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지역제한 도입 논쟁”…당뇨환자 생존권까지 흔드나
비대면진료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정부가 거주지 제한과 초진 제한 등 강도 높은 규제 방향을 검토 중이다. 특히 1형당뇨병 등 만성질환 환자들은 “환자의 생존 현실을 외면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어, 새로운 의료제도의 정착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산업과 시민사회 모두 이번 정책 변화가 실질적 ‘의료 접근성’과 안전 사이 균형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의료법 개정안’을 통해 거주지별로 비대면진료가 가능한 권역을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수도권 의료 쏠림과 지역 의료 불균형 심화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1형당뇨병환우회 등 환자단체는 실제 거주지와 등록 주소 불일치, 지역 내 진료기관 접근성 한계 등 실효성 부족을 지적했다.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 이후 시범사업을 통해 동일·반복 처방이 필요한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특히 중요한 인프라로 자리 잡아왔다. 예를 들어 1형당뇨병 환자는 매일 인슐린 등 약제·의료기기 처방이 필수적이고, 예상치 못한 고장·분실·변질 상황에 신속 대응이 요구된다. 하지만 2020년 이후 대리처방, 재판매, 양도까지 일절 금지되고 있어, 일상적 건강관리에 비대면진료 의존도가 높다. 실제 지방에선 전문 진료기관 접근 자체가 쉽지 않고, 상급종합병원 대기기간도 길다는 점이 현실적 한계로 지적된다.
정부는 지역 편차 해소, 비필수적 편의 위주의 오용 최소화, 환자 안전 확보 등을 근거로 제한적 제도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역시 “비대면 초진을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환자 상태 악화·문제 방치 가능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세계적으로도 초진 비대면진료는 극히 제한적”이라며, 일부 비급여약제(탈모·여드름약 등) 위주 처방 부작용을 경계했다.
하지만 환자단체들은 “환자 중심의 실제 진료 수요와 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가 미흡하다”고 강조한다. 반복 처방이 생존과 직결되는 1형당뇨병 환자 입장에서, 지역제한·초진제한은 장거리 이동·대기라는 추가 불편은 물론 생명·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초진 개념이 불명확하다”는 비판도 있다. 예를 들어 동일 질환에 대해 의료기관만 변경한 경우 초진·재진을 어떻게 나눌지, 의료기술·플랫폼 상의 기준이 아직 모호하다. 김미영 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비대면진료 제도화는 환자 현실에서 재설계해야 하며, 단순 편의가 아니라 생명 인프라임을 정책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서도 기존 오프라인 진료체계 한계 극복과 신뢰성 보완이라는 두 과제가 맞물리고 있다. 해외 주요국은 원격진료의 범위와 규제수준을 질환 및 위험도, 재진 여부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 주류다. 이에 맞춰 국내 정책도 실제 의료수요와 데이터, 안전성 측면의 균형을 세밀하게 재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와 시민사회는 “비대면진료가 생명 인프라로 자리매김할지, 규제로 위축될지는 정책 미세조정과 의료 현장 목소리 반영에 달려 있다”며 제도 정립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윤리, 산업과 제도 간 균형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