 당연한 요구조차 울부짖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증인 출석 논란도 정국의 또 다른 불씨가 되고 있다. 김유진 대표는 이날 국감장에 제주항공 김이배 대표와 항철위 사고조사단장 등이 불참한 점을 들어 “참사의 책임자들이 모두 빠진 자리에서 왜 저 혼자 이 자리에 서 있나. 제주항공 대표가 증인에서 빠지고 제가 참고인으로 대신 온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이배 대표는 당초 이날 국토위 증인으로 채택됐다가 철회됐다.

 

유족들은 오는 29일 종합감사에는 김이배 대표와 사조위 조사단장의 출석을 공식 요청했다. “국민 앞에서 진실을 말할 사람은 제가 아닌 바로 그들”이라는 김 대표의 발언에 국토교통위원회 맹성규 위원장도 “종감 때 협의에 나서달라”고 여야 간사들에게 요청했다.

 

정치권의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항철위의 조사 중단, 중간보고서 발표 전 유족 대상 정보 공개, 조사위원회 소속 변경 등 유족이 제기한 3가지 요구에 대해 “다음 달 10일까지 경과 내용을 직접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국회는 항공사고 조사 독립성과 정보공개 의제, 책임자 증인 출석 문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정치권은 제주항공 참사 진상 규명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송우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김유진#제주항공#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