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천명 감원 단일 최대 규모”…버라이즌, 구조조정 단행에 미국 고용시장 불안 확대
현지시각 기준 20일, 미국(USA) 이동통신사 버라이즌(Verizon)이 1만3천개가 넘는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대형 기업들의 구조조정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 고용시장과 소비 심리에 부담을 키우며, 경기 둔화 우려 속 기업들의 비용 절감 압박이 본격화하는 국면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새로 취임한 댄 슐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모에서 1만3천명 이상의 인력을 감축하고 외주와 외부 인건비를 크게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로이터는 버라이즌 창사 이후 단일 계획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감원이라고 전했다. 버라이즌의 지난해 말 기준 미국 내 직원 수는 약 10만명으로, 회사는 이미 지난 3년 동안 약 2만개의 일자리를 없앤 바 있다.

버라이즌은 조직 슬림화와 더불어 영업 구조 개편에도 나선다. 회사 측은 직영 매장 179곳을 가맹점 형태로 전환하고, 매장 1곳은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버라이즌 대변인은 대규모 감원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번 조치가 통신 서비스 사업자로서 시장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우선순위 재정비와 사업 구조 조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인공지능(AI) 도입 확대에 따른 인력 대체가 이번 인력 감축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버라이즌은 가입자 수 기준으로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로 꼽히지만, 최근 무선 이동통신과 가정용 인터넷망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입자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가격 경쟁, 프로모션 확대, 대체 서비스 등장 등으로 수익성이 압박을 받으면서 인건비와 고정비 축소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현지에서 제기된다. 통신 업계에서는 버라이즌의 조치가 경쟁사들의 추가 구조조정을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에서는 버라이즌뿐 아니라 주요 대기업 전반으로 구조조정 움직임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Amazon)은 지난달 28일 조직을 슬림화해 AI 혁신에 대응하겠다며 직원 1만4천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은 월마트(Walmart)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전 세계적으로 154만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류기업 UPS(United Parcel Service)도 같은 날 실적 발표에서 재무 구조 개선을 이유로 올해 들어 운영 인력 3만4천명과 관리 인력 1만명을 각각 줄였다고 밝혔다. 앞서 스타벅스(Starbucks)는 지난 9월 사무직 직원 900명을 정리했고, 유통업체 타깃(Target)은 지난달 조직 효율화를 내세워 1천800개 일자리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조치는 유통·물류·IT·통신 등 여러 산업에서 비용 절감과 디지털 전환 압박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블룸버그 통신은 재취업 알선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의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들어 9월까지 미국에서 95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대규모 감원이 단일 산업을 넘어 여러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 매체들은 고금리, 소비 둔화, 기술 투자 전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성장 전략보다 비용 통제와 구조조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 버라이즌의 결정은 통신 업계 경쟁 심화와 함께, 미국 대형 기업들의 인력 운용 기조가 보다 보수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례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소비·기술 투자 환경에 따라 구조조정 흐름이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미국 고용시장과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제사회는 미국 대기업들의 인력 감축이 글로벌 수요와 공급망, 투자 전략에 어떤 연쇄 반응을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