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OP 음원 직공급 확대”…플로, 레코초쿠 제휴로 플랫폼 경쟁력 강화
음악 추천 알고리즘과 정교한 큐레이션 기능을 앞세운 온라인 음원 플랫폼 경쟁 속에서 일본 대중음악 제이팝 카탈로그 확보가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드림어스컴퍼니가 운영하는 음악 플랫폼 플로가 일본 음원 서비스 사업자 레코초쿠 그룹과 손잡고 현지 레이블과 인디 아티스트 음원을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음악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플랫폼 간 콘텐츠 경쟁이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한일 양국의 스트리밍 플랫폼 간 직접 제휴가 동아시아 음악 데이터 교류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드림어스컴퍼니는 23일 플로와 레코초쿠 간 서비스 계약을 공식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플로는 2025년 상반기부터 레코초쿠가 운영하는 음악 유통 솔루션 플래글과 레코초쿠 자회사 에그스가 운영하는 인디 유통 서비스 에그스 패스를 통해 일본 음원을 공급받게 된다. 회사 측은 제이팝을 포함한 일본 음악 카탈로그를 단계적으로 넓혀 가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레코초쿠 플래글은 레코초쿠 그룹이 7월 선보인 디지털 음원 유통 솔루션으로, 일본 로컬 레이블이 보유한 음원을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에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플랫폼이다. 로컬 레이블이 개별적으로 해외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메타데이터를 맞추는 수고를 줄여주는 일종의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에그스 패스는 일본 인디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한 유통 플랫폼으로, 소규모 제작사가 가진 음원을 디지털로 배포하고 수익 정산까지 지원하는 B2B2C 구조의 서비스다. 플로는 이 두 솔루션과의 연동을 통해 메이저뿐 아니라 인디 영역까지 폭넓은 제이팝 음원을 일괄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국내 음악 플랫폼은 그동안 글로벌 음원 유통사나 메이저 레이블을 통해 일본 음악을 간접 공급받는 구조가 주를 이뤘다. 레코초쿠와 같은 현지 유통 허브와 직접 연동하는 방식은 일본 로컬 레이블과 인디 아티스트의 장르별 카탈로그를 더 촘촘하게 들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인디·로컬 음원의 경우 기존 글로벌 계약망으로는 반영되지 않았던 곡들이 많아, 국내 이용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아티스트와 장르를 발굴할 수 있는 선택지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플로가 보유한 현재 음원 수는 1억2000만곡으로, 국내 음악 플랫폼 가운데 최상위 수준의 규모로 집계된다. 이번 제휴를 통해 플로는 단순한 음원 수 확대를 넘어 일본 음악 카탈로그 비중을 높여, K팝 중심에서 제이팝·인디를 아우르는 다국적 음악 소비 패턴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차트와 소셜 미디어에서 제이팝과 일본 인디 장르의 영향력이 확장되는 흐름과 맞물려, 플랫폼 내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와 플레이리스트 큐레이션 품질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스트리밍 시장에서는 이미 특정 국가 음악에 특화된 카탈로그로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라틴, 아프리카 대륙 음악을 집중적으로 편성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고, 일본 역시 자국 플랫폼을 중심으로 드라마·애니메이션·게임 음악 등 서브컬처 음원을 강화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플로와 레코초쿠 간 협력은 한국 플랫폼이 일본의 로컬·인디 음악 생태계와 직접 연결되는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양국 간 상호 카탈로그 교류나 공동 큐레이션 기획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제휴는 전통적인 음반 라이선스 계약과 달리, 디지털 유통 솔루션 간 파트너십 형태로 체결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플랫폼 간 직접 연동 구조가 확산될 경우, 각국의 저작권 징수·분배 체계, 데이터 처리 기준 등 규제 환경이 협력의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과 일본 모두 디지털 음원 수익 분배 구조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으로, 국경을 넘는 스트리밍 유통이 늘어날수록 저작권 단체 및 정책 당국 간 조정 필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김재준 드림어스컴퍼니 CX본부장은 최근 국내에서도 제이팝과 일본 인디 음악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레코초쿠 그룹과의 계약을 계기로 플로의 1억곡 규모 음원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용자들에게는 보다 폭넓은 글로벌 음악 경험을 제공하고, 플랫폼 측면에서는 장르·국가별 세분화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화 추천 정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음악 플랫폼 업계는 한일 간 디지털 음원 유통 협력이 앞으로 실제 이용자 청취 패턴 변화와 수익 구조 개선으로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음악 데이터가 국경을 넘어 실시간으로 흐르는 환경에서, 기술과 콘텐츠, 저작권 제도가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가 다음 단계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