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지 견인 속 판매 보합세”기아, SUV·전동화 확대전략→체질점검
기아가 11월 글로벌 시장에서 소폭의 역성장을 기록하며 정체 국면을 드러냈다. 다만 판매 구조의 중심축이 레저용 차량 중심으로 굳어지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전동화 라인업을 앞세운 체질 전환이 가속하면서 향후 수익성과 제품 믹스 개선이 병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 속에서 기아가 선택한 방향이 양적 팽창보다 질적 성장에 가까운 구도라는 해석도 힘을 얻고 있다.
기아가 1일 발표한 2024년 11월 판매 실적에 따르면, 회사는 국내 4만7천925대, 해외 21만4천140대를 합쳐 총 26만2천65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내수는 0.6% 줄었고 해외 판매는 0.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판매는 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에서 보여온 꾸준한 성장 기조가 잠시 숨을 고르는 양상으로, 전체 업계가 겪는 고금리·고물가 환경과 일부 지역의 수요 피로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차종별로는 스포티지가 4만9천351대를 기록하며 국내외를 통틀어 기아의 최다 판매 모델로 자리했다. 이어 쏘렌토가 2만5천282대, 셀토스가 2만2천293대를 기록하며 기아의 글로벌 볼륨을 받쳤다. 스포티지와 셀토스는 전략형 글로벌 모델로서 신흥시장과 선진시장을 동시에 아우르고, 쏘렌토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 시장에서 상위권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브랜드 수익성에 기여하는 구조가 재확인된 셈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승용, 레저용 차량, 상용차 간 수요 분포가 보다 뚜렷하게 갈렸다. 승용 모델은 총 1만2천600대가 판매됐고, 이 가운데 레이가 4천216대로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이어 K5가 3천827대, K8이 2천569대로 뒤를 이었다. 경형·중형·준대형 세단이 각각 뚜렷한 수요층을 확보하며 기아의 전통적인 승용 라인업을 유지하고 있으나, 내수 승용 시장 전체 비중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에서 구조적 수요 이동이 진행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레저용 차량 부문에서는 쏘렌토가 1만47대, 스포티지가 6천868대, 카니발이 5천305대, 셀토스가 4천640대, 니로가 1천379대를 기록해 모두 합해 3만760대가 판매됐다. 내수 판매에서 레저용 차량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는 구성으로, 국내 소비자 선택이 세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 중심으로 확연히 이동했음을 방증하는 수치다. 카니발과 같은 다목적 차량, 니로와 같은 친환경 스포츠유틸리티차 라인업까지 더해지면서 기아의 국내 포트폴리오는 실용성과 효율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수렴하는 경향을 띤다.
상용차 판매는 봉고Ⅲ 2천814대를 포함해 총 3천896대가 팔렸다. 봉고Ⅲ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국내 상용 수요 기반을 유지하는 핵심 모델로, 경기 변동에 민감한 카테고리임에도 견조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전체 판매에서 상용차 비중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쳐, 기아의 상용차 전략은 볼륨 확대보다 친환경 상용차와 목적 기반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중장기 기획 단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해외 시장에서는 스포티지가 4만2천483대로 최다 판매 모델에 올랐다. 이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인 쏘넷이 1만9천320대, 셀토스가 1만7천653대로 나타났다. 스포티지가 글로벌 전략형 모델로서 북미, 유럽, 신흥시장을 아우르는 판매 축이라면, 쏘넷과 셀토스는 인도와 아세안, 중남미 등 성장 시장에서 경쟁 차종을 상대로 점유율을 확보하는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세단 수요가 감소하는 세계적 추세 속에서 기아의 수출 구조가 소형·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에 집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수 차량은 국내에서 669대, 해외에서 251대 등 총 920대가 판매됐다. 물류, 공공부문, 특수 목적 운송 등에서 꾸준한 수요가 존재하지만,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영역이 향후 목적 기반 모빌리티와 자율주행 상용화 테스트베드로 전환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기아가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특수 차량을 단순한 틈새시장으로 두지 않고, 전동화와 연결된 모빌리티 솔루션의 한 축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기아 관계자는 주요 스포츠유틸리티차 하이브리드 모델과 전기차 EV5, 전동화 기반 목적형 차량 PV5 등 친환경차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판매 개선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에 대한 글로벌 수요 증가, 각국의 환경 규제 강화,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규제와 세제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EV5는 글로벌 대중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 시장에서 기아의 새로운 볼륨 모델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고, PV5는 사업용·물류용 수요를 겨냥한 모듈형 전동화 플랫폼으로 기아의 기업 대상 모빌리티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으로 평가된다.
자동차 산업 분석가들은 기아의 11월 실적이 수치상으로는 소폭 감소를 기록했으나, 판매 구조와 수익성 중심 전략의 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불가피한 조정 국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내연기관 위주의 양적 확장 전략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 중심의 믹스를 강화하면서 단기 볼륨보다 중장기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 제고를 추구하는 구도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향후 EV5와 PV5, 주요 스포츠유틸리티차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가 본격화되는 2025년 전후로 판매 곡선이 다시 상승세를 탈지, 그리고 글로벌 경기 둔화라는 거친 파도 속에서 기아가 전동화와 스포츠유틸리티차 전략으로 얼마나 견고한 방파제를 세울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