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연 2회 출시전략 검토…삼성과 정면 대결 예고
아이폰 출시 주기가 바뀌면 스마트폰 산업의 판도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이 10년 넘게 유지해 온 가을 일괄 공개 방식을 버리고, 프리미엄과 보급형을 나눠 연 2회로 출시 전략을 재편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매출 인식 시점을 연중으로 분산하고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려는 의도와 함께, 1분기마다 공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 S 시리즈와 정면 승부에 나서는 신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 변화가 프리미엄 경쟁과 중가 시장 재편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IT 전문매체 폰아레나 등에 따르면 애플은 2025년부터 아이폰 출시 전략을 연 1회에서 2회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9월 전후 가을에는 아이폰 18 프로, 아이폰 18 프로 맥스, 폴더블 아이폰 등 프리미엄 라인업을 집중 공개하고, 이듬해 봄에는 아이폰 18 기본형, 아이폰 18e, 아이폰 에어 후속 모델 등 보급형과 기본형을 따로 선보이는 구조다. 그동안 한 번에 몰아서 진행되던 제품 발표를 두 단계로 나누는 셈이다.

현재 애플은 2007년 첫 아이폰 출시 이후 거의 매년 신형 아이폰을 내왔고, 2011년 아이폰 4S를 기점으로 출시 시기를 가을로 고정해 왔다. 초기에는 6월이나 7월에 공개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후 주력 모델은 가을에만 발표하는 패턴이 자리잡았다. 중간중간 봄에 아이폰 SE 시리즈를 비정기적으로 내놓으며 라인업을 보완해 왔지만, 메인 플래그십은 가을 중심 전략을 꾸준히 유지했다.
향후 전략이 바뀌면 9월 공개분은 전체 일정의 절반에 불과해진다. 특히 기본형 모델은 출시 시점이 뒤로 밀리면서 2027년 상반기까지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본형을 기다려온 이용자 입장에서는 구매 타이밍이 꼬이거나 대기 기간이 길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프리미엄 제품군을 먼저 도입하면서 신기술을 조기에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층을 선점하겠다는 구도도 읽힌다.
애플이 출시 전략을 재설계하려는 배경에는 경쟁사 견제 목적이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매년 1분기 갤럭시 S 시리즈를 공개해 상반기 프리미엄 수요를 선점해 왔다. 애플이 봄 시즌에 아이폰 기본형과 보급형을 집중 배치하면, 출시 타이밍부터 제품 포지셔닝까지 갤럭시 S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구도가 형성된다. 상반기에는 가격·가성비 중심 경쟁, 하반기에는 고성능·혁신 기능 경쟁이라는 양분된 시장 구도가 뚜렷해질 수 있다.
매출 구조 측면에서도 변화 폭이 크다. 지금까지 애플은 4분기에 아이폰 판매가 집중되면서 연말 실적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연 1회 대형 출시 이벤트에 매출이 몰리다 보니 나머지 분기에는 상대적 공백기가 발생하고, 공급망 역시 특정 시기에 생산과 물류 부담이 극대화되는 구조였다. 출시 시기를 봄과 가을로 나누면, 연중 계속된 신제품 효과로 매출을 보다 안정적으로 분산할 수 있고, 분기별 실적 변동성도 줄어들 여지가 있다.
공급망과 제조 파트너 관점에서는 완충 효과도 기대된다. 지금처럼 모든 아이폰 라인업을 한 시점에 맞추어 생산하려면, 부품 조달부터 조립, 품질 테스트까지 짧은 기간에 병목이 집중된다. 애플이 일정 분산을 통해 프리미엄과 보급형을 나눠 생산하면, 파운드리와 부품 공급사, 조립업체에 걸리는 압박이 분산되고 재고 관리도 유연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처럼 리드타임이 긴 핵심 부품의 수급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품 포지셔닝과 마케팅 전략 역시 세분화될 가능성이 크다. 프리미엄 모델과 기본형 모델을 시기적으로 분리하면, 고가 제품에 집중하는 소비자와 가성비를 중시하는 이용자를 각각 겨냥한 캠페인을 설계하기 쉽다. 지금까지는 프로 라인업이 주목도를 대부분 가져가면서 기본형과 보급형이 상대적으로 묻히는 경향이 있었다. 출시 시점을 분리하면 기본형과 보급형에만 초점을 맞춘 메시지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어, 중저가 시장에서도 브랜드 존재감을 강화할 수 있다.
폴더블 아이폰과 같은 신규 폼팩터 도입에도 유리한 구조로 평가된다. 아이폰 18 프로 라인과 함께 폴더블 아이폰을 가을에 집중 배치하면, 하드웨어 혁신과 디자인 변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마케팅이 가능하다. 여기에 봄 시즌에는 이미 검증된 설계와 칩셋을 바탕으로 한 기본형과 보급형을 내놓아 가격대를 넓히는 방식으로 전체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폴더블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기존 라인업과의 분리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출시 주기 전환이 실제로 연착륙하려면, 부품사와 통신사, 소매 유통망까지 포함한 전반적 조정이 필요하다. 국내외 통신사들은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어떤 모델에 보조금을 집중할지, 재고 회전 주기를 어떻게 설계할지 재검토해야 한다. 프리미엄·보급형 간 기능 차이와 가격 구조가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으면, 소비자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해에 기본형 출시가 뒤로 밀리는 사이, 중가 안드로이드폰으로 수요가 이탈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스마트폰 시장 경쟁 구도에서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응 전략도 변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 폴더블 Z 시리즈를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이미 연 2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플래그십과 가성비 모델을 나눠 쏟아내며 출시 주기를 촘촘하게 운용 중이다. 애플까지 본격적으로 연 2회 체제에 합류할 경우, 연중 어느 분기에도 프리미엄과 중가 시장이 동시에 경쟁 구도에 들어가는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애플이 출시 전략 전환을 공식화한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공급망 고도화와 라인업 세분화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글로벌 리서치 기관 관계자는 아이폰 출시 주기가 바뀌는 시점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보며, 산업계는 이번 전략 전환이 실제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