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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산업 AX 혁신센터 가동…AI 전환 생태계 본격 구축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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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술이 제조와 물류, 콘텐츠 산업의 전환을 촉발하는 변수로 부상하는 가운데 서울시가 산업용 AI 전환 거버넌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인력 부족과 인프라 비용 부담으로 AI 도입을 미뤄온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문제 정의부터 실증 검증까지 전 주기를 지원하는 구조를 띄운 점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체계가 수도권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좌우할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서울시는 서초구 우면동 서울AI허브에서 서울 산업 AX 혁신센터와 서울 AI 혁신협의회를 공식 출범시키고, 산업과 대학, 연구기관, 스타트업을 묶는 AI 전환 생태계를 가동했다고 25일 밝혔다. 서울AI허브는 그간 AI 스타트업 테스트베드와 공공 데이터 활용 거점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이번 출범으로 산업 전반의 AI 전환 지원 기능을 추가로 얹었다.

새로 문을 연 서울 산업 AX 혁신센터는 기업의 전환 수요를 연중 상시 접수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공정과 데이터 보유 현황을 분석한 뒤 기업별로 맞춤형 AI 도입 로드맵을 설계하는 일종의 원스톱 허브다. 수요기업과 솔루션 공급기업을 연결하고, 산학 컨소시엄을 구성해 PoC로 불리는 기술검증 단계와 현장 실증까지 이어가는 구조다. 그동안 자체 AI 인력과 서버 인프라를 갖추기 어려웠던 중소기업이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실행 중심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서울 AI 혁신협의회는 서울 지역 10개 주요 대학의 AI 및 융합대학원이 참여하는 두뇌 조직이다. 대학이 축적한 최신 연구 성과와 고급 AI 인력, 산업별 전문가 풀을 산업 현장의 수요와 직접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업이 풀기 어려운 문제 정의 단계에서부터 컨설팅 자문, 공동 연구 과제 설계, 실증 지원 과정까지 AX 혁신센터를 보완하는 상위 전략 기지로 기능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대학, 산업 AX센터, 서울AI허브를 잇는 3단 AI 전환 거버넌스가 이번에 완성됐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는 이미 AX 지원사업을 통해 올해 건설, 제조, 출판, 콘텐츠 등 20개 기업의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건설 분야에서는 스타트업 피아스페이스가 비전언어모델 기반 안전관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각종 영상 데이터를 학습한 이 시스템은 공사 현장에서 추락과 화재, 안전장비 미착용 등 주요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도록 설계됐다. 사람의 눈에 의존하던 수동 모니터링 체계를 AI 중심의 사전 예방 구조로 전환해, 사고 대응 속도와 인력 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사례로 꼽힌다.

 

출판업체 누리에에이아이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교재 표지와 편집 시안을 자동 생성하는 실증을 마쳤다. 반복적인 디자인 공정과 시안 작업에 드는 시간을 줄여, 인력이 기획과 콘텐츠 품질 관리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웹툰 기업 오노마에이아이는 특정 캐릭터의 말투와 감정을 학습한 대화형 AI를 테스트해, 지식재산권 기반 캐릭터 IP를 활용한 팬 소통과 상품 기획을 고도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실증 결과를 토대로 기술 도입 중심이 아니라 현장의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전환 모델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별 기업의 프로젝트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별 전환 모델과 적용 가이드로 확장해 다수 기업이 참고할 수 있는 표준 사례로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AX 혁신센터를 구심점으로 상시 컨설팅 체계를 강화하고, 각 분야별 전문 자문단과 솔루션 공급기업 풀을 넓혀 수요와 공급을 빠르게 매칭하는 구조도 구축한다.

 

지원 프로그램 운영 방식도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서울시는 2026년부터 AX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 체제로 전환하고, 연간 지원 규모와 참여 기업 수를 점진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산업별 AI 표준 모델을 쌓아가는 동시에, 현장 난제를 발굴해 대학 연구 과제로 연계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으로 거론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AI가 사람 중심의 산업 구조로 전환하는 핵심 도구가 될 것이라며, AI가 사람을 위해 작동하고 산업이 사람을 향해 혁신되는 지능형 도시 모델을 완성해 AI로 미래를 주도하는 서울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거버넌스가 실제 기업 현장에서 체감되는 생산성 향상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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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서울산업ax혁신센터#서울ai혁신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