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연승 전설 썼다”…알레시아 오로, 세계선수권 2관왕→이탈리아 배구 최정상
방콕 실내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의 숨소리조차 가라앉은 결승전, 알레시아 오로의 토스가 공중을 그렸다. 36연승을 향한 집념, 그리고 국가대표로서의 무게가 손끝에서 베어났다. 동료들에게 흐르는 신호가 득점으로 연결되던 순간, 이탈리아 여자배구 대표팀의 환호와 팬들의 기립박수가 하나로 맞닿았다.
2025 국제배구연맹(FIVB) 여자 세계선수권 결승전이 7일 태국 방콕에서 펼쳐졌다. 이탈리아는 튀르키예를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조직력과 냉철한 경기력으로 승리를 거머쥐며, 이번 대회 36연승에 더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대회 내내 단 한 차례 패배 없이 바람처럼 내달린 이탈리아는 단순한 강팀을 넘어 세계 최강자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결승전의 중심에는 알레시아 오로가 있었다. 오로는 대회 누적 세트 성공 143회를 남기며 세터 부문 6위에 올랐다. 그보다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 순간들은 중요 고비마다 터진 정확한 토스와 빠른 경기 조율이었다. 오로는 이 대회 시상식에서 MVP와 베스트 세터상을 모두 휩쓸며 2관왕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해 파리올림픽 금메달, 두 차례 VNL 우승을 더해 이번 세계선수권까지, 오로는 메이저 3관왕의 서사를 자신의 커리어에 새겼다.
수상 명단에서는 이탈리아 미들블로커 안나 다네시, 리베로 모니카 젠나로도 드림팀에 선정됐다. 득점왕 자리는 튀르키예의 멜리사 바르가스(151점)에게 돌아갔으며, 베스트 미들블로커에는 에다 에르뎀이, 베스트 아웃사이드 히터 부문에는 일본의 이시카와 마유와 브라질의 가비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이탈리아의 득점원 파올라 에고누는 129점으로 대회 득점 4위에 올랐으나 드림팀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36연승이라는 기록적인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우월감을 넘어선, 팬들과 선수들이 만들어낸 한 시대의 배구 열기였다. 경기장을 채운 함성과 오로를 향한 찬사는 이탈리아 여자배구의 견고한 황금기를 증명했다. 다음 국제 무대에서도 과연 이 연승 행진과 수상 퍼레이드를 이어갈지 전 세계 배구 팬들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