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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의 그림자와 자산의 재배치→미래학자 최윤식이 짚은 2026의 갈림길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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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의 정점에서 시장은 늘 가장 화려해 보이지만, 그 빛 뒤편에는 균열의 이음새가 서서히 드러난다. 미래학자 최윤식은 신간 2026 세계 경제 시나리오에서 붉게 달아오른 AI 투자 열기와 불어나는 국가 부채, 그리고 길게 드리운 경기 침체의 그림자를 한 장의 거대한 지도처럼 펼쳐 보이며, 2026년을 자산의 무게 중심이 바뀌는 전환의 해로 짚어냈다. 독자는 세계 경제의 파고가 높아지는 소리를 들으며, 불안과 기회가 공존하는 갈림길 앞에 서게 된다.

 

책의 출발점에는 AI 투자 과열이라는 뜨거운 장면이 자리한다. 저자는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GPU 시장의 폭발적인 상승과, 대규모 자본이 쏟아지는 AI 생태계의 흐름을 세밀하게 추적했다. 거대한 기대가 만들어낸 가격 곡선은 눈부시지만, MIT와 피치북, 가트너 등 주요 기관이 연이어 제기한 기술적 한계와 수익성 부재, 현금 고갈 우려는 이미 버블의 균열을 예고하는 징후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의 시장을 위태로운 균형 상태라 부르며, 급격한 붕괴와 완만한 조정이라는 두 갈래 시나리오 위에서 투자자들이 어느 지점을 밟고 서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사진제공 도서출판 넥서스BIZ
사진제공 도서출판 넥서스BIZ

저자는 2000년 닷컴 버블의 기억을 현재와 나란히 놓고 비교한다. 인터넷이 미래의 언어였던 시절처럼, 오늘의 AI도 불가피한 미래로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가격과 가치가 서로 어긋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술의 진보와 자산 가격의 상승이 항상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데이터센터 증설, AI 인프라에 대한 과잉 기대, 초거대 언어 모델 수익화 지연 등 구체적인 변수들을 통해 버블 형성 과정을 단계별로 해설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시장은 이미 기대의 정점을 향해 질주하고 있으며,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은 통계보다 심리에 먼저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책은 AI라는 한 줄기 이야기에서 벗어나, 글로벌 자산 시장 전체를 감싸고 있는 근본 불균형을 향해 시선을 넓힌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중국으로 번진 국가 부채의 팽창, 금리 인상의 여파, 성장 둔화가 겹쳐 만든 구조적 긴장은 세계 금융 시스템의 가장 취약한 지점을 서서히 흔들고 있다. 저자는 국가 부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더 이상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와 사회, 세대 간 갈등의 문제로 번진다고 분석하며, 그 균열이 어느 지역에서 어떤 순서로 드러날지 시나리오별 흐름으로 정리했다.

 

유럽과 중국의 국가 부채 리스크에 대한 분석은 더욱 구체적이다. 저자는 유럽의 경우 에너지 전환과 복지 재정, 지정학적 불안 요소가 중첩되며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에 대해서는 부동산 부문 부실과 그림자 금융,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이어 보며, 성장률 둔화와 금융 시스템 불안이 세계 자본 흐름에 어떤 파문을 남길지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는 특히 중국 경제의 둔화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제조 국가에 미칠 실질적 영향을 세세하게 계산하며, 수출 구조와 공급망 재편 흐름을 함께 분석했다.

 

책의 중심부에서는 민스키 사이클이 주요 나침반으로 등장한다. 호황과 과열, 불안, 공황으로 이어지는 민스키의 이론을 토대로, 현재 세계 경제가 어느 국면에 서 있는지 탐색하는 과정이 촘촘하게 이어진다. 저자는 레버리지 확대 속도, 자산 가격의 이탈, 기업의 이익 구조 변화를 지표로 제시하며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신호들을 하나씩 짚어낸다. 시장 참여자들이 호황의 관성 속에서 무심코 지나친 위험들을 재조명하면서, 투자자의 심리가 어떻게 집단적으로 오판을 만들고, 또 어떻게 급격한 방향 전환을 일으키는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장은 묵직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저자는 AI 버블이 꺼질 경우 반도체 중심의 한국 수출 구조가 받을 충격을 구체적으로 계산하며,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AI 서버용 고성능 칩 수요 변화를 다른 그림으로 제시했다. 중국 경기 둔화가 한국 제조업과 소비재, 관광과 금융에 미칠 연쇄 반응도 함께 분석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높은 안일함을 지적하며, 자산 가격과 부채, 인구 구조가 맞물릴 경우 한국형 민스키 모멘트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책은 위기만을 응시하지 않는다. 저자는 기술과 제조를 중심으로 한 산업 재편, 새로운 정책 전략, 규제 혁신이 맞물릴 경우 한국이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바꿀 수 있는 역동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그린테크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성을 언급하며, 자본과 인재, 제도가 한 방향을 향해 정렬되는 순간 새로운 성장 경로가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독자는 불안과 가능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한국 경제가 선택해야 할 길을 자연스레 상상하게 된다.

 

2026 세계 경제 시나리오는 총 4개 파트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AI 투자 거품이 형성되는 순서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하며, 투기적 기대와 실제 수익 구조의 괴리를 해부한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글로벌 자산 시장의 근본 불균형을 다루며, 부채와 금리,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이 얽힌 복합 방정식을 풀어낸다. 세 번째 파트에서는 유럽과 중국의 국가 부채 리스크를 중심으로 세계 금융 시스템의 취약 지점을 분석하고, 네 번째 파트에서는 한국 경제가 맞이할 충격과 대응 전략을 시나리오 형식으로 제시한다.

 

특히 마지막 장은 독자에게 실질적인 길잡이 역할을 한다. 저자는 각 시나리오에 따라 자산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점검하고 재배치할 것인지에 대해 장기와 단기, 안전 자산과 위험 자산, 실물과 금융 자산을 아우르는 방향성을 제안했다. 그는 투자자가 특정 종목이나 산업에 매달리는 대신, 거시 환경의 변화를 먼저 읽고 자산군 간의 균형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향을 먼저 결정한 뒤 종목을 선택해야 한다는 그의 조언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에 특히 깊은 울림을 남긴다.

 

저자 최윤식은 세계전문미래학자협회 APF 이사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래학자로 평가받아 왔다. 국가 전략 연구에서 기업 경영, 금융권 리스크 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든 경험은, 이번 책에서도 시나리오 서술의 깊이로 이어진다. 거시경제와 금융, 기술과 지정학이 서로 얽힌 복잡한 구조를 풀어내는 그의 문장은 학문적 엄밀함과 실무적 현실감 사이의 균형을 지향한다.

 

출판사 넥서스BIZ는 2026년을 기존 투자 공식을 재검토해야 하는 변곡점으로 바라본다. 출판사는 독자가 책을 통해 다가올 파고의 방향을 미리 확인하고, 스스로의 자산과 삶의 전략을 새로 그려 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2026 세계 경제 시나리오는 단지 위협을 나열하는 책이 아니라, 위험의 지도를 손에 쥔 채 기회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문화적 나침반처럼 다가온다.

 

거품과 조정, 부채와 성장, 공포와 탐욕이 교차하는 세계에서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더 이상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2026 세계 경제 시나리오는 각자가 자신의 삶과 자산, 일과 꿈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스스로 묻도록 돕는 질문지에 가깝다. 경제의 파도가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다시 근본을 향해 시선을 돌리게 되며, 책 속에서 제시된 시나리오는 그런 성찰의 출발선이 된다. 이 책은 2025년 11월부터 서점가에 자리하며, 다가오는 2026년의 흔들리는 지평선을 미리 바라보고자 하는 독자들의 곁에서 차분한 동행이 될 전망이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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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식#2026세계경제시나리오#넥서스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