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3.79% 급락…외국인 2조8천억대 매도에 3,850선 후퇴

윤선우 기자
입력

코스피가 21일 인공지능 AI 거품 우려와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공세로 3%대 급락하며 3,850선 아래로 물러났다. 전날까지 엔비디아 호실적에 힘입어 4,000선을 회복했던 지수는 하루 만에 되돌림 흐름을 보이며 변동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미국 기술주 조정과 환율 급등이 겹치며 국내 증시 조정 국면이 본격화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1.59포인트 3.79 떨어진 3,853.26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부터 약세로 출발해 전장 대비 96.15포인트 2.40 내린 3,908.70에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우며 장중 한때 3,838.46까지 밀렸다. 전날 엔비디아의 기대 이상의 실적 발표에 힘입어 1.92 상승하며 사흘 만에 4,000선을 회복했지만, 하루 만에 다시 4,000선 아래로 후퇴했다.

코스피 3.79% 급락 3,850선 후퇴…외국인 2조8천억원대 순매도
코스피 3.79% 급락 3,850선 후퇴…외국인 2조8천억원대 순매도

아시아 주요 증시와 비교해도 코스피 하락 폭은 두드러졌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4 내렸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3 떨어졌다. 같은 시각 환율도 급등 흐름을 보였다. 오후 3시 30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7원 오른 1,475.6원을 기록해 약 7개월 만의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 매도 공세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날 2조8,289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코스피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2021년 2월 26일 2조8,300억 원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대치로 나타났다. 반대로 개인은 2조2,929억 원을 순매수하며 하락장에서 대거 매수에 나섰고, 기관도 4,955억 원 순매수로 지수 하단을 일부 방어했다.

 

선물 시장에선 모습이 달랐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 838억 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현물에서는 빠져나가되 선물에서는 매수로 포지션을 구축하며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전략을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증시는 전날 뉴욕증시에서 3대 주요 지수가 모두 하락한 여파를 크게 받았다. 특히 엔비디아 주가가 3.15 하락하면서 AI와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차익 실현 욕구가 커졌고, 국내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물이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원달러 환율이 뛰어오른 점도 외국인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와 매도 우위를 자극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식 시장 하락에 코스피 반도체 대형주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매출 채권이 크게 늘어난 점에 시장이 주목하면서 수익화 속도 둔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AI 투자 사이클이 정점에 근접했다는 불안이 기술주 전반에 차익 실현 매물을 부추기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반도체주 조정이 특히 가팔랐다. SK하이닉스는 8.76 급락하며 주가가 52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삼성전자도 5.77 하락해 전날 회복했던 이른바 10만전자를 하루 만에 반납하고 9만 원대로 밀렸다. LG에너지솔루션 3.51, HD현대중공업 4.80, 두산에너빌리티 5.92, 한화에어로스페이스 5.13 등 주요 대형주도 약세 흐름에 동참했다. 현대차는 0.95 하락했다.

 

다만 일부 종목은 방어력을 보였다. 기아는 0.53 상승했고, 셀트리온도 0.32 오르며 강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NAVER는 2.14 상승해 대형 성장주 가운데 대조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 업종이 11.73 떨어지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전기전자 6.43, 의료정밀 5.94 등도 두드러진 약세를 보였다. 반면 통신 0.25, 음식료 0.39 업종은 소폭이나마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929개 종목 가운데 721개 종목이 하락해 전체의 78가 약세를 기록했다. 하락 종목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지수뿐 아니라 시장 전반으로 매도세가 확산된 양상이다. 투자자들은 단기 급등했던 반도체와 2차전지, 성장주 중심으로 차익 실현에 나서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분위기다.

 

코스닥도 동반 급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7.99포인트 3.14 떨어진 863.95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867.45에서 전장 대비 24.49포인트 2.75 내린 수준에서 출발한 뒤 장중 낙폭이 더 커졌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281억 원, 791억 원을 순매도하며 매도 우위를 보였고, 개인은 2,199억 원을 순매수하며 하락장에 맞섰다.

 

종목별로는 2차전지와 성장주 위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에코프로비엠은 4.82 하락했고, 에코프로는 5.17 떨어졌다. 알테오젠 2.87, 펩트론 4.40, 레인보우로보틱스 6.52 등도 하락했다. 반면 일부 바이오 헬스케어와 개별 종목은 강세를 보였다. 에이비엘바이오는 0.85, 리가켐바이오는 0.34 상승했다. 코오롱티슈진은 11.49 급등했고, 케어젠도 14.66 오르며 돋보이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거래 규모는 비교적 견조하게 유지됐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14조9,990억 원,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8조1,160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과 정규마켓을 합한 거래대금은 8조4,429억 원에 달했다. 가격 조정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유동성은 시장에 머물며 종목 간 쏠림과 변동성을 키우는 모습이다.

 

증권가는 미국 기술주의 조정과 환율 강세, AI 투자 모멘텀 둔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내 증시 조정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증시 흐름은 미국 빅테크 실적 소화 과정과 미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 환율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윤선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코스피#엔비디아#sk하이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