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응고제 단독요법이 출혈 줄였다”…세브란스, 심방세동 스텐트 환자 임상 결과 공개
항응고치료 단독요법이 스텐트를 삽입한 심방세동 환자 치료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진이 주도한 다기관 임상 연구에서 항응고제를 단독 사용하는 전략이 항혈소판제를 함께 복용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출혈 등 부작용 발생률을 뚜렷하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국내 32개 의료기관에서 96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돼 심방세동 환자의 심혈관 치료법에 중요한 임상 근거를 제공했다. 업계는 단독요법 중심 치료가 관상동맥 스텐트 환자 관리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구팀은 2020년 4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스텐트 삽입을 받은 심방세동 환자를 무작위로 배정해 항응고제(아픽사반·리바록사반) 단독요법군과, 여기에 단일항혈소판제(클로피도그렐)를 추가한 이중요법군을 비교했다. 1년간 추적관찰 결과, 단독요법군의 주요·비주요 출혈 사건 발생률이 각각 2.3%, 2.9%로, 이중요법군(각 6.1%, 7.1%) 대비 현저히 낮았다. 허혈성 사건(사망, 심근경색, 스텐트혈전증, 뇌졸중 등) 발생에는 두 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어, 단독요법의 안전성과 치료 효율이 입증됐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심방세동은 혈전 형성과 뇌졸중 위험 증가와 밀접하게 연결돼, 항응고치료가 일상적으로 권고되고 있다.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 환자의 경우 심근경색 및 스텐트 혈전 방지를 위해 항혈소판제가 병행되지만, 이들 약물의 복합 사용은 출혈 합병증 위험을 높인다. 실제로 스텐트와 심방세동 두 요인을 동시에 지닌 환자는 치료 전략 수립이 의료현장의 난제 중 하나였다.
글로벌 진료지침(미국심장학회·유럽심장학회)은 1년 이후 항응고 치료 단독요법을 권고해왔으나, 스텐트 삽입 환자만을 타깃으로 한 고품질 임상 근거는 미흡했다. 이번 연구는 대규모 무작위 임상을 통해 위 가이드라인의 타당성을 실증적으로 지지하며, 국내외 환자 관리 현실에도 중요한 변화를 시사한다.
이번 결과는 미국심장학회에서 ‘Late-breaking Clinical Trial’로 선정돼 발표됐고, 세계적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도 동시에 게재됐다. 김중선 교수는 “스텐트 삽입 심방세동 환자의 항응고제 단독요법이 이중요법에 비해 출혈 위험을 낮추면서 허혈성 사건을 더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점은 전략적 치료의 새 기준을 제시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외 진료지침이 구체적으로 개정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 개인별 위험도를 반영한 맞춤형 치료 전략 채택이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