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행렬이 읍성을 깨운다”…순천 낙안읍성 축제 속 느끼는 전통의 힘
요즘 ‘읍성 축제’ 인증 사진이 하나둘 늘고 있다. 예전엔 그저 옛 풍경의 일부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삶의 어느 한 점에 새로이 들어온 전통의 장면이 됐다.
순천의 낙안읍성은 600년의 세월을 고이 간직한 채, 군수 부임행렬이 느릿하게 골목을 깨어낸다. 백중놀이와 성곽쌓기 체험에 참여한 사람들의 웃음이 가을 햇살 아래 번진다. SNS에는 가족과 친구, 여행자들이 실감나는 전통놀이 현장이나 불쇼, 마임 공연 장면을 나누며 ‘여기서만 만날 수 있는 순간’이라 고백했다.

이런 변화는 축제장 곳곳의 열기로도 확인된다. 도립국악단, 시립합창단, 지역 예술가들이 펼치는 장르 넘나드는 공연, 그리고 큰줄다리기·윷놀이·씨름처럼 주민이 직접 땀 흘리며 뛰는 민속놀이가 오래된 읍성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전통혼례, 지역 대표 먹거리, 창작 전시까지—어릴 적 추억과 새로운 경험이 한 데 곁을 내준다.
트렌드 연구자들은 “전통의 복원만이 아니라, 요즘 삶과 연결된 축제가 새로운 취향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석했다. 현장에서는 “아이와 함께 씨름 한판 겨뤄보니, 평소 말 없던 아빠 얼굴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는 소감과, “골목길 따라 퍼지는 북소리가 어느새 마음에도 깊이 남는다”는 댓글이 이어진다.
전통의 품에서 나와 남, 그리고 일상이 잠깐 겹쳐지는 이 축제는 삶의 갈피마다 작은 울림을 남긴다.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오래된 의식을 체험하는 순간만큼은, 부드럽게 이어진 우리의 시간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작고 사소한 축제의 순간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