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글로벌 존재감 확대”…한국바이오협회, AI·수출로 승부수
K바이오가 기술수출과 인공지능 융합을 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2023년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연간 약 20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기술수출을 기록했다고 강조하며, 2026년을 글로벌 경쟁력 전환의 분기점으로 제시했다. 협회는 특히 신약개발 전주기에서 AI 활용이 본격 확산되는 만큼, 새 정부의 규제 혁신과 투자 환경 개선이 뒷받침돼야 바이오산업이 바이오경제로 확장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글로벌 파이프라인 시장에서 K바이오 위상이 가시화되는 시점으로 보는 분위기다.
2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고한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2023년을 국제 정세와 산업 환경 모두에서 불확실성이 컸던 해로 평가했다. 미국의 의약품 관세 논의와 생물보안법 재추진 등 미국발 통상 환경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바이오기업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대외 변수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기조 변화가 겹치며, 국내 기업들에는 도전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가 전개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국 바이오산업은 의미 있는 수출 성과를 냈다는 점이 강조됐다. 고 회장은 플랫폼 기술, ADC 항체 약물 접합체, 자가면역질환, 비만 치료제 등 다양한 신약 영역에서 국내 기업과 글로벌 제약사 간 협력이 확대됐다고 짚었다. 그 결과 2023년 한 해 동안 약 20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이 이뤄지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파이프라인 수준에서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올리는 계약이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고 회장은 이러한 실적이 일회성 성과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향후 2∼3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6년을 한국 바이오산업의 가능성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전환점으로 제시했다. 기술수출에 그치지 않고 직접 개발, 임상, 생산, 글로벌 상업화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 확보가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첨단 플랫폼 기술과 AI 도입 수준이 기업 간 격차를 가를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바이오와 AI의 결합은 산업 구조를 바꾸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고 회장은 신약 후보물질 탐색과 독성 예측, 최적 용량 설계 등 신약개발 과정에서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동물실험 설계와 분석을 돕는 AI 기반 시뮬레이션, 바이오의약품 제조 공정에서의 설비 이상 탐지와 공정 최적화 알고리즘 등도 대표적인 활용 분야로 지목했다. 그는 AI가 개발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성공 확률 제고에 기여하면서 바이오산업 성장 촉진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I 활용 신약개발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딥마인드 계열의 단백질 구조 예측, 미국 AI 신약개발 기업들의 후보물질 발굴 사례가 제시되며, 신약 파이프라인 초기 단계부터 AI를 결합하는 모델이 확산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다국적 제약사와의 공동연구 계약에 AI 기반 설계와 분석 요소를 포함하는 등 전략을 조정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협회는 이러한 변화에 뒤처질 경우 글로벌 파트너십과 수출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AI와 바이오의 융합 역량 확보를 협회 차원의 핵심 과제로 설정한 상태다.
고 회장은 동시에 정책과 제도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새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규제 개선과 투자 환경 조성, 지속가능한 바이오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는 정책 추진을 주문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허가, 생산, 수출까지 이어지는 전주기에서 데이터 활용과 AI 도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글로벌 수준의 속도전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산업계의 동반자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 정보 제공과 네트워크 구축, 연구 인력과 규제 전문 인력 등 바이오 융합 인재 양성, 중소 바이오기업과 스타트업을 포함한 산업 생태계의 균형 있는 성장을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협회는 이러한 노력이 축적될 경우, K바이오가 단일 산업을 넘어 국가 바이오경제를 이끄는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신년사에서 제시된 방향성이 실제 정책과 투자,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로 연결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