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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 집념의 역전 드라마”…이승진, 프로 첫 우승→PBA 랭킹 1위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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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 집념의 역전 드라마”…이승진, 프로 첫 우승→PBA 랭킹 1위 등극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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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의 공기가 팽팽하게 갈렸다. 55세 이승진의 큐 끝에 담긴 근성과 침착함은 승부의 추를 가늠하는 마지막 무게였다. 옅은 미소와 함께 7년 만에 들어 올린 우승컵에는 오랜 무명 생활을 견딘 집념과 팬들의 응원이 힘이 됐다.

 

이승진은 8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5-2026시즌 4차 투어 ‘SY 베리테옴므 PBA-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최성원을 세트스코어 4-1로 제치고 생애 첫 PBA 정상에 이름을 올렸다. 1세트 15-12로 출발을 잡은 이승진은 2세트에서 뱅크샷 3개로 기세를 올렸으며, 3세트 15-4로 완전히 주도권을 가져왔다. 최성원이 4세트에서 15-9 반격했으나, 결정적 5세트에서 이승진은 흔들림 없이 마지막 포인트를 쌓아 15-11로 승부를 마감했다.

“55세 첫 우승 감격”…이승진, PBA 투어 결승서 최성원 제압 / 연합뉴스
“55세 첫 우승 감격”…이승진, PBA 투어 결승서 최성원 제압 / 연합뉴스

2019년 PBA 출범과 함께 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7시즌의 긴 기다림 끝에 55세의 나이로 최초의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국내 선수로는 이번 시즌 첫 우승을 기록하며, 외국인 선수 중심 흐름에 의미 있는 반전을 이끌어 냈다. 특히 이번 우승으로 1억원의 상금을 더해 누적 상금 1억1천만원, 시즌 랭킹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승리의 순간, 이승진은 “내게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 더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당구를 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덧붙였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를 따라 찾았던 당구장에서 시작한 그의 여정은, 서른에 선수로 데뷔해 수십 년간 한길을 걸으며 마침내 꽃을 피웠다. 이번 우승은 2016년 국토정중앙배 이후 9년 만에 기록한 쾌거다.

 

현장에서는 베트남의 응우옌꾸옥응우옌이 평균타수 3.214로 ‘웰컴톱랭킹’에 선정됐으며, 김영원이 현장 팬 투표를 통해 ‘베스트 스킨상’을 받아 100만원 상당의 상품을 수상했다.

 

고요하게 내려앉은 밤, 박수 소리 위로 오래된 꿈이 스며들었다. 공 하나하나에 녹아든 시간은 아마 누구보다 이승진의 어깨를 가장 가볍게 했을 것이다. PBA는 오는 14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웰컴저축은행 PBA 팀리그 2025-2026’ 3라운드를 이어간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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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진#pba투어#최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