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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근간·한중관계 안정 관리"…이재명, 국익 중심 실용외교 재확인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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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안보 지형이 급변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인접 강대국 간 이해 충돌이 맞붙었다. 미중 전략 경쟁과 중일 갈등이 겹치며 외교·안보 현안이 부상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과 한중협력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내세웠다.

 

아프리카·중동 4개국을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현지시간 튀르키예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외교의 기본 원칙은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되, 한중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기조의 근본은 국익중심의 실용외교다. 미국과 중국에도 이런 원칙을 명확히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선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한미동맹을 군사동맹에서 경제동맹·첨단기술동맹 등을 포괄하는 복합 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하고,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며 "두 가지는 결코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쪽을 택하는 방식의 선택 압박보다는, 국익을 최대화하는 실용 노선을 분명히 한 셈이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과 관련해서도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한 편으로는 견제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협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 관계를 '일도양단' '올 오어 낫띵(All or Nothing)'으로 접근하면 남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미중 대립 구도를 흑백논리로 볼 경우 한국의 외교 공간이 축소된다는 인식을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중관계 관리의 필요성은 지경학적 위치와 연결해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사적으로도 반도 국가들은 크게 융성하거나 혹은 갈가리 찢겼다. 한국도 강대국들의 중간에 낀 '새우' 신세가 될 수 있지만, 하기에 따라 양쪽을 중재하며 활동 폭을 얼마든지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 국가의 역사적 딜레마를 언급하며, 균형 외교를 통해 오히려 외교 지렛대를 키울 수 있다는 구상을 드러낸 것이다.

 

최근 급부상한 중일 갈등 사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을 시사한 발언을 두고 중국과 일본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을 두고, 이 대통령은 "일본 총리의 발언을 두고 상당히 갈등이 크게 이어지고 있지만 대한민국 입장에선 현재의 상황을 냉철하게 지켜보고 대한민국 국익이 훼손되지 않고 극대화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정적 대응 대신 국익 극대화라는 관점에서 사태를 조율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 당시 양국 정상과의 연쇄 접촉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약간 무리를 했다. 중국 총리와 회동을 하게 됐고, 이에 일본 측에 특별히 요청해 균형을 맞춰 다카이치 총리와 회동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측과의 회동에서 한국 입장을 충실히 설명했다. 곡해가 발생하지 않게 잘 협의했다"며 "지금 한중·한일 관계에서 위협요인이나 갈등요소가 추가되는 것은 없다"고 전했다. 한중·한일 간 민감한 사안을 둘러싸고도 균형 있는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외교 방향과 맞물려 이 대통령은 군사·안보 분야의 자율성 확대를 핵심 국익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전시작전통제권 회복도, 핵추진잠수함 건조도 국익에 부합한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대외 협력과 동맹을 유지하되, 한국군의 작전 통제권과 전략자산 운용 능력을 강화해 실질적 방위 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국방비 지출과 자주국방의 방향성도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1.45배에 이르는 엄청난 국방비를 지출한다. 또 GDP 대비 3.5%까지 국방비를 계속 증액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 부담에도 불구하고 방위력 강화를 위한 국방비 증액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그는 대외 의존도가 과장돼 인식되는 상황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는 전시작전통제권도 없는 데다, 일각에서는 마치 한국이 외부의 지원이 없으면 자체 방위도 못 하는 것처럼 오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전작권 전환과 전략 전력 확보를 통해 스스로 방위 능력을 갖춘 동맹국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선 한미동맹 강화, 대중 협력, 자주국방 확대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 대통령 구상이 향후 국회 국방·외교 상임위 논쟁의 핵심 축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 핵추진잠수함 도입 방식 및 재정 부담, 미중 전략 경쟁 속 대중 경제협력 범위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앞으로 예정된 국방예산 심사와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등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계획과 국방비 증액, 한중·한일 관계 관리 전략을 두고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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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한미동맹#전시작전통제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