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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세균 지도와 유전자 한 번에”…연세대, 크론병 예후 분석 기술 선보여
IT/바이오

“장 세균 지도와 유전자 한 번에”…연세대, 크론병 예후 분석 기술 선보여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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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조직 내 세균의 위치와 장 세포 유전자 발현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연세대 의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박유랑 교수, 장수영 강사,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고홍 교수 연구팀은 장 조직 내 미생물-인간 유전자 동시 프로파일링 기술을 확립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크론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 분포와 세포 유전자 발현을 고해상도로 동시 파악함으로써, 질병 예후 예측과 맞춤 치료 전략 개발을 가능케 한다.

 

크론병은 소장과 대장을 포함한 소화관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난치성 질환으로서, 혈변·복통·설사 등 만성 증상이 주요 특징이다. 장내 미생물 군집과 환자 면역계의 이상 상호작용이 주요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실제 환자 조직에서 세균과 인체 세포 반응을 한 번에 매핑하는 기술은 그간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미생물 및 인간 유전자 발현을 동시에 분석하는 RNA 기반 프로파일링 파이프라인을 구축, 기존보다 미생물·면역 상호작용 해석의 정밀도를 크게 높였다.

새 기술은 인체 조직 RNA 외에도 그 안을 침투한 미생물 RNA까지 한 번에 검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염증 부위별 미생물 분포와 인간 세포의 세포 사멸 등 반응을, 단일 조직 레벨에서 직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기존 유전자 분석법 대비, 조직 내 ‘세균 위치-유전자 반응’ 데이터가 입체적으로 연계돼 미생물의 병인적(致因的) 역할 해석이 수월해졌다는 점이 강점이다.

 

실제 연구팀이 크론병 환자 조직을 분석한 결과, 크론병에서 미생물 분포가 정상조직 대비 두드러지게 증가했고, 특히 염증이 심한 부위에서는 미생물 수가 더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미생물 분포 정도가 질병 재발 시기나 내시경상 중증도와 통계적으로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업계는 미생물 분포 데이터가 크론병 예후 예측에 새로운 바이오마커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번 기술은 유익균·병원균 후보를 1차적으로 추려내 새로운 치료 후보균주 발굴에도 실질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미생물 종류별로 유도되거나 억제되는 RNA를 검출, 미생물과 장 세포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추정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보고되지 않은 잠재 치료 세균 균주도 일부 동정됐다. 이처럼 신개념 미생물 프로파일링 방식은 크론병 외 다양한 미생물 질환 연구나, 미생물 기반 치료제 개발 플랫폼으로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글로벌 의료 현장에서는 유전체 분석과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생태계) 데이터 융합이 신종 질환 관리와 치료 표적 발굴의 새 트렌드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 NIH, 유럽 등에서도 대규모 마이크로바이옴 지도가 구축되고 있으나, 미생물 위치·유전자 통합 해석 기술은 드물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차별점이 부각된다.

 

향후 미생물 관련 바이오 테라피 개발과 유전자 기반 예후 예측 모델이 확대되면서, 식약처 등 국내외 규제기관도 미생물-유전체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적극 모색할 전망이다. 데이터 프라이버시, 맞춤의료 윤리 문제도 병행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고홍 교수는 “이번 장 내 미생물 프로파일링 기술은 크론병을 비롯한 다양한 미생물 질환 연구 및 환자 맞춤 치료 전략에 널리 적용될 방법”이라며 “특히 유익균·병원균 식별을 바탕으로 한 미생물 기반 혁신 치료제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평가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의료 현장에 안착할지, 미생물 치료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지 주목하고 있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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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크론병#미생물유전자프로파일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