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민투표법 미개정은 입법부 역할 방기”…조국, 우원식에 개헌·정치개혁 압박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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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구조 개편과 선거제도 수술을 둘러싼 요구와 국회의 시간표가 다시 부딪혔다. 제22대 국회가 출범한 지 반년이 지나도록 개헌 논의와 국민투표법 개정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신임 원내 3당 지도부가 직접 국회의장실을 찾아 압박 수위를 높였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헌법 개정과 국민투표법 개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지난 23일 당 대표에 복귀한 뒤 국회 상층부와의 첫 공식 접촉이었다.

조국 대표는 개헌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있음에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겨냥했다. 그는 "개헌특위는 마련됐지만 가동되지 않고 국민투표법은 벌써 개정됐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입법부의 역할 방기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치 제도 개편 논의가 22대 총선 전부터 거론됐음에도 실질적 진전이 없다는 비판이다.

 

조국 대표는 전면 개헌이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부분 개헌부터 추진하자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의장님도 과거에 말씀하셨지만 전면 개헌이 안 되면 원 포인트 개헌이라도 빨리 하자"며 "헌법 전문 개정, 지방분권 공화국 헌법 1조 명시 등 여야 견해차가 크지 않은 사안부터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개혁 과제도 별도로 꺼냈다. 조국 대표는 지난 대선 전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4개 진보 정당과 더불어민주당이 합의했던 정치개혁안을 언급하며, 교섭단체 기준 완화 등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그는 "다양화하고 다원화되는 게 민주주의 아니겠나"라며 "이재명 정부의 기반을 공고히 하고 성공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의장님이 주도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당제 강화를 통해 대통령 지지 기반을 넓히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우원식 의장은 조국 대표의 취임을 축하하면서도, 개헌 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먼저 강조했다. 우 의장은 "국정안정, 민생 개혁을 위한 역할을 원내 3당 조국혁신당이 더 잘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한 뒤, 개헌 요구에 대해 "개헌에 대해 절차적인 문제가 선행돼야 하고 그중에서도 헌법 질서의 완결성, 국민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서는 국민투표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혁신당도 원내에서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다뤄주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개헌 논의의 출발점을 국민투표법 개정에서 찾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국민투표법은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 투표권 제한 등을 문제 삼아 2014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국회에서 장기간 개정 논의가 이어졌지만, 여야 이견으로 처리되지 못한 상태다. 조국 대표와 우 의장 모두 개정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보였으나, 국회 내 쟁점 정리와 합의까지는 상당한 정치적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국 대표는 이날 우 의장 면담에 이어 여권과 제1야당 핵심 인사들도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그는 26일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차례로 만나 정국 현안과 당정 관계를 논의할 계획이다. 대통령실과 제1야당을 잇는 조정자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동시에 독자 노선을 모색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국혁신당 내부에서는 당정 간 긴장 관계 속에서 새로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겠다는 구상도 드러났다. 박병언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묘한 당·청 사이에 긴장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런 부분에서 국민 입장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게 더 좋은지 충분히 의견을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 제1야당 사이에서 조국혁신당이 균형추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다.

 

다만 정청래 대표와의 첫 회동에서는 정치개혁 관련 구체 논의는 뒤로 미뤄질 전망이다. 박 대변인은 "정치개혁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정치개혁과 관련한 대선 전 합의를 왜 민주당이 이행하지 않는가에 대한 고민을 모아가고 있다"며 "(정치개혁안) 수용을 촉구하는 것은 추가로 만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을 향해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조국 대표가 원내 3당 대표로 공식 복귀한 지 사흘 만에 국회의장, 대통령실 정무수석, 제1야당 대표와 연쇄 회동에 나서면서, 개헌과 정치개혁을 둘러싼 여야 협상 구도도 재편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회는 향후 본회의와 개헌특위를 통해 국민투표법 개정과 개헌 논의를 병행할지 여부를 놓고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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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우원식#조국혁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