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데이터로 비관세장벽 넘는다"…식품안전정보원, K푸드 수출 안전망 구축

김소연 기자
입력

식품안전·규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해 제공하는 데이터 플랫폼 역할이 K푸드 수출 경쟁력 강화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식품안전정보원이 올해 국내외 식품 규제 정보를 실시간에 가깝게 제공하고, 국가별 비관세장벽 대응 정보를 맞춤형으로 정리해 산업계에 전달하면서 디지털 기반 식품안전 정보 서비스가 수출 현장의 필수 도구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보 인프라 확대를 K푸드·K급식 글로벌 진출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식품안전정보원은 31일 국내외 식품안전정보 수집·분석·제공 사업의 2025년 주요 성과를 공개했다. 핵심은 신속한 정보 제공을 통한 정부와 산업계의 선제적 식품안전관리 지원, K푸드 수출을 겨냥한 맞춤형 수출지원 정보 제공, 국제 규제 협력 플랫폼으로서의 위상 강화다.

정보원은 365일 국내외 식품안전 이슈를 상시 모니터링하는 디지털 감시 체계를 가동해 수출입 식품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 변경과 안전 이슈를 조기에 포착했다. 중국 수입식품 생산기업 등록관리제도 개편, 미국 인공색소 사용금지와 같이 수출 구조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안을 신속히 알림 형태로 제공해 정부와 기업이 사전 대응 체계를 갖추도록 지원했다. 규제 발표와 현장 인지가 수개월씩 벌어졌던 과거와 비교하면 정보 지연으로 인한 리콜과 통관 차질 위험을 크게 줄인 셈이다.

 

맞춤형 수출지원 심층정보는 비관세장벽 대응의 실무 도구로 기능했다. 특히 EU 복합식품 관리 현황 보고서는 적용 품목과 통관 요건을 품목 유형별로 정리해, 현장 실무자가 실제 수출 서류를 준비할 때 바로 참고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기존에는 회원국별 규정과 해석이 달라 기업이 각국 법령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주요 쟁점이 하나의 패키지 정보로 제공되면서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산 수출식품 부적합 사례 분석 보고서도 업그레이드됐다. 제품별 HS코드와 국내조치사항을 함께 표기해 기업이 자사 품목과 유사 사례를 빠르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고, 사례 선정 기준을 위험도 중심으로 조정해 현장에서 실제 참고할 만한 유형만 추려 제공했다.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통관 단계 이전에 어떤 성분과 표기가 문제될 수 있는지 데이터를 통해 점검할 수 있어 리스크 관리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간 구조다.

 

산업계와의 소통 채널 확충도 눈에 띈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비관세장벽 협의체와 오픈상담의 날을 운영하며 수출기업의 애로사항을 직접 수렴했다. 현장에서 제기된 국가별 표시기준, 잔류물질 기준, 인증 절차의 애매한 부분은 이후 심층정보 및 분석 보고서에 반영해 정보 서비스가 단순 공지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해결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는 이러한 양방향 구조가 데이터 품질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특정 전략 시장에 대한 정밀 분석도 이뤄졌다. 할랄 식품 시장의 요충지인 말레이시아를 대상으로 식품안전관리체계 전반과 관련 법령을 심층 조사해 한글 정보로 제공했다. 현지 할랄 인증 기준뿐 아니라 일반 식품위생 규정과 행정 절차까지 망라해, 중소 수출기업도 별도 컨설팅 없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할랄 규정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발생하던 비용과 시간 부담을 줄여 진입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K급식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정보 인프라도 강화됐다. 단체급식 시장은 학교, 병원, 공공기관 등 수요처 특성상 식품위생 규정과 공급자 자격 요건이 까다로운데, 정보원은 주요 수출 대상국의 급식 관련 식품위생 규정과 제도를 체계적으로 조사해 공개했다. 그동안 현지 급식 규정 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워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던 국내 단체급식·식자재 기업들이 규정 요건을 사전에 검토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국제 규범 측면에서는 글로벌 식품 규제 협력의 허브 역할도 확대됐다. 식품안전정보원은 국제식품규격위원회 코덱스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식품 규제기관장 협의체 APFRAS 사무국 운영을 지원하며 제55차 코덱스 식품첨가물분과위원회와 APFRAS 2025 회의 개최, 관련 국제심포지엄과 실무그룹 운영을 뒷받침했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글로벌 규제 동향과 논의 결과는 다시 국내 정책과 산업계 가이드라인에 반영돼, 국내 기준과 국제 규범 간 정합성을 높이는 데 활용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식품안전정보원이 축적하는 규제 데이터가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 기반 수출지원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가별 규제 변경 패턴과 부적합 사례가 축적되면 향후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출 리스크 예측, 성분 설계 단계에서의 규제 적합성 검토 등 고도화 서비스로 확장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표준화와 법령 해석의 일관성 확보, 개인정보를 포함한 민감 데이터 보호 체계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재용 식품안전정보원 원장은 2025년 한 해를 되돌리며 국내외 식품안전정보를 기반으로 정부와 산업체의 선제적 대응을 지원하고 K푸드 수출 현장의 애로 해소를 위한 실질적 지원에 집중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산업계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현장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K푸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K급식의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규제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보원의 디지털 식품안전 인프라가 실제 시장 안착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 주목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식품안전정보원#k푸드#코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