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30년 만의 최고 금리 수준”…일본,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에 엔화·글로벌 시장 촉각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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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2일, 일본(Tokyo, Japan) 금융당국이 이달 18∼19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이 예상되는 이번 조정은 엔화 약세와 미·일 간 금리 격차, 통화정책 정상화 필요성이 맞물린 결정으로 평가되며, 주변국과 국제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현지 언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BOJ)은 현재 약 0.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0.75% 안팎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정책위원 9명 가운데 절반을 넘는 위원이 인상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명확한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회의에 출석한 정책위원 과반 찬성으로 금리 인상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현 분위기상 이번 회의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시장에 확산하고 있다.

일본은행, 기준금리 0.75% 인상 유력…30년 만의 최고 수준 전망
일본은행, 기준금리 0.75% 인상 유력…30년 만의 최고 수준 전망

니혼게이자이는 기준금리가 0.75%에 도달할 경우 1995년 9월 이후 약 30년 만에 일본의 정책금리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17년간 유지해 온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뒤 같은 해 7월 기준금리를 0∼0.1%에서 약 0.25%로 인상했고, 올해 1월에는 다시 0.5% 안팎으로 올리며 완화적 기조 속에서 점진적인 정상화를 시도해 왔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그동안 실질금리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판단 아래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여러 차례 시사해 왔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USA)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세계 경기와 일본 수출에 미칠 충격을 우려해 3월 회의부터는 6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완화될 때까지는 신중한 접근을 중시한 셈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관점에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일본은행 내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가 일본 경기와 물가에 주는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가와 임금의 흐름이 완화적 금융정책의 일부 조정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평가도 함께 제기되며, 추가 인상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치적 환경 역시 금리 인상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내세운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 내부에서 금리 인상 필요성을 수용하는 기류가 커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르던 정치적 부담이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재정부담과 인플레이션 관리 사이에서 조율하던 정부와 중앙은행의 관계에 미묘한 균형 변화가 감지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엔화 약세는 일본은행의 고민을 더욱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달러당 155엔대를 기록하며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일 간 금리 격차가 클수록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며,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엔저 완화와 자본 유출 방지 차원의 정책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본다. 이 같은 시장 구조가 일본은행의 인상 검토를 뒷받침하는 배경이라는 평가다.

 

다만 일본은행의 결정을 둘러싼 금융시장 불안 요인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은행이 실제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일본 증시의 급락이나 예상 밖의 급격한 엔화 강세 등 부작용을 면밀히 점검한 뒤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초저금리와 엔저에 기반해 형성돼 온 투자 포지션이 한꺼번에 청산될 경우, 국내외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외 금융시장에서도 일본은행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일 금리 차 축소는 글로벌 채권·외환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촉발할 수 있고, 일본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한 해외 자산 운용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요 글로벌 매체들은 일본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선진국 가운데 마지막 남은 ‘초저금리 앵커’ 역할을 해왔다고 짚으며, 이번 인상이 가시화될 경우 세계 자금 흐름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는 평가가 금융시장 안팎에서 제기된다.

 

시장 기대는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된 상태다. 보도에 따르면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12일 오후 기준으로 일본은행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보고 있다. 파생상품과 채권 수익률 곡선에도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이 일부 반영돼 있다는 관측이 투자은행 리포트 등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우에다 총재는 이달 1일 강연에서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적절히 판단하고자 한다”고 언급하며 공식적으로는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했다. 같은 자리에서 그는 “정책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완화적 금융환경의 조정에 해당하며, 경기에 브레이크를 거는 조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해, 설령 인상에 나서더라도 통화정책 기조 전반은 여전히 완화적 범주에 머무를 것임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속도 조절과 시장과의 소통에 성공할 경우, 엔화 안정과 물가 관리, 통화정책 정상화를 동시에 도모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반면 금리 인상 이후 증시 조정과 환율 급변이 겹칠 경우,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금융시장 전반으로 충격이 번질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이번 결정이 일본의 장기 초저금리 시대에서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가는 신호탄이 될지, 국제사회는 일본은행의 최종 발표와 그 후속 대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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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우에다가즈오#엔달러환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