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휴대전화 보며 자동운항 전환”…신안 무인도 좌초 여객선, 인재 드러나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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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전남 신안군 장산도 인근 무인도에 좌초한 사고와 관련해, 항해 책임자가 휴대전화를 보는 등 딴짓을 하다 자동운항을 유지해 사고를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승객 246명을 태운 여객선이 협수로 구간에서 기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채 운항된 정황이 확인되며 인재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경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사고는 19일 오후 8시 17분께 전남 신안군 장산면 장산도 남방 족도 해상에서 발생했다. 당시 제주도를 출발한 퀸제누비아2호에는 승객 246명, 승무원 21명 등 모두 267명이 타고 있었다. 여객선은 항로 주변에 연안 여객선이 빈번히 오가는 협수로를 지나던 중 무인도로 돌진해 선체 절반가량이 걸터앉는 좌초 피해를 입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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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해경은 퀸제누비아2호 주요 승무원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협수로 구간에서 자동운항 상태가 유지되면서 여객선과 무인도 간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수동 운항을 해야 하는 협수로에서 항해 책임자가 휴대전화를 보느라 자동항법장치를 해제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선박이 방향을 바꿔야 하는 변침 시기를 놓치면서, 항로를 제대로 이탈하지 못하고 무인도로 향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지점 인근 해상은 여러 연안 여객선 항로가 겹치는 협수로로, 통상 선박들은 레이더 감시와 수동 조타를 병행하며 자동항법장치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구간으로 알려져 있다.

 

해경은 항해 책임자의 운항 과실이 드러난 만큼 관련자들에 대해 형사 처벌을 검토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항해·운항 관련 법규 위반 여부를 세부적으로 따져 책임 범위를 가를 예정”이라며 “항해일지, 레이더 기록, 통신 기록 등을 추가로 분석 중이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좌초 직후 승객 대피와 구조 작업이 진행됐고, 승객 246명 전원은 무사히 구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승객은 구조 과정에서 불안과 공포를 호소했으나 심각한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좌초된 퀸제누비아2호는 선사인 씨월드고속훼리가 투입한 예인선 4척이 만조 시간에 맞춰 선미에 줄을 연결해 끌어내는 방식으로 이초 작업을 진행했다. 선박은 사고 발생 약 9시간 27분이 지난 20일 오전 5시 44분께 목포시 삼학부두에 입항했다. 해경과 선사는 입항 후 선체 손상 상태를 점검하는 한편, 추가 안전 점검과 정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사고는 대형 여객선이 다수 승객을 태운 상태에서 기본적인 항로 관리와 주의 의무를 위반한 사례라는 점에서 안전 관리 부실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협수로와 같은 위험 구간에서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한 채 휴대전화를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여객선 운항 현장의 근무 태도와 감독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경은 추가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항해 책임자와 선사 관계자에 대한 형사 책임 범위를 확정할 방침이다. 동시에 해양수산 당국은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여객선 항해사 교육과 휴대전화 사용 제한 지침 등 운항 안전 규정 강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해경과 관계 기관은 선박 사고 원인 분석과 함께 제도 개선 필요 여부를 논의하며 후속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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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제누비아2호#씨월드고속훼리#신안좌초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