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AI A.X K1 공개…SKT, 풀스택 소버린 AI로 글로벌 3강 노린다
국내 통신사가 5000억 매개변수급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을 앞세워 글로벌 AI 경쟁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A.X K1은 한국어와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파운데이션 모델로, 대국민 서비스와 산업 현장 적용을 동시에 겨냥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토종 초거대 AI와 소버린 AI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은 매개변수 5190억개 규모의 초거대 AI 모델 A.X K1을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서 공개한다고 28일 밝혔다. A.X K1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500B급을 넘어선 매개변수 규모를 구현한 모델이다. 학습 단계에서는 5000억개 이상 매개변수를 활용하지만 실제 추론 단계에서는 약 330억개만 활성화되도록 설계해, 초거대 모델의 성능과 중형 모델 수준의 효율성을 동시에 노렸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에 따르면 500B급 이상 모델은 복잡한 수학적 추론, 다국어 이해, 고난이도 코딩, 에이전트 작업 수행에서 소형·중형 모델보다 안정적인 성능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A.X K1 역시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해 대규모 연산 능력과 실사용 효율 간 균형을 중점적으로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기술 구조 측면에서 A.X K1은 학습 단계와 추론 단계를 분리한 계층형 모델 구조에 기반한다. 학습 단계에서는 5190억개 매개변수를 모두 활용해 지식 밀도와 표현력을 극대화한다. 반면 실제 서비스 단계에서는 약 330억개 매개변수만 활성화되도록 제어해 메모리 사용량과 연산 비용을 줄인다. 초거대 파운데이션 모델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데이터센터와 온디바이스 환경 모두에서 구동 가능한 하이브리드 모델 구조에 가깝다.
특히 이번 모델은 처음부터 한국어 중심으로 설계·학습된 것이 핵심 차별점이다. 한국의 문화, 경제, 역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어 데이터 비중을 대폭 늘리고, 국내 이용 환경과 행정·비즈니스 문서 구조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초거대 모델이 영어 기반 범용성에 강점을 가진다면, A.X K1은 한국어와 국내 산업 도메인에서의 정밀한 이해와 응답 품질을 앞세우겠다는 전략이다.
A.X K1의 중요한 활용 축은 에이전트 기능이다. 에이전트 작업은 사용자의 상세 지시 없이도 모델이 이메일 작성, 문서 초안 작성, 일정 조율, 추가 정보 요청 등 일련의 작업을 스스로 기획·수행해 결과를 완성하는 기능을 의미한다. 복잡한 수학적 추론과 다단계 계획 수립, 도메인 지식을 동시에 요구하기 때문에, 500B급 이상의 초거대 모델이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측면에서 SK텔레콤은 A.X K1을 대중용과 B2B 산업용 양축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우선 가입자 1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AI 서비스 에이닷에 A.X K1을 탑재해, 전화와 문자, 웹, 앱 등 기존 채널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모두의 AI 환경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일상 대화형 비서에서 문서·보고서 작성, 고객 응대, 일정 관리 등 다양한 업무 지원까지 범위를 넓혀, 통신 기반 슈퍼앱형 AI 허브를 지향하는 구도다.
동시에 제조, 모빌리티, 교육, 금융 등 산업 현장의 다양한 특화 서비스에 A.X K1을 적용하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 AX, SK브로드밴드 등 관계사를 포함해 약 20여 개 기관이 참여 의향서를 제출해 실제 현장에서 성능 검증과 활용 실험에 나설 예정이다. 반도체 공정 최적화, 에너지 관리, 네트워크 운용, 고객 서비스 자동화 등 그룹 내 계열사를 테스트베드로 삼아 산업용 레퍼런스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SK텔레콤은 A.X K1을 단순한 지식 소비형 모델이 아닌 교사 모델로 규정했다. 70B급 이하 소형·특화 모델들에 지식을 공급하는 디지털 사회간접자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대규모로 학습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다양한 도메인 특화 모델을 파생시키고, 경량 모델에 대한 지식 증류를 통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도 고품질 AI를 구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전략이다. 이 구조가 한국 AI 생태계의 기반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 SK텔레콤의 판단이다.
글로벌 경쟁 구도와 비교하면, SK텔레콤은 A.X K1을 통해 이른바 풀스택 소버린 AI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SKT 정예팀에는 SK텔레콤, 크래프톤, 포티투닷, 리벨리온, 라이너, 셀렉트스타, 서울대학교, KAIST 등 8개 기관이 참여한다. AI 반도체에서 데이터센터, 모델, 서비스에 이르는 전체 밸류체인을 독자 기술로 구축해, 특정 해외 클라우드나 외국 모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미국과 유럽이 자국 데이터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소버린 AI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판 소버린 AI를 표방한形이다.
각 참여 기관은 역할을 나눠 기술 스택을 구성한다. 리벨리온은 국산 신경망처리장치 NPU로 연산 효율성을 담당하고, 포티투닷은 온디바이스 AI 기술로 차량·모바일 등 엣지 환경 범용성을 맡는다. 라이너는 1100만명 이상 글로벌 가입자를 대상으로 쌓아온 전문지식 검색 기술로 정보 검색 정확성을 강화하고, 셀렉트스타는 대규모 데이터 구축과 검증 기술을 통해 학습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인다. 크래프톤은 글로벌 멀티모달 연구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텍스트와 이미지, 음성을 아우르는 확장성을 책임진다.
글로벌 AI 기업들이 자체 초거대 모델과 전용 AI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를 결합해 수직 계열화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SKT 정예팀의 풀스택 전략은 국내 버전의 대응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국가 차원에서 AI 인프라를 공공재에 가깝게 운영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고, 중국 역시 자국 클라우드와 모델을 기반으로 폐쇄형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 SK텔레콤이 교사 모델과 오픈소스를 결합한 혼합 전략을 제시한 것은, 제한된 내수 시장에서도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정책·규제 측면에서는 과기정통부가 주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가 핵심 배경으로 작용한다. 국산 초거대 모델을 전략 기술로 육성해 데이터 주권과 디지털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정부 기조와 맞물린다. 다만 실제 의료·금융·공공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투명성, 데이터 편향성 등 규제 이슈가 불가피한 만큼, 향후 인증 체계와 평가 기준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SK텔레콤은 A.X K1을 국내 AI 기업들에 오픈소스로 개방하고,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를 통해 상용 활용 경로도 제공할 계획이다. 주요 개발자 커뮤니티와 자사 서비스 채널을 통해 모델과 API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국내 기업 전용 AI 에이전트 개발 환경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스타트업이 직접 초거대 모델을 학습하기 어려운 구조를 고려해, 교사 모델을 공용 인프라로 내놓고 그 위에 각사의 특화 서비스가 올라가는 계층형 생태계를 설계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A.X K1의 실제 상용 성능과 비용 구조, 그리고 오픈소스 전략의 범위가 향후 파급력을 가를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초거대 모델과의 정량 비교, 한국어 성능 벤치마크, 산업별 특화 튜닝 결과가 공개되면 국내외 수요도 보다 구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윤 SK텔레콤 파운데이션 모델 담당은 국내 최초 500B급 모델 개발로 글로벌 AI 3강 도약의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평가하며, 국가대표 AI 기업으로서 모두의 AI를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A.X K1과 풀스택 소버린 AI 전략이 실제 시장에 안착해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