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64,000원 마감 LG화학…9조 실탄 확보 계획에 외국인 러브콜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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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주가가 강도 높은 사업 재편과 자산 유동화 기대감을 바탕으로 36만원 선을 회복했다. 12월 들어 박스권 흐름을 이어오던 주가가 구조조정 구체화와 외국인 매수세가 맞물리며 반등에 나서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체질 개선이 주가에 반영되는 초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든다. 전문가들은 석유화학 부문 구조조정과 LG에너지솔루션 지분 활용 계획이 재무 체력 강화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7일 LG화학은 정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2.82% 오른 364,000원에 마감했다. 지난 11일 365,500원 이후 16일 354,000원까지 밀렸다가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장중 고가는 365,000원까지 올라 직전 고점 돌파를 시도했다. 다만 정규장 종료 뒤 넥스트레이드 시장에서는 정규장 종가 대비 약 2.9% 낮은 353,500원에 마감해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물량이 출회됐다. 시장에서는 35만원 중반대 지지 여부가 단기 주가 방향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LG화학[05191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 LG화학[05191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최근 주가를 움직이는 핵심 모멘텀은 석유화학 부문 구조조정과 재무적 실탄 확보 구상이다. LG화학은 GS칼텍스와 협력해 여수 납사분해시설 1공장 철거를 포함한 재편안을 정부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마진 악화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비효율 자산을 정리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이달 초 수처리 필터 사업을 사모펀드에 매각 완료했고, 보유 중인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약 70% 수준까지 활용해 최대 9조 원 규모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점도 유동성 우려를 줄였다는 평가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가 눈에 띈다. 이날 외국인은 약 3만 주, 기관은 약 2,300주를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제이피모간이 25,285주, 메릴린치가 13,053주를 사들이는 등 글로벌 대형 브로커가 매수 상위 창구에 이름을 올렸다. 단기 매매 성격이 강한 개인 대신 중장기 펀더멘털 개선에 베팅하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 보유 비중도 34.4% 안팎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조정 시 마다 저가 매수 패턴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업계와의 실적 격차는 LG화학의 밸류에이션 매력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롯데케미칼이 영업손실 1,326억 원, SKC가 528억 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가운데, LG화학은 3분기 영업이익 6,797억 원을 거두며 흑자를 방어했다. 전지 소재와 생명과학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석유화학 부진을 상쇄한 결과라는 평가다. 현재 LG화학의 PBR은 약 0.84배, 시장에서는 실질적으로 0.8배 수준의 저평가 영역에 머물러 있는 만큼, 실적 안정성과 자산 가치 대비 가격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 측면에서도 턴어라운드 조짐이 확인되고 있다. LG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는 6,797억 원으로, 시장 컨센서스 5,639억 원을 20.52% 웃돌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감소세지만, 직전 분기 대비로는 뚜렷한 개선 흐름이다. 지배주주 순이익도 4,473억 원을 기록하며 탄탄한 흑자 구조를 보였다. 석유화학 업황이 바닥 구간을 통과하고 있다는 기대 속에 원가 절감과 효율화 노력이 수익성 지표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경영 전략 측면에서는 CEO 교체와 미래 기술 투자라는 투트랙 전략이 부각된다. 7년 만에 선임된 김동춘 신임 대표는 첨단소재 전문가로, 석유화학 중심에서 소재와 바이오 중심 회사로의 전환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최근 한양대와 함께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인 고체 전해질 입자 제어 기술을 개발해 고속 방전 용량을 50% 높였다고 발표했다.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차세대 수전해 소재도 공개하는 등 차세대 에너지 소재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바이오 사업에서는 성장호르몬 시장 1위 수성, 난임 치료 앱 수상 등 성과를 내며 비석유화학 부문의 성장성을 입증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단기와 장기 접근법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여수 NCC 1공장 철거 검토와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 뉴스와 수급 공방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규장에서의 상승분을 야간 거래에서 일부 반납한 만큼 35만원 중반대 지지력 점검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반면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현재 PBR 0.8배 수준이 과거 밴드 하단에 가까운 만큼,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해 확보할 최대 9조 원의 재원이 신성장 사업에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투입되는지가 향후 주가 재평가의 관건으로 꼽힌다.

 

다만 리스크 요인도 적지 않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하는 캐즘 국면이 길어질 경우 배터리와 관련 소재 사업의 성장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중국발 석유화학 설비 증설과 공급 과잉 우려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특성상 고환율 기조가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수 NCC 1공장 철거와 같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회성 비용과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LG화학의 구조조정과 재무 전략이 실제 실적 개선과 가치 재평가로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전기차 수요 회복, 석유화학 업황 반등, 환율 안정 여부가 투자 매력도를 가를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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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lg에너지솔루션#김동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