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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무결성 국제공조 강화…AI 허위조작정보 대응 논의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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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확산으로 허위조작정보 유통이 가속하면서 정보 무결성 확보가 글로벌 정책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각국 규제기관과 국제기구, 팩트체킹 네트워크가 한자리에 모여 정부와 플랫폼, 시민사회가 어떤 역할을 분담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장이 서울에서 열렸다. AI가 생성하고 증폭하는 조작 콘텐츠에 대응하려면 단순 삭제를 넘어 투명한 정보 출처 관리, 알고리즘 책임성, 이용자 문해력 교육을 아우르는 다층적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향후 글로벌 디지털 정책 협력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은 28일 서울에서 허위조작정보 대응 및 정보 무결성 강화 이해관계자의 역할을 주제로 2025 정보 무결성 강화를 위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콘퍼런스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 IFCN, 호주통신미디어청 ACMA 등 해외 기관과 국내 미디어 정책 담당자, 학계 전문가 등 100여 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했다. AI 기반 추천 시스템과 자동 생성 기술이 허위조작정보 확산의 촉매가 되는 상황에서, 정책과 플랫폼 운영, 팩트체킹 커뮤니티를 아우르는 국제 공조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샤를 보비옹 OECD 정보무결성 총괄은 기조연설을 통해 진화하는 정보 환경에 맞는 공공 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사회적 회복력, 즉 허위조작정보에 노출되더라도 사회가 빠르게 사실을 복원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보 출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규범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AI가 생성한 정보인지 여부, 콘텐츠 제작과 유통 과정에서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검증했는지 등을 이용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앤지 드롭닉 홀란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 국장은 허위정보 대응의 전제 조건으로 전 사회적 방어 체계 구축을 꼽았다. IFCN은 2015년 미국에서 설립된 이후 전 세계 팩트체크 단체를 묶는 허브 역할을 해왔다. 그는 각국 언론과 시민단체, 플랫폼이 공통의 사실검증 기준을 공유하고, 검증 결과를 빠르게 유통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AI가 허위 내러티브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시대에는 개별 언론사의 수작업 검증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데이터 기반 팩트체킹 협업 네트워크와 표준화된 검증 프로토콜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정은령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이자 IFCN 이사는 허위정보 대응의 핵심 개념으로 사실확인을 제시했다. 그는 독립적 거버넌스 구축, 플랫폼 책임 강화, 정보 무결성 보장이라는 세 축이 맞물려야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립적 거버넌스는 정부와 플랫폼, 언론, 시민사회가 상호 견제와 협력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뜻하며, 플랫폼 책임은 알고리즘 설계와 광고 정책, 신고·정정 시스템 등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호주 사례는 플랫폼 중심 자율 규범의 한 모델로 소개됐다. 갤리 머드포드 호주통신미디어청 허위정보·플랫폼 부서장은 허위 잘못된 정보 근절 실천 강령 개발 과정을 공유하며, 허위조작정보가 초래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피해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과 허위조작정보에 기반한 수익 차단을 주요 내용으로 제시했다. 이 강령은 플랫폼 사업자 스스로 허위정보 확산을 줄이기 위한 내부 정책과 투명성 보고를 확대하고, 광고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허위조작정보가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설계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현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사는 규제와 진실한 정보 유통 촉진을 병행하는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허위조작정보 유통 억제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동시에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공기관과 언론, 전문기관이 검증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고, 알고리즘 상에서 이런 정보가 더 잘 노출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후 토론 세션에서 참석자들은 정부, 플랫폼 사업자, 언론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역할 분담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규제기관은 최소한의 공통 규범과 투명성 기준을 제시하고, 플랫폼은 AI 추천과 광고 시스템에 대한 설명 책임을 강화하며, 언론과 팩트체킹 단체는 고품질 검증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생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시에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문해력 교육, 즉 정보 출처를 평가하고 허위조작정보를 스스로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장기적인 대응의 핵심 도구라는 견해도 제시됐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제기된 논의를 바탕으로 국제사회 협력을 넓히고 정보 무결성 강화를 위한 정책 논의와 실천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AI 콘텐츠 식별 기술, 플랫폼 투명성 의무, 이용자 교육 프로그램 등 구체적 정책 수단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에 따라 국내 디지털 정보 생태계의 신뢰 수준이 좌우될 전망이다. 산업계와 정책 당국은 허위조작정보 대응 체계가 실제 시장과 사회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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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oecd#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