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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 증액 요구 없었다”…김정관 산업장관, 한미 관세 협상 쟁점 선 그어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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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과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둘러싼 이견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미국 측의 추가 투자 증액 요구는 없었다고 분명히 밝혔다. 한미 간 합의의 세부 이행 방안을 두고 양국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정부는 이달 말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전까지 실질적인 합의 진전을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부 국정감사에서 김정관 장관은 “처음 3천500억달러는 직접 투자 중심이라기보다는 대출과 보증이 중심이었다”며, 협상 과정 중 투자 성격이 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통화 스와프를 요청할 이슈가 없었는데 미국에서 투자 중심의 제안이 왔다”고 배경을 덧붙였다.

그러나 김 장관은 “미국 측이 기존 합의된 3천500억달러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한국에 요구했다는 일부 외신 보도에 대해선, 투자 증액 요구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이 발언은 최근 투자 규모 확대를 압박하는 미국의 움직임을 우려하던 정치권의 시선에 선을 긋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30일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부과 예정이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총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시행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세부 이행 방안을 놓고는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제기돼왔다. 한국은 지분투자를 전체의 5% 선으로 최소화하고, 대부분을 보증과 대출로 구성하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일본식 ‘투자 백지수표’를 선호하며 태도를 강화해왔다.

 

같은 날 조현 외교부 장관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초 미국이 3천500억달러를 이야기할 때는 직접 투자뿐 아니라 대출, 대출 보증까지 포함된 패키지였으나, 이후 전액 직접 투자로 바뀌었다”며 “우리는 3천500억달러 직접 투자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라인 역시 미국의 요구 선회에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미 투자 규모와 현금 인출 부담 확대가 국내 산업과 금융, 대외 신인도에 장기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신중한 검토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반면 일부에서는 한미동맹과 통상 초대형 협상의 실질적 이익 확보를 위해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병행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달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 측과 교섭을 이어가며 관세 및 투자 협상에서 최대한 우리 이익을 방어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치권은 관세 협상 결과가 향후 양국 경제는 물론 내년 총선 민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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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한미관세협상#apec정상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