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장 초반 3대 하락…미 기술주 급락에 4,000선 하루 만에 반납
미국 기술주 급락과 인공지능 AI 거품 논란이 재부각되며 21일 국내 증시가 장 초반부터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전날 엔비디아 호실적을 계기로 회복했던 코스피 4,000선이 하루 만에 다시 무너지면서, 단기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증권가는 그간 가파르게 오른 반도체와 IT 업종을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고 있다며 보수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오전 9시 21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7.75포인트 3.19 퍼센트 떨어진 3,877.10을 기록했다. 장 시작 직후 96.15포인트 2.40 퍼센트 하락한 3,908.70에 출발한 뒤 시간이 흐를수록 낙폭을 키웠다. 전날 코스피는 엔비디아의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 발표를 계기로 1.92 퍼센트 상승하며 사흘 만에 4,000선을 회복했지만, 4,000선 위를 다시 내주며 하루 만에 되돌림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1.82포인트 2.45 퍼센트 내린 870.12를 나타냈다. 장 초반 24.49포인트 2.75 퍼센트 하락한 867.45에서 출발한 뒤 낙폭을 소폭 줄인 상태다. 대형주와 중소형주 구분 없이 성장주 전반에 매도 압력이 퍼지는 양상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7,77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개인은 6,155억 원, 기관은 1,450억 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하며 외국인 물량을 받아내는 구도다. 선물시장에서는 양상이 다르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에서 1,161억 원 규모로 순매수에 나서 현물과 선물에서 서로 다른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는 반도체와 전기전자 업종 조정이 두드러졌다. SK하이닉스는 7.71 퍼센트 급락해 주가가 52만 원대로 밀려났고, 삼성전자는 3.78 퍼센트 하락하며 전날 회복했던 10만 전자를 하루 만에 반납하고 9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그간 AI 수혜 기대를 반영해 급등하던 대표 종목들이 되돌림 압력을 받고 있는 셈이다.
2차전지와 자동차, 방산 등 다른 주도 업종도 약세 흐름을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이 3.17 퍼센트 내렸고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1.34 퍼센트, 0.09 퍼센트 하락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5.41 퍼센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02 퍼센트 떨어지는 등 방산·에너지 대표주도 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시가총액 상위주 가운데에서는 삼성화재가 0.54 퍼센트, KT&G가 0.56 퍼센트 오르며 제한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정도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대부분의 업종이 약세다. 정보기술 업종 지수가 11.48 퍼센트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고, 전기전자 5.77 퍼센트, 의료정밀 4.49 퍼센트, 전기가스 1.02 퍼센트, 제약 0.75 퍼센트 등 주요 업종이 일제히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AI 관련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되면서 IT 전반이 동반 압박을 받는 구조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수급 불안이 확인되고 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262억 원, 128억 원 규모로 순매도에 나선 반면 외국인은 444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코스피와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에서는 2차전지와 바이오주 중심으로 하락세가 나타났다. 에코프로비엠은 3.86 퍼센트, 에코프로는 2.71 퍼센트 각각 하락했고, 알테오젠 3.14 퍼센트, 에이비엘바이오 0.85 퍼센트, 펩트론 3.24 퍼센트 등도 약세를 기록했다. 반면 코오롱티슈진은 2.40 퍼센트, 젬백스는 2.18 퍼센트 오르며 일부 개별 종목에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는 모습이다.
대외 환경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AI 관련 자산 가격 부담이 부각되며 주요 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지수는 2.16 퍼센트 급락해 3대 지수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77 퍼센트 떨어지며 글로벌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위험회피 심리를 키웠다. 대표 AI 관련주인 엔비디아는 전날 깜짝 실적 발표 이후 3.15 퍼센트 하락하며 차익실현 매물을 맞았다.
미 연방준비제도 당국자의 자산가치 경고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주식, 회사채, 레버리지 론, 주택 등 여러 자산 시장에서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기준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쿡 이사는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위험이 커졌다고 언급하며 금융 자산 급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통화정책 완화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환율도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반영했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5원 오른 1,472.4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주식시장 불안과 맞물리며 달러 강세·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 압력이 추가로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내 증시 전망과 관련해 증권가는 단기 급등에 따른 되돌림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국내 증시가 전날 엔비디아 깜짝 실적에 따른 상승분을 반납하는 흐름을 보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연구원은 특히 AI·반도체 등 고평가 논란이 있는 성장주를 중심으로 증시 전반의 일간 변동성이 상당 수준 확대될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통화정책 방향과 AI 관련 실적 모멘텀 지속 여부에 따라 향후 증시 흐름이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오는 주요 경제지표와 중앙은행 발언 등을 주시하며 관망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