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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종북이면 박근혜는 고첩"…이재명, 국무회의서 사회적경제·양극화 해법 제시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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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이념 공방과 양극화 논란이 맞물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양극화 완화의 핵심 해법으로 제시했다. 거친 표현이 담긴 과거 논쟁성 발언까지 스스로 꺼내 들며 이념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모두 발언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양극화"라며 "이를 해소하진 못하더라도 완화하려면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극화가 정치와 사회, 경제 전 영역에 걸쳐 구조화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 정책의 방향 전환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사회적경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사회 구성원 간 연대와 협력을 촉진하는 경제생태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협동조합, 문화예술, 돌봄, 의료, 주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할 방안들을 연구해달라"고 국무위원들에게 주문했다. 단순한 담론 차원을 넘어 구체적 정책 수단으로 공공부문의 역할을 거론했다.

 

구체적으로 이 대통령은 공공부문 계약에서 사회적기업을 우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가 수의계약으로 업무를 위탁하거나 물품을 주문할 때 사회적 기업을 우선 고려하는 제도 설계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공공조달 시장을 활용해 사회적 경제 주체의 성장 기반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발언 과정에서 그는 성남시장 시절 추진했던 청소대행 구조 개편 사례를 다시 꺼냈다. 이 대통령은 "청소대행업의 경우 사실상 부패 구조로 돼 있다. 청소 업체가 열 몇 개가 되는데 그 대행 회사의 권리금이 20억∼30억원에 달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성남시 청소업체를 선정할 때 기존 관행을 따르지 않고 사회적 기업 형태의 주체와 계약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당시에는 협동조합이 없어서, 청소노동자들이 주주인 시민 주주 기업에 위탁했다"고 말했다. 노동자가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를 통해 기존 장마리권과 결탁한 대행 구조를 끊어내려 했다는 설명으로 읽힌다. 그는 이 과정에서 여권과 보수 진영의 인식이 급변했던 일화도 상세히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 자리에서 제가 성남시장인 줄 모르고 성남시 사례를 칭찬했다"며 "그러더니 다음 해에는 정부가 입장을 바꿔 해당 청소업체에 민주노동당 소속이 있다면서 '종북의 자금줄'이라고 하더라"고 돌아봤다. 이어 "제가 '종북 빨갱이'로 몰려 검찰 소환조사까지 받았다"고 말하며 정치적 논란으로 번졌던 기억을 언급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회적 기업을 지정해 현금지원을 해주기도 했다"며 "그래서 제가 당시에 '이재명이 종북이면, 박근혜는 고첩'이라고 말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 정책을 두고 보수 정부에서도 지원이 이뤄졌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자신에 대한 이념 공세가 정치적 낙인찍기에 불과하다는 점을 역으로 부각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사회적경제 활성화 주문과 더불어 정책 추진 속도도 문제 삼았다. 그는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때) 너무 천천히 해서 하는지 마는지 알 수 없게 되거나 혹은 제한된 임기 때문에 진행하다가 중단하게 되는 것 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무위원들에게 속도감 있는 정책 집행을 촉구하며, 임기 내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추진력을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양극화 대응 방향과 이념 논란 관리 전략이 동시에 드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적기업 우대 조달과 협동조합 확산 등은 여당이 추진해온 포용적 성장 기조와 맞닿아 있지만, 공공계약 기준 조정이나 재정 지원 확대 과정에서 야당이 형평성·효율성을 문제 삼을 여지는 남아 있다. 과거 이념 논쟁성 발언을 스스로 재소환한 부분도 향후 국회 공방의 새로운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국무회의 후속 조치로 사회적경제 관련 제도 개선 과제를 정리하고, 공공조달 기준과 사회적기업 우대 방안을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는 내년 회기에서 사회적경제 지원 입법과 양극화 완화 대책을 두고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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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사회적기업#양극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