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와 해송 숲길, 고래의 기억까지”…울산, 여름엔 자연과 문화가 일상

여름이면 울산을 찾는 걸 망설이지 않는 이들이 늘었다. 산업도시라 불리던 울산이지만, 이제는 등대 옆 파도와 해송 숲길, 고래의 추억이 동시에 만나는 도시로 기억된다. 요즘 울산의 풍경은 기능을 넘어 감성과 추억을 품은 여행지의 일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맑은 하늘 아래 32도를 훌쩍 넘긴 더위, 남서풍이 스쳐 지나는 도심. 그래도 사람들은 대왕암공원 해변길을 천천히 걷는다. 진입로를 따라 드리운 짙푸른 해송림은 무더위 속에 작은 평화를 내어준다. 아침 햇살을 받은 울기등대에서 바다를 보면, 오래된 신라의 전설이 스미는 듯한 대왕암이 한가운데 자리한다. 철교를 건너면 파도 부서지는 기암괴석과 마주하고, 머릿결을 스치는 해풍에 절로 숨이 트인다. 실제로 대왕암 공원 산책로 인증샷이 소셜미디어에 자주 오르고 “요즘 같은 날, 걷는 길 풍경 최고”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울산의 진짜 여름은 문화의 겹에서 한 번 더 펼쳐진다. 장생포고래문화마을에 가면 바다와 함께 흘러온 고래의 기억을 만날 수 있다. 고래잡이 전성기 장생포를 재현한 골목을 거닐다 보면 옛 학교 교실에서 미술 수업, 마을 곳곳에서 고래 관련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무더운 날에는 실내 전시관이나 체험 시설에서 쾌적하게 머물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새로운 가족 여행의 형태를 만드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여름철 울산 지역 관광객 수가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의 비중이 높다. 울산대공원은 도심 한복판에서 만나는 자연 그 자체다. 광활한 잔디밭, 오래 걷고 싶은 산책로, 사방에 분수와 녹음이 어우러진 풍경에선 어린아이들도 뛰놀기 좋다. 장미원, 동물원 등 다양한 테마 시설 덕분에 체류 시간도 자연스레 길어진다.

현지 여행메이트 강진오는 “울산의 매력은 도시와 자연, 문화가 어우러진다는 데 있다. 여름엔 바다와 숲, 문화 체험을 연결하는 루트가 새롭게 떴다”고 이야기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 김연수 씨도 “올해는 대공원 분수와 대왕암 해송길, 고래문화마을을 돌아보며 쉬듯 걸었다. 옛 여행의 피로가 덜하고 더위도 잊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울산에서 이런 여름을 느낄 줄 몰랐다”, “산업도시 이미지가 달라졌다”는 공감부터, “고래문화마을이 아이랑 가기 딱”이라는 후기가 이어진다. 계절의 중심에서, 울산은 드넓은 풍경과 추억의 조각을 건네는 도시가 됐다.

작고 사소한 여행의 선택이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오늘도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꾼다. 울산의 여름은 이제 누구에게나 ‘일상의 리셋’이 돼가고 있다.