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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보호 강화 나선 리디…웹툰 안티 파이러시 성과 주목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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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리디가 불법 복제와의 전면전을 이어가며 K콘텐츠 저작권 보호의 대표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웹툰과 웹소설 등 온라인 기반 창작물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저작권 침해는 산업 성장의 핵심 리스크로 꼽힌다. 리디는 자체 안티 파이러시 시스템과 업계 공동 대응을 결합한 운영 모델로 창작자 보상 구조를 지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상이 웹툰 산업 저작권 보호 경쟁 구도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리디는 26일 제2회 대한민국 저작권 보호 대상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이 상은 K콘텐츠 저작권 보호와 창작 생태계 발전에 기여한 단체와 기업을 선정해 포상하는 제도로, 2023년 처음 도입됐다. 디지털 환경에서 무단 복제와 불법 유통 문제가 구조화된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상시 평가·포상 체계를 구축해 민간의 대응 역량을 끌어올린다는 취지다.  

리디가 이번에 주목을 받은 대목은 개별 기업 활동을 넘어 업계 공동 대응 체계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리디는 2023년부터 주요 7개 웹툰 운영사로 구성된 웹툰불법유통대응협의체에서 간사사를 맡아왔다. 이 협의체는 불법 유통 실태를 주기적으로 공유하고, 단일 기업 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대규모 불법 사이트를 상대로 공동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특히 협의체는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 단체 탄원서 제출, 수사기관과의 공조 체계 정비 등을 통해 불법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실질적 처벌을 이끌어냈다고 리디 측은 설명했다. 웹툰 불법 공유 사이트의 경우 광고 수익과 해외 서버, 익명 결제를 결합해 법망을 피하는 방식이 반복돼 왔다. 협의체는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업계 공통 데이터를 기반으로 피해 규모와 침해 패턴을 종합 정리해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응 수준을 높였다.  

 

리디는 내부적으로도 콘텐츠 불법 유통 대응 전담팀을 구성하고 안티 파이러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담팀은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통해 국내외 주요 검색 엔진, 소셜 플랫폼, 클라우드 저장소, 링크 공유 사이트 등을 대상으로 리디 및 제휴사 콘텐츠의 무단 게시 여부를 탐지한다. 회사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축적된 저작권 침해물 신고 누적 건수는 1억건을 돌파했으며, 신고 접수 이후 실제로 불법 게시물을 차단하거나 삭제한 비율은 약 90퍼센트에 달한다.  

 

이 같은 수치는 디지털 저작권 관리 시스템이 단순 경고 발송 수준을 넘어, 차단과 삭제까지 실제 집행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국내외 플랫폼별 응답 속도와 조치 수준이 상이한 상황에서, 누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신고 프로세스를 정교화한 점이 차단율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해석된다.  

 

올해 들어 리디는 불법 유통 채널의 다변화에 맞춰 대응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기존에는 웹사이트 형태의 불법 공유 페이지가 주 대상이었으나, 최근에는 텔레그램과 디스코드 등 메신저와 커뮤니티 기능이 결합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반 채널이 새로운 허브로 변하는 추세다. 리디는 이들 비공개 또는 반폐쇄형 채널을 추적해 폐쇄 조치에 나서는 한편, 링크 재생성과 계정 이동을 고려한 패턴 분석도 병행하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2차 유통도 주요 관리 대상이다. 리디는 유튜브에 게시되는 웹툰 이미지 슬라이드, 요약 영상, 캡처본 편집 등 다양한 형태의 불법 업로드를 상대로 DMCA 통지에 준하는 삭제 요청과 플랫폼 자체 규정에 따른 신고를 병행하며 관리 강도를 높여왔다.  

 

기술적 보호 장치 측면에서는 DRM 해제 프로그램 유포 차단도 병행하고 있다. 이용자 단말기에 합법적으로 내려받은 콘텐츠를 다시 추출해 배포하는 프로그램은 일반 웹페이지 차단보다 적발과 통제가 어렵다. 리디는 보안 솔루션 업체와 협업해 DRM 우회 시도 로그를 분석하고, 관련 프로그램 배포 사이트와 게시물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아울러 해외 쇼핑몰과 개인 거래 플랫폼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무단 캐릭터 상품 등 이른바 해외 불법 굿즈 단속에도 나서, 저작권과 상표권 침해를 동시에 겨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서는 저작권 보호 방식이 점차 플랫폼 단위 기술 대응에서 생태계 단위 거버넌스로 이동하는 추세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출판사와 플랫폼 기업, 수사기관이 참여하는 공동 태스크포스 운영이 일반화되고 있고, 일본 역시 만화 불법 스캔본 차단을 위해 통신사와 포털이 연계된 블로킹 시스템을 논의 중이다. 리디가 간사사로 참여하는 웹툰불법유통대응협의체는 한국형 공동 대응 모델의 초기 형태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저작권 보호 강화가 이용자 경험과 합법적 2차 창작 활동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팬아트나 리뷰 콘텐츠, 패러디 영상 등 비상업적 이용과 상업적 불법 유통 간의 경계를 어떻게 제도화할지에 따라 산업의 개방성과 보호 수준이 갈릴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저작권법과 플랫폼 약관, 업계 자율규제가 균형을 이루는 다층 구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배기식 리디 대표는 저작권 보호가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 전략임을 강조했다. 배 대표는 저작권 보호가 창작자가 정당한 대가를 보장받고 K콘텐츠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핵심 가치라며, 리디는 앞으로도 기관과 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건강한 창작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웹툰과 웹소설이 글로벌 IP 시장의 핵심 축으로 성장하는 만큼, 저작권 보호 역량이 곧 플랫폼 경쟁력이 되는 흐름으로 보고 있다. 한국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기술 대응뿐 아니라, 정부의 국제 공조와 법 집행 체계, 이용자 교육까지 아우르는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계는 리디를 포함한 주요 플랫폼의 안티 파이러시 모델이 향후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 주시하고 있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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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웹툰불법유통대응협의체#저작권보호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