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M 데이터까지 모은다"…아이쿱·대웅, 스마트병상 고도화
병상 단위에서의 실시간 데이터 수집 기술이 입원 환자 관리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아이쿱과 제약사 대웅제약이 병상 모니터링과 연속 혈당 측정 데이터를 결합해 통합 모니터링 체계를 구현하겠다고 나서면서, 병원 현장의 업무 방식과 환자 안전 수준에 어떤 변화가 뒤따를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병동 단위 디지털 전환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이쿱은 8일 대웅제약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실시간 혈당 모니터링 플랫폼 랩커넥트 CGM Live를 대웅제약의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에 탑재하는 방안을 공동 추진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기술 연동과 공동 영업을 병행해 국내 병원 시장 내 통합 병상 관제 솔루션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랩커넥트 CGM Live는 병동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설계된 연속 혈당 측정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 플랫폼으로 2024년 9월 출시됐다. 연속 혈당 측정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자동 전송해 의료진이 전체 관리 환자 목록을 통합 대시보드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특정 환자 혈당이 설정 범위를 이탈하면 이상 혈당 알림을 발생시키고, 고위험 환자만 모아서 볼 수 있는 모아보기 기능, 투약 관리, 환자별 맞춤 알림 등 혈당 치료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대웅제약이 공급 중인 씽크는 병상별로 설치된 모니터와 센서를 통해 심박, 호흡, 체온 등 생체 신호와 각종 장비 데이터를 병원 중앙 시스템에서 통합 관리하는 스마트 병상 관리 플랫폼이다. 대웅제약은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를 신성장축으로 삼고 씽크 중심의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으며, 2024년 3분기 기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누적 매출과 도입 병상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병상 모니터링을 넘어 수집된 생체신호 기반 의료데이터를 전자의무기록 EMR과 연동하는 통합 디지털 병원 환경 구축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이번 기술 결합은 기존 병동 혈당 관리 방식의 한계를 완화하는 대안으로 주목된다. 종전에는 간호 인력이 일정 주기마다 채혈이나 혈당 측정기를 사용해 수동으로 값을 측정하고, 결과를 EMR에 일일이 입력해야 했다. 연속 혈당 모니터링과 병상 모니터링이 따로 운영되면서 환자 상태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야간이나 인력 부족 시기에는 저혈당이나 급격한 혈당 변동을 놓칠 위험도 있었다. 양사 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혈당, 심박, 혈압 등 주요 활력징후를 한 화면에서 동시에 모니터링하고, 위험 패턴을 조기 감지하는 방향으로 고도화가 가능해진다.
실제 병원 현장에서는 고령 입원 환자와 중환자, 수술 직후 회복기 환자처럼 혈당 변동과 전신 상태 변화를 함께 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들은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에 CGM 데이터를 통합하면 인슐린 투여 시점과 용량 조정, 스테로이드 사용에 따른 혈당 변동 추적 등 정밀한 치료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간호 인력 입장에서는 반복 측정과 수기 입력 업무가 줄어들어 업무 피로도가 낮아지고, 알람 기반으로 위험 환자에 먼저 대응할 수 있어 병동 운영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스마트 병상, 병원 커맨드 센터, 연속 생체신호 모니터링 솔루션 간 통합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병원 재원 일수 단축, 중환자실 회전율 개선, 간호 인력 부족 대응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병상 단위 디지털 관제 솔루션이 필수 인프라로 인식되는 추세다. 다국적 의료기기 업체들은 심전도, 산소포화도, 혈압에 이어 연속 혈당 측정까지 패키지로 제공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으며, 일부 병원에서는 병상에 설치된 태블릿을 통해 환자 스스로 혈당 추세를 확인하도록 하는 서비스도 도입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EMR, 의료기기, 디지털 치료제, 원격 모니터링 솔루션이 병원 내부에서 파편적으로 도입돼 온 만큼, 플랫폼 간 연동과 데이터 표준화가 향후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CGM 데이터를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과 EMR에 안전하게 연동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SaMD에 대한 인허가 체계, 의료정보 표준, 보안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와 의료법 규제에 따라 환자 식별 정보와 생체신호 데이터 분리 저장, 접근 권한 관리, 로그 추적 등 기술적 보호조치도 요구된다.
조재형 아이쿱 대표는 대웅제약의 전국 영업 네트워크와 아이쿱의 CGM Live 기술력이 결합하면 국내 병동 혈당 관리 시장에서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환자 중심의 안전한 병동 환경을 만들기 위해 파트너십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는 이번 협력을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을 넘어 입원 환자 관리의 종합 솔루션으로 확장하는 출발점으로 평가하며, 빈틈없는 병상 모니터링을 통해 의료진의 환자 관리 편의성을 높이는 데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디지털 병원 경쟁에서 개별 솔루션의 기능보다 플랫폼 간 연계성과 데이터 활용 전략이 승패를 가를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아이쿱과 대웅제약이 내세운 병상 단위 통합 모니터링 전략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어느 수준까지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