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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 거부에 국회 모독까지"…이충상 전 인권위 상임위원, 검찰에 송치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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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증언 거부와 국회 모독 논란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다시 부상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고위직을 지낸 인사가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인권위 거버넌스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도 한층 거세질 조짐이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9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이충상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현재 검찰로 넘어가 본격적인 법적 판단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이충상 전 상임위원의 혐의는 지난해 10월 3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비롯됐다. 당시 그는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임기제 정책비서관 면접위원 구성과 관련해 "면접위원이 좌편향으로 위촉됐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국회에서 발언의 근거를 묻는 과정에서 핵심 내용을 밝히지 않아 논란이 커졌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 전 상임위원에게 "면접위원 정보를 누구로부터 들었느냐"고 질의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이에 대해 "이름을 들은 게 아니라 그렇다는 정보를 제공받았다"고 답했다. 이어 윤 의원이 "정보를 누구로부터 제공받았느냐"고 재차 질문했지만, 그는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응답하면서 출처 공개를 거부했다. 이후 윤 의원이 출처를 반복해서 확인했지만, 이 전 상임위원은 답변을 피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이러한 태도가 국회증언감정법상 증언 거부에 해당하고, 국회 권위를 훼손하는 국회 모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운영위원회는 지난 2월 10일 이충상 전 상임위원을 증언 거부와 국회 모독 등을 사유로 경찰에 고발했다. 수개월간의 수사 끝에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불구속 송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송치를 계기로 국가인권위원회 논란을 재점화하는 모습이다. 서미화 의원은 자료를 공개하며 안창호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안창호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의 헌정 부정, 내란선전 행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도 곧 발표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인권 위원들의 국회 모욕과 내란 행위는 엄중히 처벌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강경 대응 기조를 드러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몇 년간 정치 편향 논란과 인선 갈등이 반복되며 여야 공방의 한복판에 서 왔다. 여당과 야당은 인권위의 조직 운영과 위원 구성, 주요 결정의 정치적 영향력을 놓고 상반된 주장을 내놓으며 거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충상 전 상임위원에 대한 형사 절차 착수는 인권위를 둘러싼 정쟁의 또 다른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이 전 상임위원의 혐의 입증 여부와 별개로, 국회 증언 과정에서 정보 출처 보호를 둘러싼 논쟁도 함께 불거질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정감사 증언 의무와 내부 제보자 보호 원칙이 충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법원이 어디까지를 증언 의무의 범위로 볼지에 따라 유사 사안에 대한 기준이 제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한편 감사원이 진행 중인 국가인권위원회 관련 감사 결과가 나오면, 인권위 수장과 위원들을 둘러싼 정치적 책임 공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관련 상임위원회와 운영위원회 논의를 통해 인권위 운영 전반에 대한 점검과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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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상#서미화#국가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