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2단계·희토류 공급망 강화”…김정관, 베이징서 한중 통상 협력 확대 합의
한중 통상 현안을 둘러싼 이해가 맞부딪친 가운데, 양국 경제부처 수장이 베이징에서 마주 앉아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으로 복원 기조를 탄 양국 관계가 공급망과 자유무역협정 등 실질 통상 현안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부장과 한중 상무장관회의를 열고 경제·통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의 단독 방중을 계기로 한 상무장관회의는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지난달 1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계기 한중 정상 회동 이후로는 한 달 만에 이뤄진 후속 고위급 통상 접촉이다.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한 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 논의 과제 가운데 경제·통상 분야 후속 조치에 초점을 맞췄다. 양국은 정상외교를 발판으로 관계 회복 기조를 이어가고, 민생경제 회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산업통상부는 전했다.
양국은 먼저 한중 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양측은 조속히 한중 FTA 공동위원회를 열어 기존 FTA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서비스·투자 분야 협상을 서두르기로 합의했다. 상품 무역 위주에서 벗어나 교역 기반을 다변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서비스무역 협력 강화 양해각서를 토대로 서비스 교역 확대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 산업통상부는 양자·다자 통상 회의를 적극 활용해 장관급 소통을 수시로 이어가고, 협상 동력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역 규모를 둘러싼 논의도 오갔다. 양국은 2022년 3104억 달러를 기록하며 최대치를 찍은 뒤 정체된 양국 교역을 다시 활성화하고 상호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상호 보완적인 산업 구조를 활용해 투자 촉진과 공동 프로젝트를 모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공급망 안정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양측은 희토류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 안정을 위해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중국 측은 한국이 관심을 두고 있는 희토류 등 핵심광물과 관련해 통용허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원활한 교역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정부는 대중 수출통제 대화 채널을 토대로 관련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무역구제를 둘러싼 갈등 관리 방안도 협의됐다. 한국은 최근 진행 중인 중국산 열연강판 등에 대한 무역구제 조사가 세계무역기구 규정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무역구제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을 막기 위해 국장급 통상 채널 간 정례 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정례 대화를 통해 개별 분쟁이 양국 관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방 간 협력 확대도 주요 의제로 포함됐다. 한국은 그동안 연해지역에 집중돼 온 중국 지방정부와의 협력을 중국 중서부와 내륙지역으로 넓히기로 했다. 중국은 새만금 지역 등에 투자조사단을 파견해 새로운 지방 협력 모델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양측은 한중 산업협력단지를 기반으로 한 투자 활성화 방안도 차관급 협의회를 통해 구체화할 계획이다.
다자무역체제와 역내 협력에 관한 논의도 이어졌다. 양국은 세계무역기구를 중심으로 한 규범 기반 다자무역체제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 역내 협력 틀 속에서 정책 공조를 계속하기로 했다. 특히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의장국인 중국의 성공적 회의를 위해 한국이 그간의 개최 경험을 공유하기로 하면서, 통상·외교 채널 간 협력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회의 종료 후 양측은 한국 산업통상부와 중국 상무부 간의 2026년도 중점 협력사항에 서명했다. 양국은 무역·투자 행사 상호 지원과 각종 협력 채널의 원활한 운영을 약속하며 통상 네트워크 전반을 촘촘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부는 이번 베이징 회의를 계기로 한중 FTA 2단계 협상과 희토류 공급망 협력 등 주요 현안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향후 장관·차관·국장급 통상 채널을 병행 가동하며 한중 통상 관계의 안정적 관리와 구조 고도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