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원오가 일을 잘하긴 잘하나보다"…이재명, 성동구청장 치켜세우며 서울시장 구도 촉각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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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후계 구도를 둘러싼 시선과 청와대발 메시지가 맞붙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군을 둘러싼 여권 내부 기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의 구정 성과를 직접 언급하며 주목을 받았다. 여권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자주 거론돼 온 기초단체장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호평한 셈이라, 정치권에선 미묘한 파장이 감지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 옛 트위터 계정에 성동구가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구정 만족도 조사 결과를 다룬 언론 기사를 공유했다. 해당 조사에서 성동구의 구정 수행에 대해 긍정 평가가 90%를 넘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사에 따르면 성동구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구가 일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92.9%로 집계됐다. 성동구 행정에 대한 주민 체감 평가가 매우 높게 나타난 셈이다.

 

이 대통령은 기사와 함께 글을 남겨 정원오 구청장을 직접 거명했다. 그는 "정원오 구청장이 일을 잘하기는 잘하나 보다. 저의 성남시장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저는 명함도 못 내밀듯"이라고 적었다. 자신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지지도를 언급하면서도 정 구청장의 성과를 더 높게 평가하는 뉘앙스를 드러낸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메시지를 두고 해석이 분주하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기초단체장들 중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정원오 구청장에 대해, 이 대통령이 개인적 신뢰와 기대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특히 정 구청장은 그간 여권의 잠재적 서울시장 후보군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혀 온 인물이라, 이 대통령의 발언이 향후 공천 구도와 직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뒤따랐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 차원의 서울시장 전략과도 연관 지어 바라보고 있다. 수도권 민심이 정권 심판론과 맞물려 격랑에 휩싸인 상황에서, 구정 만족도 90%를 넘긴 기초자치단체장의 성과를 대통령이 직접 부각한 행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대통령실은 서둘러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이 자신의 성남시장 재직 당시를 떠올리며 얘기한 것일 뿐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후보들에 대해서도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특정 인물 띄우기라는 해석을 경계했다.

 

대통령실 설명을 고려하면, 이 대통령의 발언은 우수 기초단체장에 대한 통상적 격려 차원이라는 취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청와대와 가까운 기초단체장의 이름이 대통령 SNS에 등장했다는 점은 정치적 해석을 자극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글이 민주당 내 지방선거 인재군을 자연스럽게 부각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성동구 사례처럼 높은 구정 만족도를 기록한 기초단체장들이 차기 광역단체장 후보로 이어지는 흐름이 재차 확인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는 성동구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월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간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성동구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500명이다. 휴대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100% 무선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다. 조사 결과에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른 지역·성별·연령별 가중치가 반영됐다.

 

향후 내년 지방선거 공천 경쟁이 본격화되면, 이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다시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은 이 대통령이 다른 광역·기초단체장들에 대해서도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시하고 있으며, 여야는 서울시장과 수도권 단체장 레이스를 놓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평가 흐름을 세밀하게 분석하며, 후보군 정비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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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원오#성동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