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코인거래액 하루새 26.8% 급감”…연준 긴축 기조에 가상자산 투자심리 위축

신도현 기자
입력

11월 19일(현지시각)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 등 주요 코인 가격이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국내 거래소 하루 거래대금이 25% 이상 줄어드는 조정 장세가 연출됐다. 뉴욕 증시 변동성 확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 약화가 겹치며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눈에 띄게 위축된 흐름이다. 다만 일부 중소형 알트코인과 파이코인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로테이션 수급도 관측돼, 단기 조정과 차별화 장세가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이다.

 

코인마켓캡 집계에 따르면 11월 20일 오전 7시 기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주요 거래소의 최근 24시간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4조 1,33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일보다 1조 5,168억원 줄어 26.8% 급감한 수치다. 거래소별로는 업비트가 2조 5,046억원으로 전체의 60.6%를 차지했고, 빗썸 1조 4,492억원(35.1%), 코인원 1,498억원(3.6%), 코빗 3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대형 거래소 중심 구조는 유지됐지만, 전반적인 거래 위축이 뚜렷하게 드러난 셈이다.

[그래프] 국내 코인거래소 하루거래액 추이
[그래프] 국내 코인거래소 하루거래액 추이

종목별로는 여전히 소수 대형 코인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업비트 기준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거래대금 1위는 리플 XRP로, 5,446억원이 거래됐고 가격은 3,120원으로 4.99%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3,872억원 규모가 손바뀜하며 1억 3,513만1,000원, 1.90% 하락을 기록했고, 이더리움은 3,588억원 거래에 445만4,000원으로 3.74% 내려 비트코인보다 조정 폭이 컸다. 솔라나·도지코인·에이다 등 주요 알트코인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이 같은 약세장 속에서도 테더·월렛커넥트·쎄타퓨엘 등 일부 종목은 1~1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형 코인에서 중소형 알트코인으로 자금 일부가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단기 변동성이 큰 종목을 선호하는 로테이션 트레이드가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빗썸에서도 테더가 가장 많은 거래를 기록했고, 리플 XRP·비트코인·이더리움·솔라나·도지코인이 뒤를 이었다. 양대 거래소 모두에서 리플 XRP·비트코인·이더리움·도지코인이 공통으로 상위권을 차지해 국내 투자심리가 소수 대형 종목 중심으로 고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시장 구도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분위기다. 코인 시가총액 순위를 보면 1위 비트코인, 2위 이더리움, 3위 테더, 4위 리플 XRP, 5위 비앤비, 6위 솔라나, 7위 유에스디코인, 8위 트론, 9위 도지코인, 10위 에이다 순이다. 상위권에 스테이블코인인 테더와 유에스디코인이 포진한 가운데 리플 XRP와 도지코인이 포함된 구도는,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결제·송금·헤지 수단에 대한 수요가 동시에 부각되는 구조를 반영한다. 코인힐스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비트코인의 법정통화별 거래 비중은 미국 달러가 약 57%로 1위를 기록했고, 일본 엔·한국 원·유로가 뒤를 이어 미 달러 중심의 유동성 축이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흐름만 놓고 보면 가상자산 시장은 최근 한 달 사이 명확한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11월 19일 1억 3,510만원으로 전일 대비 265만원(1.92%) 내렸고, 10월 8일 기록했던 1억 7,801만원 고점 대비로는 20% 이상 밀린 상태다. 이 구간에서 단기 레버리지 포지션 강제 청산과 차익 실현 매물이 동시에 출회되며 변동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더리움 역시 같은 기간 더 가파른 조정을 겪었다. 현재가는 445만원 안팎으로 전일 대비 3%대 하락했고, 50일 최고가였던 667만2,000원에서 상당 폭 되돌림을 거쳤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 쏠린 자금이 이더리움 유입을 일부 잠식한 가운데, 최근 한 달간 디파이 예치자산(TVL) 감소와 온체인 활동 둔화가 겹치며 상대적 부진이 두드러진 모습이다. 다만 덴쿤 업그레이드 이후 2층 롤업 체인의 데이터 비용이 크게 낮아지며 수수료 구조가 개선된 점, 기관 중심 스테이킹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이더리움 유통 물량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알트코인 가운데 도지코인과 리플 XRP의 조정도 눈에 띈다. 도지코인은 11월 19일 기준 229원으로 전일 대비 4.58% 하락했다. 최근 50일 최고가인 379원을 한 차례 테스트한 뒤 220원대 초반까지 밀렸다가 11월 17일 228원 부근에서 단기 저점을 형성한 이후 제한적인 반등에 그치는 양상이다. 리플 XRP는 같은 날 3,111원으로 전일 대비 5.27% 떨어져 대형 코인 중 낙폭이 가장 컸다. 10월 3일 4,311원까지 치솟았던 가격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 마무리 기대, 현물 ETF 논의, 기관 매집 등 호재가 선반영된 뒤 3,000원 초반대로 되돌림을 마친 상태다.

 

온체인 데이터는 리플 XRP를 둘러싼 수급 엇갈림을 보여준다. 단기적으로는 장·단기 보유자 지갑에서 9,000만 개 이상이 순유출되며 차익 실현이 이어지고 있지만, 1억~10억 개를 보유한 ‘메가 고래’ 주소들이 10월 중순 이후 약 12억7,000만 개를 추가 매집한 정황도 포착됐다. 상단 구간에서 기존 투자자 매물이 쏟아지는 한편, 대형 투자자가 ETF 승인과 규제 리스크 완화에 베팅하며 물량을 흡수하는 구도가 형성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파이코인은 코인마켓캡 기준 전일 대비 4.38% 상승한 348.1원에 거래되는 등 대형 코인 약세 속에서도 선택적인 ‘테마형 수급’을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업비트 상위 거래 종목 중 월렛커넥트·쎄타퓨엘 등 특정 알트코인이 두 자릿수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XRP·도지코인 등 기축 코인 가격이 흔들리는 동안, 자금 일부가 단기 변동성이 큰 중소형 알트로 이동하며 다음 상승 사이클에 대비한 로테이션을 시도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글로벌 거시환경과 뉴욕 증시 흐름 역시 코인 시장 변동성 확대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인공지능 버블 논란과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기대 후퇴가 겹치며 장중 큰 폭으로 출렁였다. 장 마감은 다우존스·S&P500·나스닥 등 3대 지수가 동반 강세로 끝났지만, 미 노동통계국(BLS)의 10월 고용보고서 발표 취소와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의 매파적 메시지가 전해지자 한때 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연준의 12월 25bp 인하 가능성은 선물시장에서 50%대에서 30%대 초반으로 떨어졌고, 변동성 지수(VIX)는 4% 넘게 급등해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불안 심리가 여전함을 시사했다.

 

이 같은 환경은 11월 초 이후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XRP 등 주요 코인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경기 둔화와 물가 부담이 동시에 부각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리스크에 따른 유동성 경색 공포, 탈중앙금융(DeFi) 프로토콜 해킹 사고 등이 겹치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순유입 속도가 둔화되고 일부 기간에는 순유출까지 발생하면서, 시세가 상하단을 크게 흔드는 널뛰기 장세가 연출됐다는 평가다. 비트코인은 월간 기준 약 10% 안팎 조정을 받았고,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공포·탐욕 지수’도 극단적 공포 구간으로 밀려난 상태다.

 

그럼에도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향후 추가 완화 기대는 비트코인에 일정 부분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 인하는 달러 약세와 채권 수익률 하락을 통해 위험자산 매수를 자극하는 만큼, 비트코인을 ‘디지털 위험자산이자 디지털 금’으로 보는 기관 투자자 입장에선 중장기 매수 논리를 유지하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 실제로 2025년 들어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누적 자금이 유입돼 가격 상승을 견인했고, 최근 한 달 조정 구간에서도 일부 기관·고래 투자자는 비트코인 수익 실현 이후 솔라나 등 대체 레이어1 자산으로 자금을 옮기는 로테이션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이더리움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비트코인에 비해 약세가 두드러지지만, 구조적 펀더멘털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많다. 덴쿤 업그레이드 이후 2층 롤업 체인의 데이터 비용이 크게 하락하면서 네트워크 수수료가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떨어졌고, 기관 중심 스테이킹 잔고는 꾸준히 늘며 유통 공급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수수료 인하로 수수료 소각에 따른 공급 축소 메커니즘이 다소 약해지면서, 이른바 ‘울트라 사운드 머니’ 내러티브가 단기적으로 힘이 빠진 측면이 있다. 디파이 TVL 감소와 온체인 활동 둔화, 일부 프로토콜 보안 이슈 등도 단기 매물 부담을 키우는 요소로 거론된다.

 

리플 XRP는 가격보다는 구조적 이슈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 한 달이었다. SEC와 리플랩스 간 소송전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확산되면서, 현물 XRP ETF 상장과 기관 매수 확대 기대가 중장기 호재로 부각되고 있다. 일부 분석사는 현물 ETF 승인 시 리플 XRP가 3~5달러, 낙관 시에는 5~7달러까지 상승 잠재력이 있다고 보지만, 소송 이후 규제 환경과 시장 유동성에 따라 실제 실현 가능성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단기적으로는 내부자 매도와 거래소 보유량 변동 등 수급 요인이 가격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구간이 이어지고 있다.

 

종합하면 최근 한 달간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XRP·도지코인 가격 조정은 매크로 악재와 해킹 이슈, 차익 실현·레버리지 청산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동시에 현물 ETF를 통한 제도권 자금 유입, 이더리움 업그레이드와 롤업 생태계 확장, 리플 XRP 규제 불확실성 완화 기대 등 구조적 재료도 함께 작동하고 있다. 코인마켓캡과 국내 데이터가 보여주듯 하루 새 거래액이 26.8% 줄어든 상황은 위험 회피 심리가 여전히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지만, 일부 알트·테마 종목으로 자금이 회전하는 움직임은 다음 상승 사이클을 준비하는 ‘숨 고르기’ 국면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시장 참가자 입장에서는 공격적 레버리지 확대보다는 방어적 포지셔닝과 단계적 분할 매수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비트코인은 1억 3,500만원 안팎 지지 여부와 1억 5,000만~1억 6,000만원대 재진입 가능성, 이더리움은 400만~450만원 구간 방어와 거래대금 회복, 리플 XRP는 3,000원대 초반 지지선과 ETF·소송 관련 이벤트 진행 상황이 주요 체크 포인트로 꼽힌다. 단기 급락 이후 변동성이 극대화된 만큼, 가격 레벨 회복과 거래대금 동반 확대 등 저점 추세 전환 신호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포지션 규모를 줄이고, ETF 자금 흐름·연준 금리 경로·글로벌 위험자산 방향성을 함께 주시하는 리스크 관리 우선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사회는 가상자산 시장이 이번 조정 국면을 지나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지 주목하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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