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고소득층도 장바구니 들었다”…월마트, 순이익 34% 급증에 나스닥 이전 상장 카드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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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0일, 미국(USA) 아칸소주 벤턴빌에 본사를 둔 유통 대기업 월마트(Walmart)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 늘었다고 공개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나온 실적 개선에 더해 월마트가 연간 실적 전망을 재차 상향하고 상장 시장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나스닥(Nasdaq)으로 옮기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소매경기와 금융시장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로 주목되고 있다.

 

월마트에 따르면 3분기 당기 순이익은 61억 달러로 집계돼 1년 전보다 34% 증가했다. 월마트는 2025 회계연도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4.8∼5.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불과 3개월 전, 이전 분기 실적 발표에서 연간 매출 증가율 전망치를 3.75∼4.75%로 한 차례 올린 데 이어 다시 상단과 하단을 동시에 끌어올린 조치다. 회사 측은 소비 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매출 성장세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월마트’ 3분기 순이익 34%↑…나스닥 이전 상장·연간 실적 전망 재상향
‘월마트’ 3분기 순이익 34%↑…나스닥 이전 상장·연간 실적 전망 재상향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는 고객층의 변화가 거론됐다. 월마트는 상대적으로 고소득에 속하는 미국 소비자들이 가격이 낮은 상품을 찾으면서 월마트 매장을 새롭게 찾는 고객층으로 편입됐다고 설명했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CNBC 인터뷰에서 월마트가 “모든 소득 계층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고소득층에서의 확대가 더욱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관세 부담과 생활비 상승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이전까지 월마트를 이용하지 않던 계층까지 가격 경쟁력이 높은 상품을 선택하면서 매출 성장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다.

 

반면 기존 핵심 고객층인 저소득층의 지갑은 눈에 띄게 무거워진 것으로 평가됐다. 레이니 CFO는 저소득층 소비에 대해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의 경우 지출이 다소 완만해진 것을 보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전역에 촘촘한 유통망을 갖춘 월마트는 식료품과 생활 필수품부터 고가 전자제품까지 취급하는 특성상, 각 소득 계층의 소비 행태 변화가 곧 미국 내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월마트의 긍정적인 실적 흐름은 미국 유통업계 전반의 분위기와 대비된다. 앞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홈디포(Home Depot), 타깃(Target)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향후 실적에 대해 보수적 전망을 내놓으며 소비 둔화를 경고했다. 그와 달리 월마트는 실적 개선과 연간 전망 상향으로 차별화에 성공하며 투자자와 시장의 시선을 끌었다. 소비 여건 악화 속에서도 고객층 재편과 가격 경쟁력이 실적 방어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번 실적 발표는 미국 소비 심리 악화와 맞물리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 미국 미시간대가 집계하는 11월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는 2022년 6월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가 겹치면서 가계가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월마트가 이익과 매출 전망을 동시에 끌어올린 흐름은 고소득층의 ‘가성비 소비’ 전환이 전체 매출을 떠받치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월마트는 이날 연간 실적 전망 상향과 함께 상장 시장 이전 계획도 밝혔다. 회사는 오는 12월 9일부터 상장 거래소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나스닥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월마트는 1972년부터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었으며, 이번 결정으로 50여 년 만에 거래소를 변경하게 된다. 월마트는 이번 이전을 사람 중심, 기술 주도라는 자사의 장기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하며 나스닥행에 전략적 의미를 부여했다.

 

시가총액 약 8천520억 달러로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네 번째로 큰 기업인 월마트가 나스닥으로 이동할 경우, 역대 최대 규모의 이전 상장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월마트의 결정이 전통적으로 대형 블루칩 기업의 상장 무대로 여겨졌던 뉴욕증권거래소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간 경쟁 구도에서 나스닥에 상징적인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고 본다. 기술 성장주 이미지가 강했던 나스닥에 미국 대표 소비·유통 대기업이 합류하면서 지수 성격과 투자자 저변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거래소 이전 이후 월마트는 나스닥의 비금융 대형주 지수인 나스닥-100 지수 편입 자격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월마트의 시가총액 규모를 고려할 때, 편입이 이뤄질 경우 지수 내 10위권에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나스닥-100 구성 종목에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덱스 펀드를 비롯한 다양한 패시브 자금이 연동돼 있어, 월마트 편입 시 관련 자금의 자동 유입과 함께 시장 내 영향력 확대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월마트의 호실적과 전략 변화는 미국 소비 구조와 자본시장의 흐름이 맞물려 재편되는 단면으로 평가된다. 고소득층의 저가 유통 채널 유입과 저소득층 지출 둔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대형 유통기업이 기술 중심 거래소로 이동해 새로운 투자 수요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실적 발표와 상장 이전 결정이 향후 미국 소비 경기와 글로벌 유통·금융 시장의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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