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원전·고속철 협력 성과 기대"…우원식, 베트남에 한국기업 지원 요청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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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과 안보 현안을 둘러싸고 한국 국회와 베트남 국회가 맞붙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지원 문제와 한반도 평화 구상에 양국 의회 수장들이 직접 해법을 모색하며, 향후 의회 차원의 협력 구도가 재편되는 양상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0일 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베트남 국회에서 쩐 타인 만 베트남 국회의장을 만나 양국 경제협력과 한반도 정세, 의회 교류 방안을 두루 논의했다. 우 의장은 특히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강조하며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우 의장은 회담에서 "양국 경제협력 발전을 위해서는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들이 번성하는 성공사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베트남 정부가 우리 기업과 소통하고 어려움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정부와 각 부처가 현장의 목소리를 더 세밀하게 반영해 달라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이어 우 의장은 방위산업, 원자력발전, 고속철도, 신도시 개발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과 과학기술 교류를 양국의 대표적 협력 분야로 꼽았다. 그는 "방산협력과 원전, 고속철도, 신도시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과 과학기술 교류는 양국의 대표적 협력 분야"라며 "한국의 검증된 기술력, 풍부한 경험, 정확한 납기와 예산 관리 우수성 등을 감안해 구체적인 협력 성과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또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관심 사항과 애로사항을 정리한 문서를 만 의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그는 베트남 정부가 추진 중인 첨단기술법 개정과 관련해 "우리 기업 경쟁력이 약화하지 않을까 걱정이 있다"며 "기업들은 합리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첨단기술법 개정안에는 첨단기술 기업의 법인세와 개인 소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이전보다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쩐 타인 만 의장은 한국 기업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며 조속한 해결을 약속했다. 그는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들의 애로사항에 대해 이른 시일 내 해결책을 찾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한국의 입장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이 한국과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경제협력 성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안보 분야에서도 양측은 한반도 정세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우 의장은 "한국뿐 아니라 북한과 유대관계를 가진 베트남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베트남이 전통적으로 북한과도 교류해 온 만큼, 남북 간 대화 복원과 긴장 완화 과정에서 가교 역할을 해 달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에 대해 만 의장은 "베트남은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대화를 일관되게 지지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베트남이 한반도 관련 국제 논의에서 대화 재개와 평화 프로세스를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우 의장과 만 의장은 회담 뒤 양자와 국제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고위급 상호방문, 각종 의회 대표단 및 국제회의에서의 상호협력과 지원 등을 담은 양국 국회 간 협력의정서 MOU를 체결했다. 양측은 의회 외교 채널을 통해 실질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 정부 간 협의를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MOU는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지난 8월 국빈 방한 당시 우 의장을 만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의 내실에 부합하는 새로운 협력 MOU를 조속히 체결하자고 제안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양국 국회는 이미 2013년 국회 인사교류 활성화를 위한 MOU를 맺은 바 있으며, 이번 체결로 협력 범위와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 의장은 21일 또 럼 서기장과 르엉 끄엉 국가주석을 차례로 만나 우리 기업 지원 방안과 경제협력 확대, 한반도 문제에 대한 협력 방향 등을 추가로 논의할 예정이다. 국회의장 순방에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 양부남 의원, 문금주 의원, 이기헌 의원, 정을호 의원,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 조오섭 국회의장비서실장 등이 동행해 여야를 아우르는 의회 외교 형태를 보이고 있다.

 

국회는 베트남과의 협력의정서를 발판으로 향후 상임위원회 차원의 교류와 현지 기업 간담회, 입법·규제 경험 공유 등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은 양국 의회가 고위급 교류를 정례화함에 따라 한국 기업 환경 개선과 한반도 평화 논의에서도 보다 조직적인 협력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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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쩐타인만#베트남국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