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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부부 비판 글 가족이 올려…나중에 알았다" 한동훈, 당무감사 책임론 반박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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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 이후 보수 진영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이른바 당원게시판 사태 조사 결과를 내놓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장동혁 대표를 축으로 한 내홍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30일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게시판 사태와 관련해 자신의 책임을 공식 거론한 데 대해 "제 가족들이 익명이 보장된 당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인 사설과 칼럼을 올린 사실이 있다는 것을 제가 나중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글이 작성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며 가족의 게시판 활동과 본인의 무관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당무위에서 마치 제가 제 이름으로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도 있던데, 저는 당 홈페이지에 가입한 사실조차 없기 때문에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당원게시판 사태는 2024년 11월 국민의힘 온라인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비방성 글이 다수 게시된 사건을 가리킨다. 당시 일부 글의 작성자로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친윤석열계와 친한동훈계 갈등이 확대됐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문제 계정들은 한동훈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동일하며, 전체 87.6%가 단 2개의 인터넷 프로토콜(IP)에서 작성된 여론 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무감사위는 명의·접속 환경 등을 근거로 당원게시판 사태에 대한 한 전 대표 측 책임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한 전 대표는 가족의 게시 활동이 곧 자신의 조직적 개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게시판은 당에서 당원들에게 익명으로 글을 쓰라고 허용해준 것"이라며 "정부나 권력자를 비판하는 글을 게시한 사람이 누군지 나중에 색출하는 전례를 남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당 게시판 글의 내용과 관련해서도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해 제대로 가야 한다는 칼럼을 올린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치적 책임론을 묻는 질문에는 "만약 가족이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린 게 비판받을 일이라면 제가 정치인이라 일어난 일이니 저를 비난하시라. 가족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 전 대표는 장동혁 대표와의 과거 관계를 언급하며 장 대표가 사안의 전말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말 소위 김옥균 프로젝트라고 저를 당 대표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여러 공격이 있었을 때 당시 제가 신뢰하던 장동혁 의원에게 이 당원 게시판 상황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장 의원이 여러 방송에 나가 익명 게시판에 문제없는 글을 쓴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하나도 없다라고 아주 강력하게 설명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가 당 대표가 되고서 정치 공세를 위해 다시 꺼내는 걸 보고 참 안타까웠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 측이 한때는 방어 논리를 폈다가, 이후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공세로 돌아섰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내부 반응은 즉각 갈라졌다.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하필이면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사임한 날에 이뤄진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의 당무감사 발표에, 고의라는 의심까지 드는 그 정무적 판단이 놀랍다"고 적었다. 이어 "이렇게 연달아 재를 뿌리기도 참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당 지도부의 판단을 겨냥했다.  

 

반면 장동혁 대표가 중용한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같은 매체에 "이 정도면 부끄러워서 정계 은퇴를 해야 할 문제"라며 "겨우 이런 수준의 인간이 잠시나마 국민의힘을 대표했다는 게 너무 참담하다"고 했다. 당무감사위 결과를 근거로 한 전 대표 개인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힘 전 대표를 지낸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가세했다. 그는 당무감사위 조사 결과 한 전 대표 가족들이 자신에 대한 비방글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좀 음습한 곳에서 또 다른 자아로 괴팍한 취미를 가진 누군가의 행동이라고 여기겠다"고 비난했다. 보수야권 전반으로 파장이 번지는 모양새다.  

 

당무감사위 발표를 둘러싼 공방은 향후 보수 진영 재편 구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지속된 친윤석열계와 친한동훈계의 주도권 다툼이 당내 징계와 도덕성 논란으로 번지면서, 내년 총선 공천과 지도체제 개편 과정에서 다시 쟁점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당무감사위 결과를 토대로 징계 절차 착수 여부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한 전 대표와 장동혁 대표 사이 공방이 장기전으로 흐를 경우 보수층 결집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향후 당 윤리기구 판단과 지도부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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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윤석열#국민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