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HMM 4%대 강세…대규모 선박 발주에 외국인 수급 회복 조짐

이도윤 기자
입력

HMM 주가가 대규모 친환경 컨테이너선 발주와 운임 지수(SCFI) 바닥 통과 기대를 바탕으로 2만 원선 안착을 시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수급과 운임 사이클, 중동·수에즈운하 리스크가 맞물리며 해운주 전반의 단기 방향성을 좌우하는 구도라고 진단한다. 친환경 선대 확충과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중장기 체력 개선 요인으로 거론되면서, 업황 저점 구간에서의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에도 시선이 쏠린다.

 

1일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장중 기준 HMM 주가는 2만 원으로, 전일 대비 4.49% 상승했다. 시가는 1만9,470원에서 출발해 장중 2만600원까지 올라섰다. 11월 말 이후 이어진 반등으로 최근 한 달 누적 등락률은 약 -1% 수준에 머물지만, 이달 들어 되돌림 강도가 커지면서 2만 원선을 중심으로 매물 소화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6개월로 범위를 넓히면 6월 초 2만2,300원 안팎에서 현재 2만 원 수준까지 약 10%가량 조정받아 2만2,000원대 부근에 중기 저항이 형성된 것으로 관측된다.

HMM[01120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HMM[01120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기술적 지표도 단기 개선 신호를 보내고 있다. HMM 주가는 최근 반등 과정에서 20일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했다. 다만 60일선은 아직 2만800원대에 머물러 있어 중기 이동평균선 아래에서 이뤄지는 ‘하락 추세 내 기술적 반등’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단기 저점은 1만8,600원대, 직전 반등 고점은 2만250원 안팎으로 인식되며, 이 구간이 각각 하방 지지선과 상단 저항 레벨로 주목받고 있다.

 

거래량은 상승 구간에서 뚜렷이 늘고 있다. 최근 한 달 일평균 거래량은 약 121만 주 수준이나, 12월 1일 장중 거래량은 약 222만 주까지 증가했다. 한 달 내 최대 거래량(약 228만 주)에 근접한 수치다. 같은 날 거래대금은 4,500억 원대까지 불어나며 단기 트레이딩 수요에 더해 외국인·기관 자금 유입이 동시에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거래를 동반한 상승이 나타나면서 단기 매물 소화와 방향성 탐색이 병행되는 구간으로 보고 있다.

 

수급 측면에선 외국인 매매 패턴이 단기 주가 탄력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최근 1개월 구간 중 11월 21∼28일 공개된 자료를 보면, 외국인은 약 10만 주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특히 11월 24일 하루 동안 약 29만 주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선 반면, 25일과 26일에는 다시 순매수로 돌아서며 방향성을 모색했다. 같은 기간 기관도 누적 약 14만 주 순매도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설 때 약세가, 외국인 매수 전환 시에는 단기 반등 폭 확대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외국인 수급을 단기 수급 전환 포인트로 보고 있다.

 

HMM은 해운 섹터 내 대표 컨테이너선 선사다. 시가총액은 약 18조8,000억 원 수준, 상장주식수는 9억4,323만 주로 코스피 시가총액 34위권에 자리한 대형주다. 이날 등락률 기준으로 HMM은 4.49% 상승해 팬오션(4.38%), 대한해운(2.74%) 등을 웃돌며 해운주 전반 강세 흐름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주가 탄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가총액 역시 HMM 18조8,647억 원, 팬오션 약 2조1,035억 원, 대한해운 약 5,683억 원 등과 비교할 때 압도적인 규모로, 국내 해운 업종 내 ‘대장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보면, HMM의 최근 분기 매출액은 약 2조7,064억 원, 영업이익은 2,968억 원, 당기순이익은 3,038억 원으로 집계됐다. 컨테이너 운임 정상화 구간에서도 10%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며 양호한 수익성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연간 기준으로는 2024년 영업이익률이 약 30%대, 2025년 전망치는 10%대 초반으로 예상돼, 2022년 초호황기 이후 ‘정상화’ 국면에 안착하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ROE는 최근 분기 기준 9.7%로 팬오션(4%대)·대한해운(7%대)보다는 높고, 흥아해운·KSS해운의 두 자릿수 ROE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7배 후반으로, 동종 업종 평균(4.9배)을 상회한다. 이익 대비 밸류에 일부 프리미엄이 반영됐다는 의미다. 반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0.5배 수준에 머물며 업종 내 저PBR 구간에 속한다. 업계에서는 “운임 정상화로 이익이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자산가치와 현금창출력에 비해 주가는 할인된 수준”이라는 해석과 함께 “운임 변동성에 대한 프리미엄·디스카운트가 동시에 작용한다”는 분석이 공존한다.

 

재무건전성 지표는 해운사 가운데 상위권으로 평가된다. 최근 연간 기준 부채비율은 20% 안팎, 당좌비율은 600∼700%대, 유보율은 400% 내외를 기록한다. 한때 높은 레버리지 구조로 대표되던 해운업 특유의 재무 리스크가 크게 줄어든 셈이다. 배당수익률은 약 3% 수준으로 제시돼 경기 민감 업종임에도 안정적인 배당을 선호하는 중장기 투자자에게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상장주식수 9억4,000만 주대라는 풍부한 유동성과 코스피 34위권 대형주라는 점도 기관·외국인 수급이 유입되기 유리한 구조로 평가된다.

 

연간 실적 흐름을 살펴보면, 2022년 컨테이너 운임 초호황기 당시 HMM은 매출 18조5,828억 원, 영업이익 9조9,494억 원, 순이익 10조1,171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2023년에는 운임 정상화로 매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2024년에는 매출 11조7,002억 원, 영업이익 3조5,128억 원, 순이익 3조7,821억 원 수준으로 회복이 예상된다. 2025년 전망치는 매출 10조6,944억 원, 영업이익 1조3,795억 원, 순이익 1조8,366억 원으로 제시되며, 글로벌 교역 둔화와 운임 박스권 가능성을 반영한 보수적 시나리오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주가 변동의 직접적인 촉매는 대규모 선박 발주다. HMM은 11월 24일 HD한국조선해양과 2조1,300억 원 규모의 1만3,400TEU급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8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11월 28일 한화오션과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4척 건조 계약을 1조707억 원 규모로 추가하며, 단기간에 약 3조 원에 달하는 선대 투자를 발표했다. 모두 LNG 이중연료 엔진과 대형 연료탱크를 탑재한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HMM이 2030년까지 친환경·고효율 선대를 확장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친환경 선박·기술 테마와의 결합은 추가적인 투자 포인트로 거론된다. HMM은 HD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9,000TEU급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HMM CLOVER’호 명명식을 진행하며, 메탄올·LNG 등 대체 연료 기반 선박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삼성중공업, 친환경 설비업체 파나시아와 함께 유기랭킨사이클(ORC) 폐열회수발전시스템 선박 실증 협력을 추진하는 등 탄소 배출을 줄이고 연료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해운업 전반에서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을 고려할 때, 친환경 선박 경쟁력 선점이 장기적인 운임 프리미엄 확보와 규제 대응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도 병행된다. HMM은 컨테이너에 집중된 업황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벌크선과 가스 운송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1∼3분기 기준 벌크선 운송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19일에는 아랍에미리트 BGN그룹과 손잡고 싱가포르에 LPG 운송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가스 운송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반면 현대LNG해운 인수 등 LNG 운송 재진출 카드는 시황 악화와 수익성 불확실성을 감안해 보류했다. 시장에서는 “호황기에 공격적 확장을 택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본 효율을 관리하는 전략”으로 평가한다.

 

조직과 지배구조 차원에서도 체질 개선이 진행 중이다. HMM은 11월 말 대표이사 직속 미래전략실을 신설하고, 감사·법무 조직을 통합한 공정경영센터를 출범하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컨테이너사업부문을 총괄해 온 이정엽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R&D 조직을 기술혁신연구소로 격상해 미래 선박·연료 환경 연구와 장기 투자 프로젝트를 전담하도록 했다. 시장에서는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 성장 전략과 준법·투명경영 강화에 방점을 찍은 개편”이라는 분석과 함께 “국내외 투자자 신뢰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브랜드와 정책 환경도 주가에 보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11월 해운 상장기업 브랜드평판에서 HMM은 1위를 차지했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이 12월 ‘이달의 해양유물’로 HMM 알헤시라스호 모형을 선정한 사례도 상징적 이벤트로, 일반 투자자와 대중 사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정부와 부산 상공계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HMM 등 해운 대기업의 부산 이전 필요성을 언급한 점은, 향후 본사 이전 이슈 재부각 시 정책 테마로 부상할 여지도 남겼다.

 

증권가의 시각은 단기 모멘텀에 대해선 다소 보수적이지만, 체력 개선과 장기 성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네이버증권 집계 기준 HMM 컨센서스 투자의견은 ‘중립’ 수준(3.15점)이며, 목표주가는 2만2,545원으로 현재 주가 대비 일정 수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컨테이너 운임이 불황기 저점을 높이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단기 모멘텀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해 목표주가를 2만9,000원에서 2만6,000원으로 낮췄다. 다만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하며 운임 사이클이 바닥을 통과할 경우 중장기 리레이팅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다.

 

테마 관점에서 HMM은 해운·컨테이너 운송주이자 글로벌 교역·수출·물류·운임(SCFI) 연동 경기민감주로 분류된다. 이번 대규모 선박 발주를 통해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과의 조선 수주 테마와도 긴밀히 연결되고, LNG·메탄올 이중연료 선박과 폐열회수 기술을 통해 친환경 선박·ESG·에너지 효율 테마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여기에 LPG 운송 합작법인 설립으로 가스 운송, 벌크선 운송 확대를 통한 원자재·곡물 물류 테마까지 겹치며 다양한 산업·정책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목 특성이 강화되고 있다. 최근 한 달 주가 움직임에서는 특히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자’와 ‘해운 업황 바닥 통과 기대’가 부각된 것으로 해석된다.

 

동일 업종 내 비교에서는 영업이익 규모와 업황 민감도 측면에서 뚜렷한 ‘대장주’지만, 밸류에이션과 수급에서는 장단점이 교차한다. 영업이익과 매출, 브랜드 인지도는 팬오션·대한해운·흥아해운·KSS해운 대비 우위에 있고, ROE 역시 업종 평균을 웃돈다. 반면 PER는 업종 평균을 상회해 이익 대비 밸류는 다소 비싸며, 외국인 지분율은 6.66% 수준으로 팬오션(14%대), 대한해운(8%대)보다 낮다. 시장에서는 “운임 상승 사이클이 본격화될 경우 업황 레버리지와 선대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익성과 밸류 동반 확대가 기대되지만, 운임이 기대에 못 미치면 조정 폭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 요인으로 꼽는다.

 

전망과 투자 전략 측면에서 단기 1개월 구간에서는 1만9,000원대 초반∼후반을 지지선, 2만∼2만250원대를 단기 저항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고 SCFI 등 운임 지수가 추가 반등하면 2만 원선 안착과 2만2,000원선 재도전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반대로 운임 지수 재하락이나 중동 정세 완화에 따른 톤마일 효과 축소, 증권사 목표가 추가 하향 등의 변수가 겹칠 경우 1만8,000원대 후반 지지선 테스트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기 6개월 관점에서는 해운 업황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벌크·LPG 사업 확대와 친환경 선대 확장 효과가 실적에 반영될 경우, 이익 체력 강화와 밸류 재평가 여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된다. 다만 운임이 박스권에 머물고, 대규모 선박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자본지출 부담이 부각될 경우 주가 역시 1만8,000원대∼2만 원대 박스권을 오가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병존한다.

 

전문가들은 투자자에게 해운·운임 사이클과 글로벌 경기 둔화, 중동·수에즈운하 등 지정학 리스크, 선대 투자에 따른 재무 구조 변화를 면밀히 점검할 것을 조언한다. 단기적으로 테마성 수급과 뉴스에 따른 급등락 가능성이 큰 만큼, 추격 매수보다는 운임 지수와 외국인 수급, 1만8,000원대 후반∼1만9,000원대 지지력 등을 확인해 분할 접근하는 전략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장기 투자자는 친환경 선박 경쟁력, 포트폴리오 다각화, 재무건전성, 배당과 밸류에이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황 저점 구간에서 단계적으로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운임 지수와 글로벌 교역 흐름, 지정학 변수 전개가 HMM을 비롯한 해운주의 다음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도윤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hmm#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