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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빵 굽는 냄새 따라”…영주 가을 여행, 든든한 한 끼와 달콤한 쉼 → 미식으로 걷는 하루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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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을 영주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소백산 산행지로만 여겨졌지만, 지금은 따뜻한 한 끼와 이색 디저트를 곁들인 미식 여행지로 일상이 됐다. 사과 향 머금은 공기 속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오늘은 무엇을 먹으며 쉴까’라는 고민이 따라온다.

 

영주 시내를 조금 벗어나면 먼저 봉현면 대촌리의 카페 ‘미소머금고’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곳의 시그니처는 오븐에서 막 구워낸 웰빙 고구마빵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고소한 커피 향과 함께 따뜻한 고구마빵 냄새가 공간을 채우며 긴장을 풀어 준다. 테이블에 앉아 한 입 베어 물면 겉은 살짝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달콤해, 가을 산책 후 출출해진 배를 포근하게 달래 준다. 친절한 응대와 편리한 주차 공간 덕분에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장거리 운전을 마친 여행자들도 부담 없이 들른다. 방문객들은 “빵 굽는 냄새만 맡아도 휴가 온 기분이 난다”고 표현하며 여유를 음미한다.

영주사과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영주사과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차로 조금 더 달려 풍기읍 산법리에 도착하면, 정도너츠 본사가 반가운 간식 타임을 열어 준다. 찹쌀로 만든 도넛이 줄지어 진열된 매장은 군것질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작은 천국처럼 느껴진다. 한 손에 쥔 도넛은 겉은 쫀득하게 씹히고 속은 부드럽게 퍼지며 달콤함을 남긴다. 클래식한 팥 맛부터 고소한 견과류와 어우러진 제품까지 선택지도 다양하다. 깔끔하게 관리된 매장과 여유 있는 주차장은 여행 동선 중 잠시 들르기 좋은 조건을 갖춰, “풍기까지 왔으면 정도너츠 한 봉지는 기본”이라는 반응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런 변화는 영주가 ‘한 끼 먹고 스치는 도시’가 아니라, 간식과 디저트를 사이사이에 배치해 천천히 머무는 여행 코스로 자리 잡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지역 특산물과 결합한 간식 문화가 여행의 즐거움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간단한 도넛 한 개, 고구마빵 한 조각이지만, 그 안에는 지역 농산물의 풍요와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자 하는 요즘 여행자의 취향이 담겨 있다.

 

배를 채웠다면 이제는 호기심을 채울 차례다. 부석면 임곡리에 자리한 콩세계과학관은 이름처럼 ‘콩’ 하나를 가지고 얼마나 깊게 놀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공간이다. 입구를 지나 전시실로 들어가면, 영주 대표 특산물인 부석태의 생김새부터 재배 과정, 다양한 품종의 콩이 우리 밥상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콩으로 만드는 전통 된장과 장류의 숙성 과정, 콩을 활용한 요리 문화 등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매일 접하는 식재료가 얼마나 많은 손길과 시간을 거쳐 왔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아이들은 콩을 직접 만지고 관찰하며 자연스럽게 식재료와 친해진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고 느끼고, 어른들 역시 어릴 적 시골 마당에서 콩을 털어 말리던 기억을 떠올리며 발길을 멈춘다. 콩의 생명력과 쓰임새를 하나씩 짚어 가는 과정 속에서,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밥상 위 반찬들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여행 방식을 ‘배우는 미식 여행’이라 부른다. 단지 먹고 끝나는 경험이 아니라, 한 도시의 농산물과 식문화를 알고 이해하는 과정이 동반될 때 만족감이 배가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영주를 찾는 이들 사이에선 “맛있게 먹고, 재미있게 배우고, 천천히 쉬다 가는 곳”이라는 후기가 늘고 있다. 댓글에는 “다음엔 부모님 모시고 콩세계과학관도 같이 가야겠다”, “고구마빵이랑 도넛으로 간식 채우고 과학관에서 아이랑 하루 보내고 왔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영주의 하루는 이렇게 흘러간다. 아침에는 소백산 자락을 바라보며 산책을 하고, 점심과 오후 사이에는 따끈한 빵과 도넛으로 속을 달랜다. 남은 시간엔 콩의 세계를 탐험하며 우리 음식의 뿌리를 돌아본다. 거창한 관광지가 아니어도, 차분하게 머물며 먹고 배우는 여행이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걸 보여 주는 동선이다.

 

사소한 간식 선택, 호기심에서 출발한 한 번의 관람이지만, 그 안에는 지역을 천천히 이해하려는 새로운 여행 태도가 담겨 있다. 영주는 지금, 든든한 한 끼와 달콤한 디저트, 그리고 한 줌의 배움을 더해 우리 삶의 속도를 조금 낮추어 주는 도시로 자리 잡는 중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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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미소머금고#콩세계과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